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퇴임을 하루 앞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6일 지난 1월 자신을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와 "현재까지 전반적인 국가 상황에 대해 깊이 얘기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 전 대표와는 1월 달 비대위원회에 가기 직전, 며칠동안 비대위 참여문제만 갖고 얘기를 해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간 정책 비전 공유에 대해) 현재로서 내가 뭐라고 얘기하기 참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언급은 내년 대선 국면에서의 '킹 메이커' 역할을 시사해온 김 대표가 당내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와 뚜렷한 교감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향후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노·친문계와의 협력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와 자주 소통하지 않았단 게 의외다'라는 질문에도 "지난 7개월 중 처음 3~4개월 동안은 선거에 진력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이후에도 피차 시간이 잘 맞지 않다 보니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사진=미디어펜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전당대회 결과로 예상되는 '도로 친문당' 결과에 대한 우려도 재차 내비쳤다.

그는 임기 초기 "당이 와해될 정도로 혼란스러운 양상이었는데, 당시도 얘기가 된 게 한 계파가 너무나 패권을 휘두른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그런 현상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지 당이 안정되고 내년 대선까지 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전대 과정에 대해서도 "나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너무 지나치게 한 계파쪽으로 치우치지 않겠나' 얘기하는데 (계파 쏠림이) 보편적인 상황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주류 친문계가 자신을 향해 제기해온 당 정체성 논란에 대해 "나는 그 정체성이 뭔지 잘 파악을 못하겠다. 도대체 무슨 정체성에 내가 맞지 않느냐고 물으면 명확하게 답 주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정당이 지향하는 바가 자유민주주의라면 인정하겠지만"이라며 "예를 들어 한동안 햇볕정책을 내가 강조 안한다고 해서 정체성 위반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건 평화통일을 위한 과정 속 하나의 전술적 목표로 사용했던 것이지 언제나 적용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별한 정책적 사항을 갖고 정체성이라고 하면 내가 납득이 잘 안간다"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의 SLBM 발사 성공에 관해선 "한미상호방위조약이란 걸 전제로 해서 안보가 유지돼왔기에 그걸 더 강화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특히 "사드 배치라는 것도 사실 그 틀 속에서 생각해야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란 게 없고 미군 주둔이 없었다면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지 않겠나"라고 친문계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