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저금리와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불거지면서 국내 부동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조만간 MMF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고 일본 역시 마이너스 금리에 MMF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돼 대조를 이루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MMF 설정액은 121조4354억원이다. 올해 초 100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MMF 설정액은 7월 초 120조원대로 불어나더니 지난달 18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131조9050억원을 기록했다.

   

MMF는 단기 우량채권 등에 투자하는 안정적 상품으로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향후 장세를 알 수 없을 때 투자자들이 일단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자금을 넣어놓는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처럼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 경고가 나오고 있는데다 코스피지수도 2000선을 넘기면서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금융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서 MMF는 곧 자취를 감추거나 위축될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 1분기말 기준 투자자의 38%가 개인일 정도로 미국에서도 MMF는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오는 10월부터 MMF 개혁안을 시행한다. 개혁안은 기업어음(CP)과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에도 투자하는 프라임MMF를 주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직후 발생했던 MMF 대량 환매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

개혁안은 MMF의 순자산가치(NAV)를 시장가격에 따라 변하게 하는 시가평가제를 도입하고, 유동자산이 전체 자산의 30%를 밑돌면 최대 2%의 환매 수수료 부과와 최대 10영업일 간 환매를 중단하는 규제를 신설했다. MMF를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금리 변동 등의 영향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MMF는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상품으로 볼 수 있다”며 “단기 채권에 대한 신용차별화가 안 돼 금융위기 이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우리나라도 운용규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2013년 11월부터 동양증권(현 유안타)의 불완전판매 사건을 수습하면서 MMF의 안전자산 편입 비중을 높이도록 규제를 가했지만 장부가와 시가 괴리율이 ±0.5%이하면 장부가로 평가되도록 선택할 수 있다.

미국 MMF 규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단기간 달러 자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 지표인 3개월물 달러 리보(LIBOR·영국 런던 은행간 금리)가 최근 7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은행의 CP 등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한때 전체 MMF 시장의 50% 비중을 차지했던 프라임MMF의 비중이 30%대로 떨어지는 등 위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일본 역시 지난 2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단행하면서 수익률이 급락하자 노무라자산운용 등이 속속 MMF 운용을 포기하고 있다. 지난 1992년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한때 20조엔의 자금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MMF가 종말을 맡게 된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에 MMF 수익률이 0%까지 떨어지면서 투자상품으로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미국의 MMF가 죽어가고 있지만 한국의 MMF는 건재하다 못해 투자 대안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한국의 MMF에 대한 규제는 미국 개혁안에 크게 뒤지지 않는데도 일어난 현상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수준을 고려하면 국내 MMF의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어서 자금이 유입될 유인이 아직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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