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한진해운이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제 회사의 운명은 법원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법원은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을 따져 법정관리에 들어갈지, 아니면 청산 절차를 밟을지를 조만간 결정한다. 여기서 회생 가능성은 회사가 영업해서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일단 해운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산 절차 개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데다 당장 해외채권자들의 선박압류와 화물 운송계약 해지, 용선 선박 회수, 글로벌 해운동맹 퇴출 등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정관리 신청 직전 해외채권자들은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을 가압류하고 빌려준 선박의 운항을 거부하는 등 권리 행사에 나섰다.

싱가포르 법원은 전날 독일 선주인 리크머스의 요청에 따라 한진해운의 5308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인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 항구에 가압류했다.

아울러 한진해운이 용선해 운영하던 컨테이너선 '한진멕시코호'는 용선료를 제때 받지 못한 선주인 PIL의 거부로 운항이 멈췄다.

중국 샤먼·싱강,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사바나,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등 해외 항구 다수가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 자체를 거부하는 일도 벌어졌다.

선박이 입항하면 항만 접안, 화물 하역 등의 작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현금으로 줘야 입항을 허가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모두 한진해운이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법정관리행이 확실시될 경우 벌어질 것으로 예견됐던 일이다.

한진해운의 미지불금은 용선료 2455억원, 하역·운반비 2200억원, 장비임차료 1087억원, 유류비 363억원 등이다.

이처럼 밀려있는 대금부터 갚아야 선박 가압류 등의 조치를 막고 영업 활동을 재개할 수 있지만 유동성 부족을 겪는 한진해운으로선 그럴 여력이 없다.

해운동맹 퇴출도 예정된 수순이다.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은 선박 억류와 화주들과의 신뢰도 문제를 고려해 최대한 빨리 반강제로 탈퇴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원양선사는 글로벌 해운동맹을 통해 노선을 공유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생존에 필수다. 머스크와 같은 세계 최대 선사도 해운동맹의 도움을 받는다.

한진해운이 이런 동맹체에서 퇴출당하면 자체 선박과 단독 항로만으로 영업 활동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날 정부가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한진해운의 파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영업망, 인력, 해운터미널 등 그나마 남아있는 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면 한진해운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회생절차가 결정되기까지 3∼4개월이 걸릴 텐데 그전에 급한 대로 일부 인수 작업을 개시해야 할 것"이라며 "법원이 승인해주면 파산 결정이 나기 전에 선택적으로 인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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