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4.5% 확정금리 자산유동화증권(ABS) 출시로 화제가 됐던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투자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은 3박4일 일정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베트남을 방문했다.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 대표단에는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을 비롯해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이희권 KB자산운용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베트남 재경부와 호찌민 증권거래소, 하노이 증권감독위원회 및 현지 기업 등을 방문하면서 한편으로는 투자 대상도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띈 것이 베트남 랜드마크 72빌딩이었다. CEO들의 저녁 식사자리이기도 했던 이 건물이 좋은 투자처라는 판단에 몇몇 운용사 대표는 미래에셋과 공동으로 투자하기를 원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어차피 우리는 다 월급쟁이 CEO니 서로 협조해서 성과를 올리자”고 미래에셋 측에 제안했다. 미래에셋도 흔쾌히 승락했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에 보고가 들어가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랜드마크72가 좋은 물건이라고 판단한 박 회장은 단독으로 투자하기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AON BGN이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을 인수할 때 미래에셋증권은 선순위대출 3000억원과 전환사채 1000억원 등 총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투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담당하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이를 통해 출시한 확정금리 4.5%의 랜드마크72빌딩 ABS는 판매 이틀 만에 2500억원 모두 완판 되는 대박을 쳤다. 모두 박 회장의 빠른 의사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운용사 CEO 베트남 방문과는 상관 없이 지난해 말부터 투자를 고려하고 있었다”며 “자기자본이 크다보니 경쟁자에 비해 공개경쟁 입찰에서 과감한 베팅이 가능했던 것이 부동산 투자에 나설 때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회사에 비해 오너 기업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 상품 출시 이후 미래에셋은 더욱 왕성한 부동산 욕구를 보이고 있다. 해외 뿐 아니라 침체 중인 국내 부동산에서도 수익 가능성이 있으면 과감한 베팅을 하고 있는 것.

영국계 국제투자회사 캐슬파인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관광시설 매입과 신규 복합리조트 건설 등에 사용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사명 ‘미래에셋’을 지을 때부터 부동산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주식과 채권의 시대는 가고 미래 에셋(자산), 즉 다시 부동산 투자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김석중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대표는 “미래에셋이 업계 발전을 위해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쓰고 있다”며 “다른 회사에 비해 자기자본이 크다보니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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