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인 광복절 특별사면을 두고 재계는 실망스런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절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특별사면된 이재현 CJ그룹 회장
재계는 국민 대통합과 경제 재도약을 위해 기업인 포함한 경제주체들에 대한 큰 폭의 사면을 기대했다. 

그러나 애초 예상보다 소폭의 규모에 그쳐 크게 아쉽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사면의 명과 암이 뚜렷이 갈리고 있으며, 그 중심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모습이 대비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번 사면의 중심은 단연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쏠린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특별사면으로 3년간의 총수 공백이 해소되면서 경영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여서 당장은 치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그룹 차원에서는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대규모 투자와 해외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계기로 CJ그룹이 현재 참여 중인 한국맥도날드, 동양매직 인수전을 비롯해 M&A 시장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을 끈다.

CJ는 30조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반면 김승연 회장의 사면 불발을 맞은 한화그룹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안타까움과 근심으로 가득해 보인다. 지난 과오를 간과해선 안 되지만 지금처럼 기업투자와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승연 회장의 발목을 계속 잡아서는 매우 곤란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1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 2014년 2월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아 10개월 만인 그해 12월 경영일선으로 돌아왔다.

이후 김승연 회장은 삼성그룹의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서 특유의 결정력을 보여줬다. 

지난해엔 재계 순위에서 앞섰던 롯데와 SK그룹뿐만 아니라 유통대기업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을 제치고 신성장동력인 서울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손을 넣어 과감한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최고의 시너지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성공적인 과업에도 불구하고 김승연 회장은 이번 사면 명단에 이름이 오르지 못했다. 이미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전력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법조계의 분석이다.

김승연 회장의 사면에 고배를 마신 한화그룹은 말그대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한화그룹은 물론 재계 역시 김승연 회장이 이번에 사면돼 ㈜한화 등 각 계열사 대표이사직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승연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사실상 경영현장을 맴돌고 있는 상태다. 현행법상 오는 2021년까지 계열사 등기 임원 재직 등 완전한 경영복귀가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승연 회장의 사면 불발로 인해 한화그룹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제약이 이어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6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모두 물러난 김승연 회장은 공식적인 대표권이 없으며 해외출장도 어려워 자유롭지 못한 몸이다.

무엇보다 김승연 회장이 이번 사면에서 제외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핵심사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어서 재계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북미 태양광 시장 진출, 국내외 태양광 셀 생산 구축 등 굵직한 사업이 난항에 직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기업인 사면 규모에 실망한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과 같이 이번 사면에 포함되지 못한 기업인에게도 빠른 시일 내에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정상적인 경영 참여로 인해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경제성장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수 불경기, 청년고용 문제 등 우리 경제에 산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열쇠는 기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제살리기 국정기조에 맞춰 기업인에게 다시 한번 기회의 사다리는 놓아줘야 한다는 여론과 재계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세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