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서해와 동해 NLL 인근 해상의 어업조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긴 것은 ‘현대판 을사조약’에 비유된다. 

중국어선이 한국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한 기록은 1920년대 근대화를 맞아 창간된 신문에 기사로 실려 있다. 중국인들의 불법 조업은 역사적으로 훨씬 오래 전부터 비일비재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예나 지금이나 저인망식 그물로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어 더욱 문제이다. 당장 남북한 어민들이 큰 손실을 입는 것은 물론 어족자원의 씨를 말려 바다속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서해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의 어업조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긴 것은 일제시대 왜적에게 나라를 판 것에 다름 아니다. 당장 돈벌이에 급급해 불법에 눈감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에서 김일성이 독립운동을 한 인물로 추앙받고, 간부사회에서 ‘빨치산’ 혈통이 주류가 되고 있는 것에 배치된다. 김일성이 북한의 국가주석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나 그 손자 김정은에까지 정권세습이 가능했던 독립투사 가문의 명분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동서해 조업권을 넘기고 연간 7500만달러(약 820억원)를 챙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이 돈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보당국은 북한이 동서해 조업권을 넘기고 연간 7500만달러(약 820억원)를 챙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이 돈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미디어펜

북한이 을사오적처럼 중국에 해상 어업조업권을 팔아넘긴 것은 김정일 시절 때 벌어졌다. 지난 2009년 2월과 4월부터 각각 국방위 부위원장에 오른 오극렬과 리용무가 이 일을 주도했다고 하니 이르면 해당 년도부터 중국에 조업권을 팔았다고 볼 수 있다. 

처음 배 한척에 6만달러씩 받기로 하고 중국어선 400여척에 어업조업권을 매각하기 시작해 지금은 중국어선 1500여척에 조업권을 매각한 북한이 올 상반기에 3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앞서 ‘미디어펜’에 “북한은 벌써 수년 전부터 중국에 어업조업권을 팔아 달러를 벌어들였다”며 “오극렬·리용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관할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소식통은 “북한 해역에 중국어선이 들어오는 것에 관한 승인은 국방위 부위원장 정도의 권력은 있어야 한다”면서 “북중 간 어선계약은 북한의 각 기관 산하 외화벌이를 담당하는 무역회사와 중국의 어업회사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최근 “지금은 북한이 중국어선 한척당 2만달러를 받고 6개월 단위로 조업권 판매수익을 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모든 어선의 어획량 중 일부를 북한 측이 갖기로 하는 내용으로 계약이 돼 북한 입장에서는 괜찮은 조건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어선이 불법으로 싹쓸이 조업을 일삼는 사실이 수시로 남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으므로 북한당국도 그 폐해에 대해 모르지 않을 것이다. 

   
▲ 정보당국은 북한이 동서해 조업권을 넘기고 연간 7500만달러(약 820억원)를 챙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이 돈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미디어펜

북한해역에 들어와서 조업활동을 하던 중국어선이 NLL을 넘어 한국해역으로 넘어가 불법조업을 하다가 우리 해경에 쫓기면 북한해역으로 도망가 버리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나포작전에 해군 지원이 필요하므로 자칫 해군과 해경이 무리하게 단속작전을 벌이다가 NLL을 넘게 되면 북한 측에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조업권을 팔아넘기면서 중국어선의 마구잡이 싹쓸이 조업으로 동서해 어족 자원이 고갈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가 결의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적극적으로 대북제재에 참여할 당시에도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적극적으로 중단시킨 적이 없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자국 어민들의 불법조업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왔다. 해외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이 체포될 때마다 중국 외교부는 해당 국가를 향해 “즉각 어민과 어선을 석방하고 어떠한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중국어선이 우리나라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면서도 단속하는 우리 해경에 도끼와 망치 등을 휘두르는 폭력을 일삼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은 “일련의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애매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 중국정부의 이런 미온적인 태도는 북중간에 불법으로 조업권을 사고판 일과 무관치 않으며, 결국 자국 어민들의 불법조업을 부추기는 외교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보당국은 북한이 동서해 조업권을 넘기고 연간 7500만달러(약 820억원)를 챙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이 돈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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