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인 삼성화재, 삼성증권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로 하면서 업계에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18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9%를 추가로 사들여 보유 지분을 23~24%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삼성증권 보유 지분도 9%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도 20%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이날 오후 나란히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삼성생명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전량 인수키로 한 데 이어 8개월 만이다.

삼성생명의 잇단 금융계열 지분 매입은 지주회사 요건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상장회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대외적인 요건이 아직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는 아니다,

금융중간지주회사법은 국회에 발의만 돼 있지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법이 발효돼야 삼성생명 같은 금융사가 같은 금융계열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금융중간지주 전환과 함께 삼성이 결국 '금융은 삼성생명 중심으로, 전자 등 실물 사업부문은 전자와 통합삼성물산 중심으로' 모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삼성의 지분 정리다. 통합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 19.3%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를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야만 명백한 지주 체제로의 실질적인 전환이 가능하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가가 그룹을 이끄는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로 모아진다.

삼성전자 지분을 0.6%밖에 보유하지 않은 이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통합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4.1%)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그리고 이후 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어지면 '지주사의 마법(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통해 오너의 지분율이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법 입법 이전에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설도 끊임없이 흘러나온 적이 있다. 원샷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삼성SDS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10분의 1 이하로 떨어지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합병을 해도 합병비율상 오너가에 별 실익이 없어지는 딜레마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사업재편이 결국 금융중간지주회사법 입법과 맞물려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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