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김연아 이어 박인비 후원…스포츠 명가 대박 '순이익 1위' 기대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브라질에서의 금메달, 그리고 한국에서의 금메달."

KB금융이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 전망이다. '박인비 효과'로 수혜를 본 것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업계 최고 순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순이익 1위의 경우 현대증권 매수에 따른 장부상 이익이긴 하지만 상징성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회장 윤종규)은 지난 22일 폐막한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에 마지막 금메달 낭보를 울린 골프 박인비 선수의 공식 후원사다. KB금융은 박인비 선수가 불세출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스폰서를 찾지 못했던 2013년 5월부터 박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 KB금융은 박인비 선수가 불세출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스폰서를 찾지 못했던 2013년 5월부터 박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LPGA홈페이지


박인비 선수와 KB금융의 만남은 여러 모로 '윈윈'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박 선수는 2013년 KB금융의 후원 이후 길었던 슬럼프를 끝내고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메이저 대회 3곳에서 연달아 우승했다. 이른바 '박세리 키드'로 골프채를 잡았지만 박세리 선수를 뛰어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쌓아올리며 '괴물'로 거듭난 것. 

심지어 2015년에는 그간 우승하지 못했던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했고 올해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면서 박 선수는 골프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영예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림픽 여자골프는 116년 만에 부활한 종목이라 그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골프선수로서 가장 화려한 순간을 맞은 박인비 선수를 후원한 건 KB금융으로서도 큰 호재였다. 큰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을 때마다 박 선수가 착용한 모자에 새겨진 'KB'라는 글자와 로고는 전 세계인들에게 KB금융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피겨 김연아 선수와 2006년부터 일찌감치 후원 계약을 맺으며 남다른 눈썰미를 보여줬던 KB금융의 선구안이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명실 공히 '스포츠 명가'라는 별명을 붙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성과를 내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미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선수보다는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나 선수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게 KB금융의 방침"이라고 KB의 '후원 철학'을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박 선수가 태극 마크를 달고 경기를 펼쳐 직접적인 홍보효과를 누리진 못했다. 하지만 LIG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회사들은 KB금융을 '올림픽 수혜주'로 지목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같은 직접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숫자로 직접 환산할 수 없는 간접 마케팅 효과가 매우 크다는 의미다. 

직접적인 영업 측면에서는 '본업'과 관련된 또 다른 대형호재가 있다. '사상 최초 순이익 1위' 타이틀이다. 이는 KB금융이 오는 11월 현대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 현대증권 순익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KB금융의 올해 당기순이익이 1조 7000억 원~2조 6000억 원 수준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KTB투자증권을 포함한 증권회사들은 여기에 현대증권 지분을 장부가치보다 염가에 인수하면서 따라오는 매수차익까지 더해질 경우 연결순이익이 3조원에 근접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미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KB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3조원으로 상향조정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올해 KB금융은 순이익에서 현재 업계 1위인 신한지주를 누르고 '또 다른 금메달'을 목에 걸 가능성이 높다. 만약 KB금융이 순이익 1위를 달성할 경우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1위를 달성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1조 4548억 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신한지주는 하반기 대손충당금‧퇴직금 등으로 순이익 규모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가 예상하는 올해 순이익 예상치는 최대 2조 4000억 원 수준이다.

아직까지 KB금융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장부상 이익인 데다 남은 하반기에도 여러 변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미리부터 순이익 전망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다"면서 "회계장부상 이익이 아닌 실제 이익이 본질인 만큼 2017년부터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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