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은 여기까지다. 런던 4강 신화를 목표로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대표팀은 비록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조별예선 1위로 8강에 오른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14일 펼쳐진 8강전 온두라스전을 보노라면 울화통이 터진다. 한국팀이 못했다기 보다 온두라스 얄미울 정도로 잘했고 행운이 따랐다. 올림픽축구에서 중동의 침대축구를 보리란 생각조차 못했다.

   
▲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리우하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0대 1로 패하자 손흥민이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뉴스1

패스 미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손흥민은 오열했다. "내가 찬스를 놓쳐 망친것 같다"며 자책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국민들과 축구팬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들의 눈물에 한편으로 가슴이 아프다 저리다. 어떤 이들은 온두라스팀에게 질수 있겠느냐, 수 많은 골찬스에서 득점을 올릴 수 없느냐, 한국팀의 실력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이게 축구이고 이것도 축구의 일부다.

선제골의 중요성도 다시 깨달았을 것이다. 토너먼트 방식의 경기에서 수비 일변도의 팀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은 승리 방정식이다. 좀더 과감하고 집중력으로 골 순간, 패스순간 등 순간순간의 중요성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이해간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두라스의 침대축구까지 봐야하는 국민들로선 답답함을 풀 상대가 한국팀 밖에 더 있으랴. 이것도 한국팀이 감수해야 할 운명이다.

올림픽축구 신태용호가 비록 4강 좌절했지만 조별 예선에서 보여준 뜨거운 열정과 투혼, 그리고 승리에 우리는 웃고 또 웃었다.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멕시코와 유럽축구의 자존심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아시아 축구의 현재를 보여줬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4-2-3-1시스템을 주로 활용했다. 이기는 경기와 지지 않는 경기를 동시에 펼치겠다는 복안이었다.

공격력은 합격점이다. 황희찬의 원톱이 가장 빛났다. 최근 한국축구에서 간판 골잡이가 없다는 우려는 늘 대표팀의 망령처럼 따라 다녔다. 황희찬이 보여준 4경기동안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을 선보이며 축구팬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최전방 공격수(원토)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한 압박을 보여준다.

아무리 유명한 골잡이라하더라도 공을 뺐기위해 전력질주를 하며 상대팀의 빌드업을 방해하며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는 장면에서 한국축구도 그런 선수가 나오길 바랐다. 황희찬이 보여준 플레이는 한국 원톱 공격수의 본보기를 보여준 움직임이었다. 물론 골 결정력을 더 키워야 하겠지만 아직 젊다. 충분한 경험을 쌓고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는다면 한국판 루니가 될 수 없으리란 법은 없다.

석현준과 손흥민, 류승우 등 유럽파의 실력은 여전했다. 1차전 피지에 8대0, 2차전 독일과 3대3, 3차전 멕시코 1대0 등 유럽파의 한방은 고개를 끄덕였고 믿음직 스러웠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의 투지와 경기 운영능력도 유수의 외국팀과 붙어도 쉽게 질수 없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멕시코전에서 물론 멕시코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수비라인에서의 협업플레이와 1대1 능력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다는 신뢰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의 적재적소의 선수 기용과 시스템의 변화, 교체타임의 한수도 눈여겨볼 만 했다. 한국 주전 수비수 최규백이 독일전에서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11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으며 최종 중앙수비의 빈 공간이 컸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장현수와 정승현이 중앙 수비수를 맡기고 박용우와 이창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시키며 멕시코를 상대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멕시코전에서 보여준 선수교체의 한수는 돋보였다. 성과없는 공방 속 반전카드로 후반 석현준을 교체투입했다. 이후 한국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공중볼 다툼에서 몸싸움도 불사한 석현준은 동료들에게 공격 기회를 제공했으며 멕시코 역시 당황한 모습이었다.

석현준의 적절한 교체 투입으로 멕시코전의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다. 이번 경험이 자신들의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길 믿는다. 그리고 이제 눈물을 거둬라. 아직 눈물을 흘릴 기회도 많고 웃을 수 있는 내일이 있다.

이제 올림픽축구의 행진도 끝났다. 그간 준비하는 과정 속에 흘린 땀과 눈물의 보상을 받아야 할 차례다. 일주일 남은 올림픽을 즐길 시간이다. 그리고 죄인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인가 당신도 승자가 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한국대표팀의 어린선수에게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맏형격인 해외파 선수들에겐 자신의 클럽팀에서 또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길 응원하겠다.

신태용 감독에게… 올림픽축구 때문에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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