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생사의 갈림길에 선 한진해운이 이번 주 중 최대 고비를 맞는다.

21일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두고 채권단과 한진그룹의 이견은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은 앞으로 1년 6개월 동안 1조∼1조2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유동성 부족으로 연체한 용선료, 항만이용료, 유류비 등의 규모도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한 자금은 한진해운에서 자체 해결해야 경영정상화에 돌입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하면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 의견이다.

금융당국 역시 자금 투입 없이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의 선례가 있는 만큼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대로 한진그룹에서는 4000억원 이상은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정부·채권단과 한진그룹 간에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양측이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은 유동성 지원은 불가능하지만, 부채비율을 관리하는 데에는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양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한진해운 역시 경영정상화를 위한 다른 조건들은 대부분 충족시킨 상황이다. 일부 선사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던 용선료 협상은 최근 진전을 이뤄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는 곧 선주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진해운은 또 내달 2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회사채의 만기를 연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에 앞서 가장 먼저 충족해야 하는 '부족자금 자체 마련'이라는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은 부족자금의 총량을 줄이기 위해 진행한 해외 금융사와의 선박금융 유예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계열사를 활용해 한진해운의 유동성에 숨통을 틔워주는 '결단'이 나오느냐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조중훈 창업자 때부터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물류기업을 지향해왔다는 점에서 조 회장이 어떻게든 추가 자금을 마련해 한진해운을 품고 갈 것으로 예상한다.

조 회장이 2014년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최은영 전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이 크게 작용한다면 계열사를 통한 지원 외에 조 회장의 사재 출연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으로는 계열사를 활용해 채권단이 요구하는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올 경우 그룹 전체의 경영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 경기침체가 계속돼 당분간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개시를 통해 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면 다음 수순은 현대상선과의 합병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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