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내년 2월 전주 이전을 앞두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심각한 인력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총 12명의 운용 인력이 기금운용본부를 떠났다. 올 2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새로 선임되면서 이윤표 전 운용전략실장이 나가는 등 수장 교체 여파도 있지만 작년 상반기 이탈 운용 인력 수가 3명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4배나 불어난 수치다. 7월 이후에도 운용 인력의 이탈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 전주 이전에 대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젊은 운용역과 직원들이 거부감을 가지면서 국민연금을 서둘러 탈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탈이 거세지자 기금운용본부는 운용역의 기본급을 공기업으로는 파격적인 9%로 인상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인력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당장 현재 채용이 진행 중인 30여명의 운용역을 뽑기도 어렵게 됐다. 지원자의 수준이나 지원 열기가 이전에 비해 싸늘하게 식었기 때문이다.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정부로부터 할당 받은 운용직 정원은 260명에 달하지만 계속되는 이탈에 이를 채우기도 버겁게 된 것.

이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운용역의 이탈로 수익률이 떨어져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기 어려워지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060년가량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수익률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과거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면 전주 이전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공개적으로 부인한데다 국민연금법 제 27조의 개정이 필요해 사실상 전주 이전을 막기는 어렵게 됐다. 국민연금법 제27조 제1항은 ‘공단의 주된 사무소 및 제31조에 따라 기금이사가 관장하는 부서의 소재지는 전라북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남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 개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은 이미 다 체념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서울에 남는 게 좋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자본시장에서 갖는 의미와 영향력을 고려하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게 맞다”며 “지방경제 활성화도 좋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과 서울 잔류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 이전으로 해외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국민연금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사 사장은 “요즘 인터넷이 발달됐다고 해도 과거처럼 국민연금과 운용사가 자주 모여 회의를 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며 “해외운용사가 국민연금을 방문하는 데도 불편함이 따를 게 뻔하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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