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빅토르 안은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5초325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안현수/뉴시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3관왕에 오른 이후 8년 만에 맛보는 금메달의 기쁨이었다.
 
그는 포효하면서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여자친구를 향한 세러모니를 펼친 안현수는 빙판 위에 키스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빅토르 안은 결승에서 같은 팀 동료인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32·러시아)와 선두 다툼을 벌이다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들은 다른 국가 선수들을 서로 견제해주다가 막판에 경쟁을 벌였고, 승리는 빅토르 안이 가져갔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 선수도 같이 결승을 뛰게 돼 최대한 같이 경쟁하면서 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는 했었다"며 "큰 틀은 가지고 들어가되 할 수 있는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결과가 좋게 나와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너무 서로를 돕는데 집중하면 페이스를 잃을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준결승에서 러시아 동료와 함께 올라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결승에서 함께 메달을 땄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레이스를 마친 후 빅토르 안은 메달을 수확하지 못한 신다운(21·서울시청)을 안아주기도 했다.
 
그는 "승부를 떠나 한국 후배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4년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힘들지 않은 선수는 없다"며 "누구나 목표는 금메달이고, 목표를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밖에서 서로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의미로 안아줬다"고 설명했다.
 
이날 레이스를 마치고 눈물도 흘렸던 그는 "첫 날 메달을 따고도 많이 참았다. 눈물이 나는 것을 더 이를 악물고 참았다. 금메달을 따고 기쁨을 누려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8년간 금메달 하나 바라보며 운동한 시간이 생각났다. 8년이라는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그것에 대한 보답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눈물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