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최첨단 제품을 싸게 만들어 철강 분야 공급과잉 문제를 극복하겠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31일 태국 방콕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현재 우리나라 철강 산업은 틀림없이 공급과잉 상태"라면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설비를 줄이거나 좋은 제품을 만드는 방법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포스코는 현재 수익성이 높은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를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WP는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하거나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경제성을 갖춘 제품을 말하며 포스코는 올해 WP의 비중을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권오준 회장은 "같은 아연도금이라도 최첨단 기가(Giga)급 강재를 누가 만들어서 싸게 파는가가 핵심이다"며 "포스코는 지금 개발 중인 기가급 강재가 10개도 넘기 때문에 이 시장을 리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트윕(TWIP), HPF(고온프레스성형)강 같은 제품이 포스코가 개발한 첨단 기가급 강재로 꼽힌다.

트윕강은 포스코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최첨단 강재로 세계 철강사 가운데 포스코가 유일하게 양산에 성공했다. ㎟당 100㎏의 하중을 견디면서 같은 강도의 강재보다 가공성은 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HPF강은 열처리 때 가공성을 높인 제품이다. 통상 철강재의 강도가 1.5 GPa(㎟당 150㎏까지 하중을 견딘다는 뜻)보다 높아질 경우 가공이 어려워지는데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스코가 세계 최고 강도 수준인 2GPa급 제품의 생산에 성공했으며 지난 2014년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르노의 친환경 차량 이오랩에 사용됐다.

권오준 회장은 이날 라용주 아마타시티 산업단지에서 열린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을 찾았다. 태국 CGL은 포스코가 동남아에서 처음으로 세운 고급 자동차강판 공장이다.

권오준 회장은 "이제 포스코가 국내에서 철강으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전 세계 여러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에 더 관심을 두고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태국은 동남아의 핵심 국가로 자동차 산업이 굉장히 활발하다"며 "이 공장 준공을 계기로 한 걸음씩 해외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과 일본의 대형 철강사가 최근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공급과잉이 생긴 상황"이라며 "앞으로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포스코 구조조정을 이끈 권 회장은 "2014년 취임했을 때, 악화한 포스코의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만들라는 미션이 나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구조조정 목표의 60% 이상을 달성하면서 7조7000억원가량 현금을 확보했는데 남은 임기 동안 80% 이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그간 부실을 털어내며 몸집 줄이기에 힘썼던 포스코가 이제는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정리해서 줄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앞으로는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며 "줄이기만 하는 것은 기업의 제 모습이 아니며 기업은 움직이고 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래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한 일본과 유럽에서는 고로 업체가 전기로 업체나 압연(壓延) 라인 업체 등을 흡수하는 쪽으로 갔는데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오준 회장은 "그간 구조조정을 진행한 덕분에 포스코의 재무 건전성이 좋아졌는데 미래 투자를 위한 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만든 건전한 재무 상황을 바탕으로 리튬, 니켈, 티타늄 등 비철강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해 신성장 동력을 찾아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이 한국산 도금강판, 냉연강판에 이어 이번에 열연강판에까지 '관세 폭탄'을 떨어뜨린 상황에 대해서는 "냉연과 열연 제품을 합해서 연 100만t가량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포스코 전체 생산 물량이 3600만t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US스틸 등 현지 업체와 협력해 앞으로 진행될 관련 재심 등에서 상황을 잘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준 회장은 "통상 관련 규제는 사전 협의와 대응이 중요하다"며 "통상 전문가와 유대 관계를 다지고 사회 기여 활동도 강화해 좋은 방향에서 무역규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CGL 공장을 준공한 태국에서의 통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태국 정부에 현지 인력 고용 등 이 공장의 중요성을 잘 인식시켜 무역규제가 나오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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