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 건국' 릴레이인터뷰①]"1919년 임시정부 정통성 주장에만 급급...역사직시 못해"
박근혜 대통령이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1948년 건국’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반박했고, 야권의 총 공세가 시작됐다. 이들은 ‘1919년 4월11일 상해 임시정부 건립’을 대한민국 뿌리라고 주장하는 대신, 현재 남한을 미제강점기로 규정하고 이승만 대통령을 분단의 원흉으로 여긴다.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를 달리 보는 이 두 가지 시선은 우리 사회를 분열시켜온 근본 요인이다. 자기 나라의 생일도 모른 채 ‘건국’을 부정하는 일을 중단시키기 위해 우파 진영에서는 ‘건국절’ 제정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미디어펜은 건국절 논란을 정확하게 진단해보고자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편집자 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는 16일 건국절 논란에 대해 한마디로 “한미동맹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으로 현재 남한의 상태를 미제강점기로 인식하는 북한식 역사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엔총회의 결의에 따라 1948년 5월 자유총선거를 치렀고, 이때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새롭게 제정한 헌법에 따라 민주정부를 수립했던 대한민국 건국 과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남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의 임기로 시작된 대한민국을 주한미군의 통치 아래 있으면서 여전히 해방이 필요한 상태로 규정하는 이들은 남한에서 단독으로 정부를 수립한 이승만 대통령에게 분단의 책임을 묻는 논리로 1948년 건국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는 16일 건국절 논란에 대해 한마디로 “한미동맹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으로 현재 남한의 상태를 미제강점기로 인식하는 북한식 역사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미디어펜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미국과 소련에 의해 한반도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으나 실패했다. 유엔총회는 유엔의 감시 하에 자유총선거를 실시해 통일정부를 수립하라고 결의했고, 남한에서 당시 공산당의 극렬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90%가 자유롭게 투표에 참여해 정부 수립에 이르렀다. 

남 교수는 “당시에 남한은 자유와 인권을 선택했고 북한은 전체주의를 선택해 지금도 분단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남한 내에서 건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갈라져 시시각각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의 경우 4가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들을 갖추지 못해 건국으로 볼 수 없다는 국제적인 판단 기준이 있어왔다. 당시 상하이에서 건립된 임시정부는 영토와 국민, 정부, 주권 등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

남 교수는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를 인정하면서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는 이들은 같은 국민이지만 전혀 다른 역사관을 가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에 ‘조선’과 ‘Korea’라는 두가지 역사가 존재한다”고 단언했다.  

   
▲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건국일, 1948년 8월 15일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로서 갖춰야 할 모든 구성요소를 갖추고 세계의 지지를 받으며 자유로운 투표를 통해 만들어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탄생순간은 '상식’으로서 통용되어야 할 엄연한 '사실'이다./연합뉴스

남 교수는 “1919년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과거 조선시대의 가치판단기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판단했다. 즉 “조선시대 성리학의 가치체계로 옳고(right) 그름(wrong)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대적 세계관의 가치체계인 좋고(good) 나쁨(bad)와 다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 교수는 “이런 판단기준으로 5.16쿠데타를 바라보는 시각도 극명하게 나뉜다”고 했다. “한쪽은 군사정변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조건 잘못된 일로 못 박는다. 다른 한쪽은 쿠데타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당시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인식하고, 쿠데타를 일으켰던 박정희 정권의 산업화에 따른 눈부신 ‘한강의 기적’을 인정한다.” 

또한 남 교수는 “한미동맹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성리학의 가치체계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1975년 미국과 베트남이 동맹을 맺은 뒤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처럼 근대화 이후 세계 여러 나라들의 동맹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우리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동맹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상한 병에 걸렸다”며 “사드배치를 반대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6명의 더민주 의원을 보더라도 국제정치의 분쟁사에 대한 이해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를 겨우 벗어나자마자 비극적인 동족 간 전쟁을 맞았고, 그 비극의 역사에서 벗어나자마자 참전용사를 파견한 세계 최강국 미국과 동맹을 맺을 수 있었지만 그것을 매우 좋은 역사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바로 이들이 현재 유일한 동맹 시스템인 한미동맹을 인정하지 않고, 유엔에 의한 1948년 건국도 인정하지 않으며,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민주국 건국이나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발전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남 교수는 지적했다.

남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1945년 8월15일은 광복이 아니라 그저 해방이었다”며 “바른 용어의 사용이 인식을 지배한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그저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해방된 날’이었고 1948년 8월15일이 마침내 나라가 세워진 날이 맞다”고 했다.

남 교수는 ‘1948년 건국’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이유는 자라나는 후세대들에게 바르고 정확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올해가 건국 68주년인 것을 부정하는 이들은 자유민주국가의 탄생을 부정하는 이들로 ‘항일’만 내세우는 북한의 역사관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 교수는 박 대통령의 ‘1948년 건국’ 발언에 대해 “얼빠진 주장”이라고 반박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향해 “자기가 대통령을 하고 싶은 나라의 생일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나라의 기본을 이루는 절기에 대해 교과서에 정확하게 표기하고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면서 “걸핏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위협공세에 눈감는 정치인들을 가려내는 혜안이 국민에게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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