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전세계 206개국이 참가한 이번 올림픽은 남미 대륙에서 열린 최초의 올림픽으로 개막전부터 지카바이러스, 치안문제 등으로 시끄러웠다. 

대회를 성황리에 마친 가운데 이번 리우올림픽의 인상적인 순간을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을 빌려 선정했다. 

◇'인간승리' 골프여제 박인비 금메달·마이클 펠프스·우사인 볼트의 '마지막 올림픽'

116년만의 올림픽 골프 금메달을 목에 건 박인비가 리우올림픽 '좋은놈'의 순간에 뽑혔다. 

박인비는 이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펼쳐진 메이저대회에서 손가락 부상으로 기권하는 등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부상 회복 후 리우올림픽 출전에 앞서 컨디션 점검 차 출전했던 국내대회에서는 컷오프 탈락하면서 후배들의 길을 막는다는 비난 여론까지 받았다. 

그러나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 7승에 빛나는 세계적인 선수였다. 116년만의 올림픽 금메달, 우승후보 0순위의 한국 골프 대표팀 등 부담감까지 더해진 리우올림픽에서 최종스코어 16언더파를 기록하며 2위권과 6타차 압도적인 성적으로 시상대 가장 상단에 올랐다. 

인간승리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전세계에 116년만의 골프 여제 탄생을 알린 순간이다.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와 자메이카의 '인간 탄환' 우사인볼트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 선언도 이번 대회 감동의 '좋은놈' 순간으로 뽑았다.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4x100m 계영, 200m 접영, 4x200m 계영, 4x100m 혼계영, 200m 개인혼영), 은메달 1개(100m 접영)를 따내며 5관왕에 오른 펠프스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역대 올림픽에서 총 2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살아있는 전설이다.

정상에서 은퇴하는 것은 모든 운동선수들의 꿈이다. 그러나 쉽진 않다. 기량에 물이 올랐을 때는 미련이 남게 마련이다. 그러나 펠프스는 달랐다. 펠프스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은퇴 소식을 전했다. 

'인명구조'라는 새로운 제2의 인생을 펼치겠다는 꿈을 밝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전달했다.

물에서는 펠프스가 있다면 지상에는 우사인 볼트가 있다. 볼트가 '불멸의 기록'을 남기고 올림픽 트랙에 작별 키스를 한 순간은 경건함 마저 느끼게 했다. 

볼트는 지난 2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앵커(마지막 주자)로 나서 역주하며 자메이카의 37초27의 기록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볼트는 남자 100m와 200m에 이어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꿈의 기록인 ‘3연속 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볼트 역시 박수칠 때 떠날줄 아는 선수였다. 볼트는 경기가 끝난 뒤 트랙에 키스 하며 올림픽 무대 은퇴를 선언한 작벽의식을 거행했다.  

◇심판판정 논란, 레슬링 심판진

4년간 올림픽만 보고 피땀 흘려온 선수들을 한순간 허망하게 날려버리는 심판 판정은 매 대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의 노력에 뒤통수를 치는 화려한(?) 심판 판정이 '나쁜놈' 순간으로 선정했다. 

한국 레슬링대표팀의 김현우는 이번 대회에서 심판 판정의 직접적인 피해자다. 김현우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열린 16강전에서 러시아의 로만 블라소프에게 3-6으로 뒤지고 있었다. 김현우는 경기 종료 3초전 가로들기 기술을 성공시켰다.

레슬링의 가로들기는 4점짜리 기술로 김현우는 정상대로라면 7-6으로 역전승이 유력했다. 그러나 심판은 2점만을 부여해 김현우는 5-6으로 경기에 패했다.

레슬링대표팀은 그러나 향후 남아있는 레슬링 일정에 한국이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제소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뒤 류한수가 또 다시 석연찮은 심판판정에 눈물을 흘렸다. 

레슬링 심판판정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현우를 이긴 블라소프의 경기에서는 어김없이 잡음이 흘러나왔다. 블라소프는 4강전에서 상대선수의 초크에 기절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러시아에 금메달을 선사하겠다는 심판진의 노력(?)에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외국의 주요 외신들은 "기절하고도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며 이해할 수 없는 심판판정을 조롱했다.

◇"예수의 기적?" 부상당했다던 엘리스, 경기 후 '펄쩍펄쩍'

올림픽이 순위싸움이라고는 하지만 지독한 비매너를 보인 선수들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한국 축구대표팀에게는 온두라스의 엘리스가 그런 선수일 것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조별예선에서 독일, 멕시코 등 강호를 제치고 1위로 8강에 오른만큼 한국 대표팀의 반격은 매서웠다. 

그러나 우리는 브라질 리우에서 생각지도 못한 중동의 '침대축구'를 시청했다. 선제골을 기록한 온두라스는 이후 의도적인 시간 끌기에 주력했다. 경기장을 찾은 브라질 관중들마저 야유를 퍼부을 정도였다.

특히 선제골을 기록한 엘리스는 비매너의 끝을 보였다. 후반 42분 축구 대표팀의 심상민에게 반칙을 범한 뒤 공을 잡으려는 정승현에게 다가가서 부딪치더니 그대로 드러누웠다.

엘리스의 연기에 온두라스 대표팀도 함께 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치료하라는 주심의 지시에도 온두라스 의료진은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들것이 들어와서야 엘리스는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경기가 지연된 만큼 상당한 추가시간이 기대됐지만 대기심은 단 3분만을 선언했다. 이 마저도 엘리스의 치료시간이 겹치며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이 허용돼야 했지만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가 끝난 후 우리는 또 다시 기가막힌 장면을 목격한다. 전혀 일어나지 못할것 만 같은 엘리스는 경기 종료 휘슬에 펄쩍 뛰며 그라운드를 달려나왔다. 예수의 기적(?)이 실현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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