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4조지원, 한진해운 수천억 부족액 지원거부 형평안맞아
한진해운이 끝내 최악의 길로 갔다. 법정관리를 통해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 한진해운의 선박들이 중국 등에서 채권자들이 선박을 압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은행이 30일 채권단 회의를 열어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지원 불가결정을 내렸다. 산은의 결정은 심각한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다. 

한진해운이 지난 40년간 피와 땀을 흘려 이룩한 글로벌네트워크가 한순간에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글로벌 가치네트워크 4조원이 물거품처럼 날아갈 것이다.

한진해운은 한반도 유사시 핵심 전략물자를 수송해야 하는 기간산업이다. 북한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도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진해운의 기간산업 가치는 매우 소중하다. 한반도 긴장이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국가안보가 위중한 것을 감안하면 해운산업을 무책임하게 침몰시키려는 관료들과 채권단의 무지가 안타깝다.

   
▲ 산업은행이 끝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시키기로 했다. 기간산업인 한진해운 지원거부로 해운산업의 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이동걸산업은행회장이 한진해운 지원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산업은행

관료들은 책임을 채권단에 떠넘겼다. 수술을 맡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등 부실기업 관리실패로 국민적 지탄을 받으면서 잔뜩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미국 부시와 오바마정부는 리먼 사태이후 GM 등 빅3자동차메이커와 GE 등 핵심산업에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을 했다. 벤 버냉키 전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려대 기업들의 부도를 막았다.

FRB는 기업어음까지 인수하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자금시장의 동맥경화를 막았다. 
미행정부와 FRB의 비상한 유동성공급으로 GM등 빅3는 부활했다.

한국은 어떤가? 대우자동차를 보면 알 수 있다. GM이 인수한 후 GM대우는 본사의 하청기지로 전락했다. 독자모델은 사라졌다. 오히려 대우의 독자모델들이 중국등으로 이전, 생산됐다. 글로벌전략의 부속품처럼 왜소해졌다. GM대우의 생산량은 급감했다.  

외환위기 당시 대우자동차를 한국은행과 채권단이 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내 자동차산업은 현대차와 대우차 복수경쟁체제로 한층 발전했을 것이다. 김대중정부와 이헌재 전금감위원장은 외자유치 명분에 사로잡혀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한진해운은 고 조중훈 한진창업주가 월남전에서 군수물자 수송으로 일궜다. 지금은 세계적인 해운사로 발전했다. 한진해운은 무역대국, 해운강국의 상징이었다. 전세계 글로벌 해운동맹에 가입해 한국기업들의 수출입 물동량을 취급했다.

한진해운은 전세계 74개 노선에 운항중이다. 선복량은 150척, 60만TEU규모를 자랑한다. 이대로 법정관리를 거쳐 파산절차에 돌입하면 한국 해운업 기반 자체가 붕괴할 것이다.

문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필요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상태라는 점. 수출입화주와 부산항만, 해운업계가 겪을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그동안의 유동성위기로 세계 채권자에게 연체된 채무는 7000억원에 달한다.

파산하면 17조원의 부가가치가 날아간다. 회사 소속 임직원과 항만 관련 일자리도 2300개나 사라진다. 대우조선에 대해선 고용대란을 우려해 자금지원을 하면서, 한진해운에 대해선 손을 움켜쥐었다.

   
▲ 한진해운은 국내1위, 세계9위의 글로벌 선사이다. 지난 40년간 피땀흘려 이룩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거부로 한순간에 공중분해될 위기에 몰렸다. /한진해운


한진해운 채권을 보유한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의 채권 1조원이상도 휴지조각이 된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 파산시 현대상선이 빈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참으로 안이한 판단이다. 채권단이 살려낸 현대상선 선박보유량은 한진해운의 70%에 불과하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모든 물동량을 처리할 수는 없다.

해외 선주들이 부산항을 외면하고, 중국 상하이등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부산항의 경쟁력이 급격히 왜소해질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이 너무 쉽게 파산을 고려하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 한진그룹이 제시한 자구안 5000억원과 채권단이 요구사항은 1조원으로 그 차액은 수천억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채권단이 분담할 수 있는 규모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한진해운 채권에 대해 이미 추정손실등으로 다 반영한 상태다. 기간산업을 살리는데 이정도의 의지가 없어서야 어떻게 되는가?

한진그룹은 2조원을 투입했다. 그룹이 가용가능한 모든 재원을 쏟아부었다. 그룹에서 분가한 한진해운을 다시 끌어안아 살리려 안간힘을 썼다. 조양호회장은 에쓰오일 지분까지 처분해서 한진해운에 수혈했다. 해운업의 장기불황이 이정도까지 지속될 줄은 한진도 예상못했을 것이다.

산업은행의 무책임 면피주의도 문제지만, 금융위원회의 무소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우조선 사태때는 신속하게 개입해서 4조원이상의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한진해운에 대해선 채권단에 전가하기 바빴다. 금융당국이 기간산업을 국익관점에서 지켜낼 리더십이 전혀 없다. 주무부서인 해수부의 존재감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가면 법정관리와 파산만이 남았다. 최악의 파국은 피해야 한다.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차선책으로 선택해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합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무역기반을 와해시키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 등처럼 단일국적선사를 출범시키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기간산업은 단순히 시장논리로만 판단해선 안된다. 세계각국은 자동차 조선 해운 등 기간산업의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살리고 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한번 더 숙고해야 한다. 해운산업을 일순간에 침몰시키는 참사가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해운산업 기반을 살리고, 수출기반도 보존해야 한다. 피땀흘려 키운 기간산업을 관료와 국책은행의 면피주의와 눈치보기로 침몰시킬 수는 없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