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아파트 단지에 대한 외부감사 보고서의 절반 이상이 엉터리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해 회계감사를 받은 아파트 8319단지 가운데 3300곳의 감사보고서를 골라 작년 말부터 심리했다.

심리는 공인회계사의 감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금융감독원이 회계법인을 상대로 벌이는 감리와 같은 개념이다.

심리를 마무리한 결과 조사 대상 중 54%에 해당하는 1800여 곳의 감사보고서가 회계감사 관련 규정 등을 위반해 작성된 사실이 적발됐다.

경미한 실수로 인정돼 별도 조치를 받지 않은 감사보고서까지 포함하면 이번 심리에서 지적을 당한 보고서는 20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지적된 사항은 ▲예금 잔액 확인 미비 ▲장기수선관리금 적정 관리 여부 확인 소홀 ▲결산보고서 상의 주민 공시의무 내용 누락 미발견 ▲감사조서 미작성·미제출 ▲휴업 공인회계사·타법인 회계사의 감사 참여 등이었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헐값 수임으로 인한 부실 감사 사례가 많았다"며 "8천 곳이 넘는 아파트 단지 중 누가 봐도 감사인원에 비해 수임한 양이 과다해 부실 감사가 예상되는 곳만 골라서 심리했기 때문에 지적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감사인·감사법인은 회계사회 내부 제재를 받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금융위원회 제재 대상이 된다.

회계사회는 현재 심리를 마무리하고 관련 자료를 토대로 징계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회계사회 심리와 별도로 3~5명의 회계사로 구성된 '감사반'을 가동한 금융위는 이미 지난해 아파트 500여 곳의 감사업무를 헐값 수임해 부실하게 감사한 사실이 밝혀진 공인회계사 A씨에게 최근 등록취소 제재를 내렸다.

작년 말에는 800여 건의 아파트 회계감사 업무를 부실하게 처리한 모 회계법인 대표를 적발해 직무정지 처분하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에 대한 의무 감사 제도는 배우 김부선 씨가 난방비 관련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작년부터 도입됐다.

이에 따라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아파트 단지)은 매년 10월 말까지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300가구 이상인 9009개 단지가 감사 대상이 됐지만 이 가운데 주민 3분의 2 이상이 감사에 동의하지 않은 곳을 제외한 8319단지가 외부감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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