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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과 불륜 기념비작 '왕가네식구들' 해도 너무해
왕수박 허세달의 엽기행각, 겹사돈에 또 겹사돈...열악한 드라마제작환경이 문제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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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4-02-17 09: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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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근 선문대교수
흔히들 막장드라마를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한다. 대체로 막장드라마라고 하면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엄청난 비판이 쏟아지고, 거기에 비례해서 시청률도 올라가는 역설적인 현상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때문에 막장드라마는 일종에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인 셈이다.
 

그래서 2007년 ‘조강지처 클럽’ 2008년 ‘아내의 유혹’을 시작으로 최근 ‘오로라공주’에 이르기까지 막장드라마는 한국 방송드라마의 견고한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끝난 KBS2TV의 ‘왕가네 식구들’ 역시 막장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반이후 무언가 교훈을 남기고자 하는 코믹 가족드라마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초반 허세달(오만석)과 왕수박(오현경)의 일탈수준을 넘어 거의 엽기적인 행각들은 시청자들을 크게 불쾌하고 기막히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장면을 두고 ‘방귀 뀐 놈이 화낸다’고 하거나 유식한 말로 ‘적반하장’이라고 하는 것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드라마에 나오는 왕봉씨 집안 거실에 걸려있는 ‘입장 바꿔 생각하자’는 가훈과 절묘하게 배치된다. 물론 시아버지로 나오는 최세달(이병준)의 며느리오디션이나 이유없이 며느리를 구박하는 장면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막장성(?) 설정이다.

하긴 이 드라마 대본을 쓴 작가가 이전에도 이런 막장드라마를 히트시켜온 명성높은 작가라는 점에서 별로 새롭지는 않다(조강지처 클럽 봤을 때 불쾌했던 기억이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반복된 느낌이다.)
그런데 필자가 이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하는 이유는 조금 다른데 있다. 막장드라마가 다른 불륜드라마와 차이점은 ‘불륜도 그냥 불륜이 아니라 가족 간의 불륜’ ‘사돈과 겹사돈’ 같이 한두 가족을 배경으로 비정상적인 관계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왕가네 가족들은 ‘겹사돈에 또 겹사돈’을 만들어내는 이전 막장관계를 한번 더 꼬아놓은 진정 ‘막장드라마를 한 단계 격상시킨 기념비적 드라마’인 것이다. 실제 주인공 격인 이앙금여사(김해숙)와 왕봉(장용)교감은 박살라여사(이보회)와 겹사돈을 넘어서, 최대세(이병준)과도 겹겹사돈이 된다.

   
▲ 겹사돈의 겹사돈 등 막장과 불륜의 기념비작드라마인  '왕가네식구들' 가계도

그런데 왜 막장드라마는 몇 안되는 가족들간의 혼인이나 불륜을 주 테마로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 이유는 바로 작가의 비윤리성이 아니라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의 열악한 여건에서 나오는 것이다. 내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통상 주말드라마나 미니시리즈 1편 제작비는 3억~6억원 정도다. 현대물은 평균 3~!4억원정도, 사극은 5~6억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초특급 탤런트를 몇 명 쓰느냐에 따라 제작비가 크게 차이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말극이나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거의 대부분 외주제작사에 의해 외주제작형태도 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상파방송3사가 직접 제작하는 드라마는 아침드라마와 저녁 일일드라마 정도다. 문제는 방송사들이 이들 제작사들에게 충분한 제작비를 책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작사들은 빠듯한 제작비를 PPL 같은 간접광고로 보전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제작비를 절감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작사들은 제작비 절감을 위해 제작인력을 프리랜서로 쓸 수밖에 없다(물론 이것이 우리나라의 방송영상제작 인력들의 고용불안정의 근본 원인이다). 이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출연자 수를 크게 줄이는 것이다. 시청률 때문에 특급 혹은 1급 배우를 몇 명 쓰는 것은 불가피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나면 다른 조연급이나 그 이하 출연자들은 출연료가 매우 적은 이른바 업계 용어로 ‘산마이(さんまい)’를 쓰게 마련이다. 오래전에 안방극장이나 스크린에서 사라졌던 중년배우가 사연 없이 느닷없이 다시 등장하는 이유도 대체로 여기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더라도 절대 출연자숫자를 줄여야만 한다. 70년대 ‘꽃동네 사람들’이나 80년대 ‘전원일기’처럼 30~40여명이 넘는 출연자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이제 TV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외동아들 아니면 외동딸이고. 노인은 항상 홀아비 아니면 홀시어머니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는 배경도 한두개 가정집이나 직장정도만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대체로 미니시리즈 50부작 혹은 일일연속극 100회 이상 작품을 끌어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5개 혹은 10개 이상의 에피소드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몇 개 안되는 상황과 제한된 출연자들을 가지고 이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 내 불륜이나 겹사돈, 겹겹사돈이 절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2008년에 인기를 끌었던 ‘아내의 유혹’이 아니라 ‘남편의 유혹’ ‘시아버지의 유혹’ ‘처제의 유혹’ 같이 성인물 제목 같은 막장드라마 아류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근친상간 혹은 가족 내 불륜은 드라마의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때문에 이 같은 제작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막장드라마는 더욱 교묘하게 꼬아 지속적으로 만들어져 나올 것이고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정말 효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그 피해자는 시청자와 국민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방송 효과 중에 ‘현실 규정효과(reality defining effect)’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TV프로그램에 비추어지는 현실이 실제 사람들의 일상생활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자신도 그 행위를 별 문제 의식없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조폭영화와 드라마가 만연하면서, 사람들은 이 세상은 조폭이 지배하고 있고 또 폭력만이 정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과 같다. 아마 막장드라마가 앞으로도 만연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우리 사회에서 가족 내 불륜이나 패륜이 일반적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언젠가 한때 유행했던 ‘신 팔불출’ 중에 하나가 ‘아직도 애인이 유부남’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왜 드라마만 보면 나오는 ‘모르고 살았던 내 자식 없는 나 같은 사람은 도대체 뭐하고 산거지?’라고 개탄해 본 적은 없는지 한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황근 선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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