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기적이 통일대박, 김정은 제거 통일 고수땐 경협 진전 어려워

   
▲ 좌승희 미디어펜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민주평통 경제과학환경분과위원장
좌승희 박사의 한반도 통일 새방략(2)

한강의 기적은 대동강기적의 모델이다.

한강의 기적(1960-80년대 말까지)이 달성한 30년간의 연평균 8.5% 이상의 잠재성장능력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0% 성장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추락하는 한국경제> 

   
 

 주: 1) 실질 GDP는 1954~2008년 까지는 2005년 기준 고정가중법에 의해 계산된 성장률이며 2009~2010년은 연쇄 가중법에 의해 계산된 성장률임. 2) 잠재 성장률은 호드릭-프레스커 필터(H-P filter) 이용


지난 60년, 한국 경제발전의 경험
개발연대에는 성공하는 자를 우대하는 경제제도의 도입, 집행과 정책을 수행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을 일으켜 세워 한강의 기적, 즉 국민 성공시대를 실현했다. 결과적으로 스스로 도와 성공하는 개인과 기업, 새마을, 지역에의 경제력 집중과 집적을 통해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다.

1960년대 이후 30년 가까운 기간에 이룬 연평균 8% 이상의 초고속성장은 세계 경제발전사에 지울 수 없는 금자탑이었다. 이는 스스로 돕는 자를 더 우대하는 경제적 차별화 제도와 정책으로 동기부여를 통해 혁신가들을 양산하고,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워내고, 게으른 마을을 부지런한 마을로 바꿔내고, 가난한 자를 부자로 바꿔내고, 실패하던 사람들을 성공의 대열에 참여 시키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부와 경제력의 집중과 부문간, 지역간 불균형은 불가피했다. 시장은 경제력 집중을 조장하는 장치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수출 우수 업체만 지원한 수출 진흥제도와 정책도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차별화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성과가 우수한 새마을만 지원한 새마을운동의 지원제도와 정책도 마찬가지다. 수출에 성공한 기업에게
만 진입을 허용한 중화학공업육성 제도와 정책도 경제발전을 가져오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수출우수 중소기업만 지원한 중기육성제도와 정책도 오늘날 삼성 현대차 LG SK 옛 대우 등 대기업을 만들어낸 밑거름이 됐다. 수출확대를 통한 내수산업 및 협력업체 동반육성의 효과를 촉발시켰다.

개발연대는 성공하는 국민을 우대함으로써 국민성공시대를 실현했다.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앞서가는 국민을 우대함으로써 모든 국민을 하면 된다는 이념과 정신의 소유자로 전환시켰다. 그들의 경제적 행동도 게으르고 남 탓하는 국민에서 자조하는 국민으로 바꾸었다.

1980년 대 후반이후 민주화연대
1980년대 후반 정치민주화 이후, 경제력 집중과 집적을 해체하여 균형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든다고, 스스로 노력하여 성공하는 국민을 상대적으로 폄하하는 경제제도와 정책이 강화됐다. 국민들의 자조동기를 차단하고 자기실패를 사회와 남 탓으로 돌리는 국민들을 양산함으로써 경제성장의 정체를 초래하고 지금의 경제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20여년의 경제성장 둔화와 양극화 심화는 성공하는 국민들을 폄하하는 경제사회제도 속에 국민들의 스스로 돕고자하는 경제적 유인이 약화된 데 기인한다. 80년대 중반과 후반 이후 한국경제 개혁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경제적 평등을 추구함으로써 바로 개발시대 성공의 밑바탕이었던 ‘스스로 도와 하면 된다‘는 정신과 시장경제의 동기부여기능을 훼손했다. 경제력의 분산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균형발전을 통해 계층간, 부문간, 지역간 균형을 이루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정책목표였다.

   
▲ 북한지배체제의 구축(驅逐)을 전제로 한 한반도통일과 경협은 성사되기 어렵다. 북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실현한 박정희대통령의 경제개발 경험을 북한에 적극 전수하는 대동강기적프로젝트가 실질적인 남북협력을 이뤄낼 수 있다. 이같은 새로운 경협패러다임이 중장기적으로 통일비용을 줄이고, 극한 대립과 대결을 해소하면서 북핵무기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가운데) 등 우리정부 대표단이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위해 판문점으로 출발하고 있다.

시장경제와 경제민주화는 친구가 되기 어려움
분배와 형평, 평등주의는 우리의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성공하는 국민을 폄하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더 지원받는 중기육성정책이 있다.법을 어겨서가 아니라 성공했기 때문에 특별히 규제 받는 대기업 규제정책도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더 대접 받는 농업 지원정책은 어떤가?

근로자는 약자이기 때문에 노조를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키워온 경영민주화 정책도 심각한 함정을 갖고 있다. 수도권이기 때문에 규제받고 지방이기 때문에 차별없이 지원받는 균형발전정책도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이기 때문에 지방대학에 비해 역차별받는 제도와 우수한 학생을 역차별 하는 교육평준화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혁신하고 흥하는 자를 역차별하는 경제, 사회 모든 부문의 경제제도와 정책들은 그럴듯한 정치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흥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빼앗아 감으로써 경제사회의 정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발전의 교훈
경제제도와 정책으로 흥하는 이웃을 우대하면 흥하는 이웃이 늘어나고 모두가 발전한다. 개발연대는 성공하는 기업을 앞세워 내, 외수를 통합하는 경제정책을 전개했다. 수출수익을 내수투자로 연결시키는 대기업투자 육성정책이 내·외수, 대기업·중소기업, 일자리 모두가 같이 성장하는 동반성장시대를 가져왔다.

경제민주화 연대의 많은 정책들은 수출기업들의 제조시설을 해외로 내몰았다. 오늘날 대기업들의 매출의 80~90%를 해외에서 생산하는 기형적 체제를 초래했다. 대기업 수출은 늘어도 각종 투자규제와 노조 문제로 국내투자가 늘지 않아 내수 침체, 중기어려움, 일자리 어려움이 초래됐다. 왜 대기업들은 해외로 나가는가? 과도한 대기업투자 규제, 수도권규제, 과격노조, 반대기업 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제도와 정책으로 흥하는 이웃을 청산하면 흥하는 이웃은 줄어들고 모두가 가난해진다.

평등주의, 반차별화 정책(대기업청산, 수도권규제, 전투적 노조, 반부자 정서, 흥하는 이웃을 폄하하는 문화와 정책 등등)을 더 강화하여 아픈 배를 치유하면 일자리는 점점 해외로 달아난다. 경제민주화를 더 강화하면 할수록 발전은 정체되고 일자리는 줄어든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친구가 되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절대 평등이념과 경제발전의 차등원리와는 항상 충돌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포퓰리즘 민주주의가 득세하면 경제는 정체의 길을 걷는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공동 번영을 위해서는 경제적 결과 평등을 추구하는 포퓰리즘 민주정치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

한국의 권위주의 정부가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은 포퓰리즘 민주주의를 차단하여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평등주의 경제정책의 도입 가능성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민주화 연대의 경제성장 정체는 경제정책의 정치화, 즉 포퓰리즘화로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평등주의 정책들을 양산한 결과다.

경제발전의 몇 가지 특징을 보면 무엇보다 경제력집중이 없이는 경제발전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발전은 지역불균형을 가져온다. 불균형 속의 성장이 발전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발전은 기업의 성장과정이다. 대기업이 출현하고 성공기업중심의 경제력 집중이 일어나지 않고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 경제발전은 모두를 성장시키지만 결코 같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대동강기적 후의 북한 경제와 한반도의 새로운 비전

한강의 기적을 모델로한 대동강기적이 실현되면 세계최빈국인 북한경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세계유일의 냉전지역인 한반도는 평화공존지역으로 바뀔 것인가?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동강기적이 가시화하면 북한의 한세대 후 1인당국민소득은 1만달러로 향상될 수 있다. 북한 현 지배층도 계속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개발이 이뤄지면 북한이 한반도의 새로운 역동성과 희망으로 부상하게 된다. 북한은 한국경제의 중화학산업을 인계 받고, 한국경제는 정보기술(IT) 융·복합, 고급서비스산업에 특화하여 상호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북한 주민의 자존감과 민족적 자긍심 고양

대동강기적으로 경제성장 등 지킬 게 많아지는 북한은 한국과 평화공존하는 데 관심을 가질 것이다. 대립과 대결은 잃을 게 없는 경우에 일어나기 쉬운 법이다. 북한의 핵무기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핵은 북한정권의 자폭수단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동강기적으로 북한경제가 성장하면 궁극적으로 통일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한반도 통일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일은 진정 대박이 될 것이다.

대동강기적 프로젝트 추진 전략

지배층이 국민경제를 직접 관리, 소유한다는 개념(장기집권 가능성)하에서만, 비민주적 정부가 적극 발전에 나설 동기가 유발된다. 그래야 국민경제를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내 재산이라는 생각하에서 포용적 발전을 하려는 동기가 생길 것이다.

한국정부가 북한정권의 장기집권에 방해가 되지 않고 북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을 때라야 실질적 협력이 가능하다. 북한에 대동강기적 프로젝트와 동반자 관계를 제안하고 지원을 약속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발전전략을 적극 전수해야 한다. 개발연대 발전의 노하우를 한국이 아니라 북한에 적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새마을 운동과 수출진흥정책, 중기육성정책, 중화학공업화 전략 등을 외국이 아니라 북한경제 개발에 활용하면 된다. 
 

2012년 북한의 6.28 경제관리조치는 등소평의 안휘성 봉양현 소강촌 집단농장 개혁 모델을 따른 것이다. 최근의 14개 경제특구지정도 북한의 경제개발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최근의 정치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보면서 북측에 의견을 전달하고 협력가능성 타진할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남한은 과거 발전의 노하우를 재가동하기에는 부적합한 평등주의 이념에 과도하게 경도된 상태다. 경제평등주의가 확산되면서 한국경제의 미래는 밝지 않아 보인다. 한강의 기적의 노하우를 대동강기적으로 연결하는데 성공하게 되면 한국내 정치권과 국민들의 과도한 평등주의적 이념성향과 정책에 대한
자성과 경종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는 남·남 대립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되어, 결국 남북한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동강기적 비전과 신뢰프로세스
지금처럼‘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이념 하에서 남한이 추구하는 남북협력 혹은 통일은 북한 기득권세력에 불리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협력도, 진정한 신뢰도 이끌어내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 남북간 대치상황을 고착시켜온 ‘북한 지배세력의 구축을 전제로 하는 통일전략‘의 수정없이 진정한 협력유도는 어렵다.

북한에, 특히 북한 지배세력에 희망을 주지 않고는 남북관계의 개선 전망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대동강기적이 북한의 비전으로 수용되면 신뢰프로세스는 자동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 경제적 약속을 지키는 신뢰프로세스 없이 대동강기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북한에 대한 투자위험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창치의 정착 없이 대동강기적은 실현되기 어렵다. /좌승희 미디어펜회장, KDI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민주평통 경제과학환경분과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