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후견 결정 받은 신격호, 오는 7일 검찰 소환
[미디어펜=신진주 기자]부축 받지 않고선 혼자 힘으로 걷기 힘든 95세 고령의 한 그룹 오너가 검찰 청사에 직접 나와 조사를 받게 됐다.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탈세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오는 7일 소환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받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 부축 받지 않고선 혼자 힘으로 걷기 힘든 95세 고령의 한 그룹 오너가 검찰 청사에 직접 나와 조사를 받게 됐다.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탈세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소환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앞서 법원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씨가 청구한 성년후견 개시 사건을 심리한 끝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며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렸다.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는 질병·장애·노령 등에 따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게 법원이 의사를 대신 결정할 적절한 후견인을 지정하는 것으로, 과거 금치산자·한정치산자를 대체하는 제도다.

검찰 소환 직전 짚어봐야 하는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여부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1월 롯데가(家)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고소인·참고인 조사를 받은 점, 2월 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 사건 때 서울가정법원 등에 직접 출석했던 점 등을 고려해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이기 때문에 그의 정신건강은 급격히 안 좋아 질 수 있다. 

또 최근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린 판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진료 기록과 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결과, 그가 2010년과 2012년, 2013년 분당 서울대병원 외래 진료 시 의료진에게 기억력 장애와 장소 등에 관한 지남력 장애가 있음을 지적했다. 

신 총괄회장이 법원의 심문기일이나 조사기일, 현장검증 등에서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지남력이 부족하거나 상실된 것으로 보이는 진술을 여러 차례 하기도 했으며 신 총괄회장을 조사한 조사관의 판단도 동일했다.

지남력이란 현재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 

올바른 지남력을 갖기 위해서는 의식, 사고력, 판단력, 기억력, 주의력 등이 유지돼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남력을 상실하면 '자신은 누구인가', '이곳은 어디인가', '오늘은 몇 월인가' 등의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판단력이 흐려진 신격호 총괄회장에게서 받아낸 진술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지 생각 해봐야 할 부분이다. 

또 그는 90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인지라 크고 작은 병치례로 최근 병원 입원도 잦았다. 건강한 사람도 받기 힘든 검찰수사를 받은 뒤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   

검찰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건강을 이유로 방문조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SDJ코퍼레이션은 이날 "신 총괄회장에게 검찰의 출석 요구사항을 보고했더니 본인이 고령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출석이 어려우니 방문조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셋째 부인 서미경씨와 서씨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에게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6.2%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6000억원대 세금을 탈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서씨 모녀 지분이 100%인 회사 유원실업이 롯데시네마의 서울 수도권 매점 운영권을 독점하도록 일감을 몰아주는 등 회사에 780억원대 피해를 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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