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독일 덴마크 해운사 무조건 살리는 것과 역주행, 금융논리 기간산업 붕괴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해운사들이 위기에 몰렸을 경쟁국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살렸다.

정부가 주주로 참여했다. 국부펀드와 민간은행을 동원해 회생시켰다.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웠다.

중국 네덜란드 독일 일본 등 해운강국은 자국해운사를 어떻게든 회생시켰다.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핵심 기간산업인 해운업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무역강국일수록 해운업경쟁력을 중시한다.

세계수출1위 중국은 2008년 리먼 사태이후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150억달러를 지원했다. 무려 141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는 CSCL과 코스코를 합병해 세계4위 해운사를 출범시켰다.

   
▲ 금융위 정은보 부위원장이 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이후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와 산업은행의 무소신 무능 면피주의가 기간산업인 한진해운의 파국을 몰고왔다. /금융위

덴마크정부는 머스크에 5억2000만달러를 지원했다. 국책은행은 해운사에 62억달러를 대출했다. 

독일은 2009년 하파그로이드가 파산위기에 몰렸을 때 중앙정부는 대출보증을 해줬다. 해운으로 먹고사는 함부르크시는 7억5000만 유로를 현금으로 지원했다. 함부르크시가 최대주주가 된 것. 기간산업은 무조건 살리고 본다는 독일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의지가 강했다.

무역강국들이 국민혈세와 공적자금까지 동원해 해운사를 살리는데, 한국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면피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감사원 감사를 피하고, 문책을 당하지 않을 까 하는 소극행정만이 판을 치고 있다. 대마불사 신화를 깼다고 박수받을 것으로 착각했나?

피땀 흘려 키운 기간산업을 한순간에 내동이치는 게 좋은가? 해운및 무역업계 파장과 일자리손실, 해운강국 이미지 실추, 전세계 해운업계에서의 한국왕따등을 생각했는가?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직후 영업이 마비됐다. 미국과 중국항구에선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이 거부됐다. 부산항서도 레싱업체들이 한진해운 선박의 컨테이너고정화작업을 하지 않았다.

글로벌 해운동맹에 곧바로 퇴출됐다. 세계의 선주들은 한진해운 배를 압류하기 시작했다. 일부 해상운임도 50%나 폭등했다. 무역국가 한국의 해운산업과 무역이 일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해운산업을 관장하는 해수부는 존재감 자체가 없다. 현대상선 구주조정 때부터 해수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최악의 무능부처다. 심지어 해수부 고위관료조차 한진해운의 구조조정과 생사여부문제에 대해 언론을 통해 파악한다고 한다. 주무정책에서 완전히 소외된 해수부는 존재이유가 없다. 차기 정부에선 이런 해수부는 폐지하는 게 낫다. 세금만 낭비할 뿐이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세계7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전세계에 수출하는 물동량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의존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한국 수출기업들의 운임료 부담이 커졌다. 삼성 LG전자등은 선사전환에 들어갔다. 기계 유화 자동차부품 섬유 등은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을 파국으로 가도록 방치한 것은 두고두고 한국해운및 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다. 금융당국의 무책임하고 보신에 급급한 행태가 지난 50년간 일궈온 해운업을 망가뜨리고 있다.

금융논리에만 갇혀서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보신에 급급한 금융위 임종룡 위원장과 무능 무책임 무소신의 산업은행 이동걸회장은 해운업 붕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가게 만든 것은 너무나 허무하다. 애지중지해서 키워온 해운업을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배짱에 말문이 막힌다.

대우조선에 대해선 수조원의 자금을 긴급 지원했다. 기간산업인 한진해운에 대해선 나몰라라 했다. 한진해운의 부가가치 17조원이 공중으로 날아갈 전망이다. 한진해운 종사자 2700명도 졸지에 일자리 걱정으로 잠을 못자게 됐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최대 2만개에서 3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일자리를 늘리지는 못할망정 있는 일자리도 줄이려는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오만과 만용에 허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십조원의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청년펀드에 급여의 25%를 납부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기업들의 투자가 일어나야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한국은 있는 일자리도 없애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무책임했다. 무지했다. 잘못된 길로 인도했다. 총체적인 해운정책 실패다. 금융위의 무리한 200%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이 문제였다. 200% 미망에 사로잡혀 업종특수성이 있는 해운업도 무조건 이에 맞추라고 강요했다.

   
▲ 한진해운 구조조정을 맡은 산업은행 이동걸회장은 해운업의 특성을 무시한채 법정관리행을 결정했다. 중국과 프랑스 독일 덴마크 일본등이 국적선사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것과 딴판이다. 지난 50년간 피땀흘려 키운 기간산업을 한순간에 도태시키는 금융당국의 오만과 만용에 말문이 막힌다. /산업은행

참으로 황당한 억지정책이었다. 해운업은 막대한 건조비용이 소요된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쉽지 않다. 항공산업도 마찬가지다. 환란이후 금융위는 이런 업종특성을 무시한채 무조건 200%를 지키라고 강요했다.

해운사들은 어쩔 수 없이 보유선박을 헐값에 처분했다. 대신 비싼 용선료를 주고 배를 빌려야 했다. 용선위주로 경영을 한 것이 최악의 독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해운업 수익이 급격히 나빠졌다. 수익은 악화하는 데 용선료는 내리지 않았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모두 고전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 지원으로 회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경영권을 내놓아야 했다.

한진해운은 회생의 티켓을 확보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무책임과 무지, 무능이  기간산업을 붕괴시켰다.

금융위는 기간산업을 없애는 데 치명적인 전과가 있다. 환란당시 대우차를 서둘러 미국 GM에 매각한 것은 두고두고 한국자동차산업의 경쟁체제를 무너뜨렸다. GM대우의 현주소를 보면 알 수 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질주하던 대우차는 이제 변방의 조그만 자동차기지로 전락했다. 독자모델이 없어졌다. GM이 발주하는 모델만 생산한다. 하청기지가 된 것이다. 기업가치 최대 100억달러나 되던 대우차는 GM에 4억달러에 헐값에 팔렸다.

금융기관이 대우차에 유동성을 공급했다면 한국자동차산업은 현대차와 대우차 경쟁 체제로 더욱 발전했을 것이다. 연봉 1억 귀족노조인 현대차노조가 매년 비이성적인 파업을 벌이는 데는 국내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산업은 핵심기간산업이다. 무역국가에선 반드시 국적선사를 보유해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전략물자 수송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과 충돌이 벌어졌을 때 일본과 중국 등의 배를 이용해서 군수물자를 운송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게 됐다. 안보전선마저 주름살이 생겼다.

오로지 금융논리로 해운산업을 죽이는 금융당국의 오만과 무지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캠프에서 낙한산타고 내려간 이동걸 산은회장은 정작 필요한 때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그릇밖에 안되는 인사를 국책은행 수장으로 앉힌 인사도 문제다. 인사가 망사다.

홍기택 전산은회장도 도찐개찐이다. 도저히 국책은행 수장에 앉을 수 없는 백면서생 경제학자가 산업은행을 지휘하다가 망쳤다.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방치하고,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대해 좌파매체기자를 불러다 비난했다. 깜냥이 안되는 인사였다. 홍기택은 중국이 창설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갔다가 무능으로 찍혀 중도하차했다. 국가적 망신만 당했다.     

전세계 해운산업의 흐름과 거꾸로 가는 금융당국과 산은의 무모한 도박으로 인해 해운산업과 무역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 허망한 순간을 보는 것이 지극히 안타깝다.

위기 시에 소신과 배짱을 가진 관료와 공기업리더들을 보고 싶다.

지금 당장 그런 관료들은 없다. 한국해운산업의 비극이다. 게도 구럭도 다 놓쳤다. 한진해운만한 글로벌선사를 다시금 키우는데 10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무역대국, 해운강국이란 말을 꺼내기도 부끄럽다. 전세계 항구에서 선박이 압류되고, 입항마저 거부되는 국적선사의 추락한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