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근로자 3명 산재불인정 원심확정, 유가족 볼모 노동투쟁 중단해야
   
▲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삼성전자 백혈병 분쟁이 종착역에 도달했다.

지난 수년간 기나긴 터널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어온 백혈병 이슈는 해결가닥을 잡았다.

이제 갈등을 내려놓아야 한다. 야당과 좌파시민단체, 강성노동계가 노동운동으로 점화시키려는 집요한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 백혈병 유가족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강성투쟁노선은 무의미하다. 투쟁을 위한 투쟁은 지양해야 한다. 유가족들과 환자들을 위한 진정한 치유와 보상, 예방대책에 힘을 모아야 한다.

대법원이 30일 삼성전자 사업장에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거나, 투병중인 근로자 3명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번 소송은 원심대로 확정됐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려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증명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근로자별로 담당한 공정과 업무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심리해 일부원고들의 청구만 받아들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못박았다.

최종심인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함에 따라 삼성을 괴롭혀온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과격한 투쟁과 이슈 제기는 명분이 없어졌다. 백혈병 문제가 불거진 후 실로 9년만이다.

백혈병사태를 복기해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유가족과 환자를 위한 순수한 협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운동권세력이 개입해서 끝없는 분쟁과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살라미전법'으로 삼성을 압박했다. 삼성이 하나를 수용하면 또 다른 하나를 요구해서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좌파 언론과 강성 야당정치인을 개입시켜 여론전으로 삼성을 힘들게 했다.

삼성을 악덕기업으로 그린 영화(또 하나의 약속)까지 만들어 사회적 이슈로 만들려 했다.

글로벌기업 삼성은 최선을 다해 유가족들과 환자를 배려하려 했다.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2014년 5월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방안을 밝혔다.

   
▲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갈등이 종착역에 이르렀다. 대법원이 30일 근로자 3명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확정판결했기 때문이다. 노동단체 반올림은 더이상 갈등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회사와 유가족및 피해자간에 사과및 보상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가족들에겐 보상이 가장 중요하다. 삼성전자 반올림 가족대책위 등 3자가 조정위원회에서 협의를 하고 있다. /미디어펜

같은해 11월에는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도 발족됐다. 조정위원 상당수는 친노동 진보성향의 인사들이었다. 삼성은 대승적으로 조정위원들의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보상을 신속하게 진행하기위해서였다.

노동세력은 달랐다. 유가족을 볼모로 끝없는 협상과 갈등재생산으로 협상을 교착상태로 빠지게 했다. 반올림의 노동투쟁에 지친 유가족및 피해자들이 별도로 가족대책위를 조직해서 전향적인 협상자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마침내 지난 1월, 가족대책위, 반올림 등 3자간에 재해예방 최종합의서에 극적으로 서명했다. 사과와 보상책도 최대한 진정성을 갖고 접근했다. 지난해 7월 조정위가 권고한 내용을 거의 수용한 것. 기금 1000억원을 조성해서 9월부터 보상접수를 받았다.

보상을 신청한 유가족과 환자는 150명이 넘는다. 현재까지 100여명이 보상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명의로 보상에 합의한 유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문도 전달했다.
   
문제는 반올림이 끝없는 이슈화를 획책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유가족들의 모임은 가족대책위가 사과 및 보상에 합의했는데도 불구, 삼성규탄집회를 열었다. 사과와 보상이 미흡하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갈등의 불씨를 끝없이 이어가려는 책략이 드러나 보인다.

반올림의 투쟁노선에 대해 환자와 유가족들이 반기를 들었다. 한 환자(김은경씨)는 지난 5월 18일 반올림을 비판하는 글을 삼성사내매체인 ‘미디어삼성’에 올렸다.

김씨는 이 글에서 "반올림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아마 이 문제가 해결되면 반올림의 존재가치가 사라지고 자신들이 할 일이 없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올림이 200일동안 농성하고 있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올림 활동가들은 삼성이 존재하는 한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계속 싸우려고만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결국 그는 반올림이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보상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봤다.

반올림의 노림수가 어디 있는지 알게 한다. 삼성에 노조깃발을 꽂는 것이 최종 투쟁 목표임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대표가 지난1월 12일 '재해예방대책'에 관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수현 전무, 김지형 조정위원장, 송창호 가족대위 대표, 황상기 반올림 교섭단 대표 /연합뉴스
 

반올림은 백혈병 문제를 이슈화하고, 사과와 보상, 재해예방대책을 마련하는 데 나름대로 일조했다. 이것으로 끝내야 한다. 더 이상 갈등을 재생산하고, 삼성을 지치게 하는 시위와 농성등은 그만둬야 한다. 더 이상 폭주하면 '삼성훼방꾼'으로 전락할 뿐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직업병 예방대책에 힘쓰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맨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반도체 사업장을 종합진단하고, 백혈병 등 직업병 예방대책을 협의하는 기구다. 반도체 근무환경의 개선안을 제시하고, 이행사항도 점검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가족및 피해자가족들도 이제 과거를 접고자 한다. 미래지향적으로 가기를 원했다. 피해자및 유가족들 대다수가 보상안에 합의한 것은 이같은 생각을 대변한다. 대법원 최종판결은 되돌릴 수 없다.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 1월 조정위에서 합의가 이뤄진 후 가족대책위원들과 만나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아픔을 헤아리는 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진작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삼성은 갈 길이 멀다. 미국의 애플,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등과 글로벌 스마트대전을 벌이고 있다. 갤럭스 S7과 노트7에 대한 글로벌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S7과 노트7은 삼성위기론을 잠재우고, 분기열 영업이익 8조원을 회복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미래 신수종 개발을 위한 전략적 투자도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바이오와 자동차부품사업, IoT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과감한 인수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미국의 IT골리앗, 중국의 화웨이및 샤오미 등과는 사생결단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잠간 졸면 죽는 게 글로벌 경영환경이다. 반도체직업병 문제로 갈길 바쁜 삼성전자의 에너지를 소진케 하는 것은 더 이상 현명하지 않다.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은 이제 반올림과 결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의 보상이 차질없이 이뤄지고, 앞으로의 예방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반올림과 정치권, 시민단체는 삼성이 이제 경영에 전념토록 해줘야 한다. 갈등과 분쟁으로 점철된 9년의 고통으로 충분하다.

"이제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가족위대표의 말에 120% 공감이 간다.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