삼구회장 사재출연 진인사대천명, 금호타이어 인수 마지막 관문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재계에 모처럼 희망의 소식이 전해졌다.

금호가 형제가 11일 극적으로 화해한 것은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것 만큼이나 재계엔 반가운 뉴스였다.

금호가의 화해가 8.15 광복절을 앞두고 기업인 사면복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재계엔 그동안 일부 그룹 압수수색과 재판, 일부 3세들의 일탈된 행태들이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박삼구-박찬구 회장 형제의 아름다운 화해는 더욱 값져 보인다. 최근 수년간 재계엔 악재만 가
득했기 때문이다.

금호형제가 과거의 앙금을 턴 것은 국내외 경영여건이 워낙 안좋기 때문이다. 위기속에서 해묵은 갈등을 되풀이 하는 것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형에 대한 소송을 취하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회장의 멘트는 이를 반증한다.

   
▲ 금호가 박삼구-찬구회장 형제가 극적으로 화해했다. 소송을 주도한 찬구 금호석유화학회장이 모든 소송을 내려놓았다. 삼구회장도 그룹재건을 위한 소중한 전기를 마련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상황과 경쟁여건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생사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조선 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이 구체화하고 있고, 수출감소세 브렉시트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투명 등 대외여건도 발등에 불이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두 형제가 화해의 손을 잡은 것이다. 대승적인 판단이 모든 송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금호가 갈등은 동생 박찬구회장이 주도했다. 지난해부터 삼구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민형사 소송을 잇따라 벌였다. 지난 7월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고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삼구회장과 일부 경영진을 상대로 기업어음 부당지원 손해배상 청구도 진행했다. 금호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 소송도 제기했다. 금호아시아나 본사 박회장실의 서류 탈취 의혹도 불거졌다. 두 형제간 감정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형제간 우애가 남달랐던 금호형제간 분쟁과 갈등은 재계를 안타깝게 했다. 박삼구회장에겐 신산고초의 연속이었다. 타계한 박성용-정구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대권을 승계한 입장에서 동생과의 불화는 선친은 물론 영면중인 형님들에게도 뵐 낯이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삼구회장은 동생 찬구회장이 본의 아니게 오해하고, 소송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무척 답답해하기도 했다. 그룹임직원들에게 동생과 동생기업에 대해 말을 아끼라고 했다.

삼구회장은 그룹을 재건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그에겐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숙제가 있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와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으로 재계에서의 금호위상을 한껏 높였다. 재계랭킹 10위권 진입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삼구회장의 꿈을 앗아갔다. 주력인 건설및 항공시장 침체와 주가급락, 자금조달 애로  삼중고를 겪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다시 매각했다. 참으로 어렵게 인수한 계열사들을 다시 내놓는 것은 삼구회장에겐 큰 아픔이었다.   

찬구회장은 삼구회장의 공격적 경영 실패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 2009년 금호그룹은 찬구씨의 금호석유화학 회장 해임안을 가결했다. 두 형제간에는 갈등이 본격화했다. 2010년 삼구회장은 금호산업(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을, 찬구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각각 독자경영키로 교통정리를 했다.

삼구회장은 부실계열사들을 자신이 떠안고, 동생에게는 알짜인 금호석화를 줬다. 형으로서 금도와 애정을 보인 것. 그래도 형인 자신이 어려운 계열사를 경영해서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앞섰다.

2011년 금호석화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찬구회장도 배임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찬구회장은 이를 계기로 삼구회장측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의심은 의심을 불렀다. 두

형제가 냉랭해졌다. 이후 지루한 법정소송과 공방으로 이어졌다.
갈 길 바쁜 삼구회장에겐 동생의 집요한 소송에 대해 매우 침통했다. 조속히 그룹을 재건해서 명예를 되찾고자 한 희망이 또 차질을 빚었다. 아름다운기업, 윤리경영을 유난히 강조했던 그에겐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 동생과의 화해를 마무리한 박삼구회장은 이제 12일 입찰공고를 하는 금호타이어 인수에 올인해야 한다. 그룹재건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게 됐다. /미디어펜

삼구회장은 형제간 분쟁 와중에서 그룹을 재건해야 하는 지난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는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삼구회장은 당시 전략적 재무투자자 등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산업을 7228억원에 되찾았다. 인수를 위해 5000억원의 채무를 새로 떠안았다.

금호산업 인수가 성공한데는 삼구회장의 탄탄한 재계인맥이 큰 힘을 발휘했다. 입찰과정에서 일부 건설사가 입질하는 등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한 것은  금호산업을 인수한 후 아시아나항공도 덩달아 끌어안을 수 있다는 기대가 강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삼구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언론도 그에게 우호적이었다. 삼구회장에게 명예회복할 기회를 주기위해 이심전심으로 응원했다.

금호산업 인수에 대기업들이나 유력펀드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삼구회장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구회장은 이제 동생의 소송 취하로 금호타이어도 인수할 수 있는 소중한 전기를 마련했다.
금호아시아나는 11일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간 합병을 마무리했다. 12일에는 금호홀딩스라는 새 지주회사가 출범한다. 금호터미널은 합병이전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였다. 지난 4월 해당지분을 금호기업으로 이전했다.

이번 합병은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이 모회사인  금호기업을 흡수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찬구회장측은 그동안 두회사 합병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에 손실을 끼친다며 소송을 추진해왔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의 지분을 12.6% 보유한 2대주주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9월에 매각 입찰공고를 한다. 11월에 예비 입찰을 한다. 인수가격은 1조원대. 삼구회장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삼구회장은 지난해 사모펀드에 판 금호고속도 올해안에 다시 계열사로 끌어안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매출액 3조원에 14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중국 베트남 미국 등 전세계 9개지역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까지 인수하면 박삼구회장의 명예는 회복된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와 매각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10년만에 그룹을 재건하게 된다. 동생과의 송사등의 큰 아픔도 겪었다.

그는 절치부심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룹재건에만 올인했다. 와신상담이 따로 없었다. 섶에서 눕고, 쓸개를 앂으면서 재기를 노렸다. 대주주로서 책임도 다했다. 계열사 정상화를 위해 모든 사재를 수천억원이나 출연했다. 자신과 계열사 지분이 감자되거나 10분의 1로 쪼그라드는 것도 감내했다. 진인사 대천명이었다.

아름다운 화해를 한 금호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찬구 금호석화회장측의 소송취하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동안의 송사에 대해 국민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으로 형제간 화해를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찬구회장도 지난 7년간의 소송전을 내려놓은 후 임직원들에게 "마음을 비웠다"고 강조했다. 두 그룹이 계열분리된 상황에서 각자 잘 경영하면 된다고 했다. 형에 대한 연민의 정도 내비쳤다. 형의 계열사들이 재무구조가 약하고, 정상화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했다. 자신이 강자로서 형에게 베풀었다고 했다.  찬구회장이 오랜 고뇌끝에 내린 결단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두형제가 앙금을 털고 조만간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손을 잡은 두형제가 사업보국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경영을 정상화해서 국민에게 진 빚도 갚아야 한다. 선친 박인천회장과 앞서 가신 두 형님 영전에 손을 잡고 추모하는 이벤트가 오길 기대한다.  

형제간 송사를 벌이는 다른 기업에도 금호가 화해가 전파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