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무원 뒤집어 놓은 특권의식…15톤 퇴비 결국 모두 옮겨
대단하신 7선 의원 이해찬

시골에 살겠다고 들어간 국회의원이 인근 논밭에 뿌린 이웃집의 퇴비 냄새를 못 참아 시장과 공무원을 부르고 난리를 친 일이 벌어졌다. 결국 그 이웃은 자기 밭에 뿌렸던 15톤의 퇴비를 모두 옮겨야 했다. 교육부장관에 총리까지 지낸 7선 이해찬 무소속 의원의 얘기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8월 10일 주민 A씨는 이해찬 의원의 전원주택 주변 밭에 아로니아 재배를 목적으로 퇴비를 뿌렸다. 퇴비를 뿌리면 늦어도 1주일이면 냄새가 희석되지만 냄새를 참지 못한 이해찬 의원은 12일과 18일 두 차례 세종시 축산과 및 조치원읍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세종시청 담당 직원은 "시간이 많이 지났고, 퇴비를 뿌린 밭을 이미 갈아엎어서 냄새가 많이 희석돼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자 퇴비 냄새라는 불똥은 세종시청에게 떨어졌다.

이해찬 의원은 세종시 행정부시장에게 "퇴비 냄새가 심하다"며 직접 전화를 했고, 이 의원 전화를 받은 후 세종시청 간부들이 수시로 현장에 나갔고 이들은 퇴비를 뿌렸던 농민 A씨를 계속해서 만났다. A씨는 사흘 뒤 21일 땅에 뿌린 퇴비 15t을 모두 수거,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세종시청 환경정책과는 이해찬 의원 집 근처에서 문제(?)의 퇴비를 회수, 전문기관에 성분분석을 의뢰했다. 세종시는 가축 분뇨 사용에 대한 퇴비화 기준이 있는데, 이 의원 집 근처에 뿌려진 퇴비 성분이 그에 적합한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이해찬 의원은 세종시 행정부시장에게 "퇴비 냄새가 심하다"며 직접 전화를 했고, 이 의원 전화를 받은 후 세종시청 간부들이 수시로 현장에 나갔고 이들은 퇴비를 뿌렸던 농민 A씨를 계속해서 만났다./사진=이해찬 의원 페이스북


한 나라의 재상을 지냈고 7선이면 대수인가. 이해찬 의원의 대단하신 퇴비 민원에 세종시가 발칵 뒤집혔다. 농민의 생계 터전인 농지 옆으로 이사했다면 일반적인 농촌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냄새를 못 참겠다고 퇴비를 강제로 수거하면 이해찬 의원 거주지 근처에서 어느 누가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일상적인 퇴비 냄새가 싫다면 왜 그곳으로 거주지를 옮겼나.

7선 의원 민원 한 건에 전전긍긍하는 세종시 행정도 마찬가지다. 축산시설 악취로 고생하는 수백, 수천 건의 민원은 뒤로 하고 전동면에 거주하는 한 사람의 악취(이것도 악취인지 아닌지 불명이다. 이해찬 의원 주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원에 호들갑 떠는 세종시 공무원들을 시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의문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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