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비리로 꼬리자르기, 팩트없는 우수석 마녀사냥 취재윤리 어긋나
조선일보가 30일 송희영 주필을 사퇴시켰다.

초호화 유럽여행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한데 따른 최소한의 면피용으로 보인다.

조선일보가 송희영이란 팔을 잘랐다고 해서 그동안 거칠게 진행한 '우병우죽이기' 본질의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난 40여일간 융단폭격한 '우병우찍어내기'에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는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은 31일자 1면에 2단으로 군색한 해명을 하는 것으로 넘어갔다. 송의 사표를 수리했다면서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국민적 공분을 초래한 부패언론인 문제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이나 자정노력은 없었다.    

   
▲ 우병우죽이기에 몰두해온 조선일보가 송희영주필 사퇴로 위기를 넘어가려 하고 있다. 지난 40일간 팩트없는 무리한 우수석 마녀사냥에 대한 반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연합뉴스

사설은 더욱 오만함을 드러냈다. 송주필의 일탈과 우수석 비리의혹 보도를 연관짓지 말라고 강조했다. 우수석 처가땅 매매의혹 기사는 유력한 외부제보를 바탕으로 사회부 법조팀 기자들이 발로 뛰어 취재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팩트가 없는 우수석 죽이기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우수석 찍어내기 보도는 무리한 의혹을 사실인양 부풀린 데서 비롯됐다. 발단이 된 것은 지난 7월18일자 1면 톱. 제목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부동산 넥슨, 5년전 1326억원에 사줬다>였다.

문제는 당시 넥슨주식을 처분해 100억원대 재산을 거머쥔 진경준 전 검사장이 우수석과 김정주 넥슨회장을 알선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는 점. 우수석이 진의 넥슨주식을 눈감아준 것에 대해 진이 보답차원에서 강남땅을 김정주에게 알선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합리적 의심이라기 보다는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썼다는 느낌이 든다.  

우수석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정주를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진경준과 처가 땅 매매문제를 논의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언론중재위 소송에 이어 민형사 소송도 제기하며 법의 판단을 구했다. 김회장, 진 전 검사장도 전면 부인했다.

언론은 합리적 의심을 갖고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취재보도에 필수적인 사실확인을 하지 않았다. 강남 땅 매매 의혹보도는 우수석의 명예와 공직수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청와대 핵심참모 의혹을 단독보도하면서 사실확인을 체크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취재 윤리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조선의 보도 태도라면 우수석은 김정주 회장을 당연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사가 모든 기업인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송희영같은 부패언론인이 모든 업자를 다 알고 있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조선일보 취재기자가 최근 열린 언론중재위소송에서 변론한 것을 보면 군색하다. 소송에 참여한 인사들에 의하면 해당기자는 "몇몇 사람들에게 취재해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핵심쟁점인 진경준의 개입여부에 대해 전혀 물증을 제시하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 '인격살인'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어물쩡 넘어가려했다. 

조선은 우수석에 반론권도 주지 않았다. 정확한 팩트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반론권은 철저히 무시했다. 거대 언론권력이 의혹보도를 하면 해당 공직자는 무조건 옷을 벗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조선일보 보도와 언론중재위에서 조선측의 해명을 종합하면 정보지 수준의 의혹을 보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조선은 이날 사설에서 법조팀 기자들이 발로 뛰어서 취재보도한 것이라고 했다. 발로 뛰었다면 당사자에게는 왜 발로 뛰어 취재하지 않았는가? 미리 정해진 프레임(우수석 죽이기)에 따라 보도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다.

조선은 의혹 보도에 이어 한달간 별건 보도에 매달렸다. 아들 병역과 처가의 부동산및 재산관리회사에 의혹이 많다면서 두들겼다. 심지어 막내 처제의 온두라스 위장국적 의혹까지 제기했다. 우수석의 공직수행과 전혀 상관없는 가족, 친인척 문제를 시시콜콜 들춰내며 마녀사냥을 했다. 언론권력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준 사례들이었다.

   
▲ 조선일보는 7월 18일 1면톱으로 우병우수석 처가 땅이 넥슨에 매각됐으며, 진경준 검사장이 중간에서 알선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그동한 물증도 제시하지못한채 가족과 친인척문제 등 별건의혹 보도로 우수석찍어내기에 나섰다. 정당한 권력비판으로 볼 수 없다. 취재윤리에 어긋난 언론권력의 오만함이 나타난다는 비판이 적지않다.

송희영이 주관했던 논설실도 우수석 죽이기 사설을 수시로 썼다. 일부 부처 개각 전에도 우수석 경질없는 개각은 의미가 없다고까지 평가절하했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사장과 박수환 뉴스컴 사장과의 비리에 연루된 송이 왜 우수석 경질에 목맸는지가 드러난 셈이다. 남-박 비리 수사가 자신에게 미칠 것을 잔뜩 우려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조선일보는 국내1등 신문의 언론권력을 최대한 활용해 '우병우찍어내기'에 올인했다. 자신들의 막강한 힘이라면 그의 낙마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착각한 듯 하다. 경영진은 수사를 받던 기업인을 선처해달라고 민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주필도 자신의 비리를 덮기위해 사설을 악용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조선의 우수석 죽기이는 언론의 정당한 권력비판으로 볼 수 없다. 고삐풀린채 비대해진 언론권력의 오만함이 잔뜩 묻어난다. 근거없는 우수석 죽이기와 송주필의 비리덮기 시도는 '조선일보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메이저 언론들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무소불위의 언론권력이 됐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보수성향의 주류세력을 독자층으로 삼아 30여년간 1등신문의 위상을 향유했다. 사주및 회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된 '보수장사'도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 4.13총선직후 새누리당의 패배와 관련, 한 논설실 간부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했다. 보수층을 분노케 한 극단적인 글이었다.

어느 시민단체 리더는  "조선일보가 펜대 굴리는 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수우파신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동가식 서가숙의 기회주의 보수장사를 한다는 비판도 나올 정도다.   

한국의 언론권력은 도덕적 기반이 취약하다. 언론윤리도 매우 미흡하다. 송주필의 극단적인 부패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언론권력은 사회의 목탁이자 건전한 비판기능 등 언론윤리를 상당부분 상실했다. 메이저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도 높다. 송주필의 거대한 부패행태는 김영란법에 언론권력이 왜 포함돼야 하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조선일보는 송주필 개인비리로 우병우 죽이기를 덮으려 해선 안된다. 우병우 찍어내기는 취재의 정당성을 상실했다. 꼬리자르기로 넘어가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그동안의 우병우찍어내기는 정론(正論) 추구보다는 경영진과 간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정론지(情論紙)'로 비쳤다.   

조선의 행태는 보수진영을 심각하게 분열시키고 있다. 조선일보 신뢰성측면에서도 치명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절독운동도 심상찮다. 브레이크없는 조선의 행태는 박근혜정부를 식물정부로 전락시키려는 음모로 비치기까지 한다.

내년 대선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언론이 무소불위의 '괴물권력'으로 변하는 것은 대한민국에도 불행한 일이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