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분의 3초 차이로 운명이 바뀌었다. 즈비그니에프 브로드카(30·폴란드)는 웃고 코헨 페르베이(24·네덜란드)는 고개를 숙였다. 
 
브로드카는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내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7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브로드카는 역주를 선보이며 단숨에 1위로 등극했다. 전광판에 찍힌 기록은 1분45초00. 18조와 19조 선수들이 저조한 기록을 내면서 브로드카가 새로운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듯 했다. 
 
싱거워질 뻔한 레이스에 불을 붙인 이는 마지막 조에 속한 페르베이였다. 1,100m까지 속도를 끌어 올리지 못하던 페르베이는 막판 스퍼트로 브로드카와 같은 1분45초00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두 선수는 같은 기록이 찍히자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희비는 오래 지나지 않아 갈렸다. 심판진은 사진 판독을 통해 브로드카가 1분45초0006으로 페르베이(1분45초009)보다 0.003초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며 브로드카의 손을 들어줬다. 
 
숨죽인 채 판정을 기다리고 있던 브로드카는 코치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고 페르베이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개인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브로드카는 올림픽 금메달로 부진을 한 번에 만회했다. 
 
주형준(23·한국체대)은 1분48초59로 40명 중 29위에 올랐다. 비록 상위권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4년 뒤 평창대회 전망을 밝혔다. 
 
한편 '흑색탄환' 샤니 데이비스(32·미국)는 1분45초98로 11위에 그쳤다. 데이비스를 비롯한 미국 선수단은 "신형 유니폼이 기록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구형 유니폼을 입고 나왔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