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공급과잉 두고 신경전
국내 1·2위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간의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31일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권오준 회장이 최근 고로가 한개 더 생겨서 공급과잉 문제가 생겼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태국 자동차강판 공장 준공식을 앞두고 방콕 콘래드호텔 런던룸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권오준 회장은 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해 발언하며 "한국은 포스코 설립 이후에 하공정부문 압연업체, 전기로업체 등이 있어 나름대로 역할을 하며 자라왔는데 고로업체가 하나 더 생기는 변수로 인해 공급과잉이 심각한 정도가 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권오준 회장이 언급한 ‘고로회사’는 현대제철을 두고 한 말이었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그룹이 인수한 INI스틸의 후신으로 이들은 2006년 일관제철소 건설을 개시해 3개 고로를 짓는데 약 10조원을 투자했고 2011년부터 쇳물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기존 전기로에서 생산하던 생산물에서 벗어나 철광석을 석탄 고로에서 녹여 고품질의 열연제품을 만든 것이다. 

이런 현대제철은 2009년부터 고로 가동에 들어가 현재 연간 240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고로를 생산하는 철강회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단 두 곳뿐이다.

권오준 회장의 발언은 국내 고로제철로 만들어지는 열연 제품의 생산총량이 포스코 하나로도 총 수요를 채울 정도였는데 현대제철의 등장이 과잉생산을 초래했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 

현대제철은 고로제철에 성공한 이후 세계 11위 규모의 글로벌 철강회사로 성장했고 포스코가 수십년간 유지했던 고로 독점은 깨졌다.

권오준 회장의 발언이 있은 후 현대제철은 이에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철강 시장의 공급과잉이 현대제철 고로 진출로 비롯됐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대제철이 2004년 고로 진출 발표 당시 한국은 연간 1063만톤의 열연, 후판, 슬래브 등 철강소재(제품 제외)를 수입하고 있어 생산능력 증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그룹이 인수한 INI스틸의 후신으로 이들은 2006년 일관제철소 건설을 개시해 3개 고로를 짓는데 약 10조원을 투자했고 2011년부터 쇳물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 현대제철 제공=미디어펜

현대제철은 이어 "우리의 고로 투자가 이뤄져도 당시 국내 시장은 공급과잉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됐다"며 "당사 고로 진출 확정 후 포스코는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483만톤의 설비 증설을 단행해 총 4237만톤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했다"고 맞섰다. 

이는 국내 철강 시장의 공급과잉은 현대제철 때문이 아닌 포스코의 무분별한 생산시설 확장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스코는 비공식적으로 이 주장을 다시 반박했다. 

현대제철이 내놓은 포스코의 설비증설로 인한 생산량 증가치가 국내생산뿐만 아니라 해외기지 생산과 현지판매치까지 포괄하고 있어 과잉생산의 주범 지적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이 구조조정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설비를 감축하면 시장을 뺏길 것을 우려해 남들이 줄이면 자신들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공급과잉 책임공방은 구조조정 보고서 협의과정에서 벌어졌던 신경전이 표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 구조조정에서 설비감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국내 철강업계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면서 반덤핑관세 등 무역 제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고 조선업 등 수요산업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국은 단순한 생산능력 감축에 그치지 않고 자국 내 대형 철강사 합병을 통해 세계 1위 아르셀로미탈급 철강업체 육성 등 구체적인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일본 1위 신일철주금도 일본 4위 닛신제강을 인수해 효율을 높이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 뿐아니라 미국과 중국들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양사가 모두 민감해 져있는 상태다”고 말했다.[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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