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부장판사 억대금품, 사법부신뢰 추락 뼈깎는 자정 절실
사법부가 심각한 신뢰위기를 맞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의 거액 뇌물 사건이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인천지법 김모 부장판사는 최근 정운호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재판 선처 부탁과 함께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청렴성이 가장 우선시돼야 할 사법부가 뇌물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판사마저 금품과 뇌물을 받고 특정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들은 누굴 믿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사법부위기가 비등점을 넘었다는 국민적 불만이 높다. 

정의와 양심의 최후보루여야 할 판사마저 이정도로 썩었다면 어떻게 되는가? 돈없고 힘없는 서민들은 편향 판결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나라의 기둥이 무너질 수도 있는 사법부 위기다.
  
사법부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6일 고개숙여 사과를 했다. 양대법원장은 "한 법관의 잘못된 처신이 법원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모든 법관의 긍지와 자존심을 손상시켰다"고 했다.

양대법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사뇌물 스캔들이 발생한 것에 대해 법관 전체의 도덕성마저 의심의 눈길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일지언정 이 일이 법관 사회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로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했다. "깊은 자성과 절도있는 자세로 법관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힘을 다하여야 한다"고 했다. 법관들의 도덕성회복및 청렴성유지를 촉구한 것이다.

청렴성은 모든 법관들이 가장 중시해야 할 윤리의식이다. 판사가 청렴해야 사법부가 신뢰받는다. 청렴은 모든 신뢰의 출발점이다.

   
▲ 고개숙인 양승태 대법원장. 양대법원장은 6일 김모부장판사의 거액뇌물 스캔들과 관련해 국민들께 머리숙여 사과했다. 양대법원장은 이어 청렴이야말로 판사들이 지켜야 할 최고의 윤리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사법부는 김부장판사의 뇌물스캔들을 계기로 도덕 재무장운동을 벌여야 한다. 강도 높은 자정운동도 전개해야 한다. 청렴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공직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요즘 시중에선 판사들이 법조브로커들이나 변호사, 업자들과 어울려 식사및 향응을 접대받는 사례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법관들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심각하게 추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공정한 판결을 위해선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이를 어기고 부적절한 처신을 하는 판사들에 대해선 사법부 내부에서 기강을 엄격하게 세워야 한다.

국민들의 사법부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27%에 그쳤다. 신뢰도측면에서 전체 42개국 가운데 39위로 추락했다. 사실상 꼴찌수준이다.

사법부는 김모 부장 판사의 뇌물수수와 정운호 게이트 연루를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사법부 신뢰가 무너지면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받는다. 법관의 명예도 사라진다.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리 논리정연하고 법리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려도 불공정한 재판으로 매도당할 것이다.

검찰도 예외가 아니다. 김모부장판사 금품수수 사건이 터진 상황에서 모 부장검사도 금품향응을 받고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진경준 전 검사장의 대형 주식비리가 터진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른 검사비리가 국민들을 분노케 만들고 있다.

정운호게이트에 최유정 변호사도 부장판사 출신이다. 홍만표 변호사는 검사장 출신이다. 이들은 전관예우를 최대한 악용해 치부를 하다가 구속됐다.
 
검찰과 사법부는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내부청렴강화 방안도 수립해서 시행해야 한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고통을 겪어야만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판사 검사 변호사의 검은 고리를 끊어야만 사법부 신뢰가 살아날 것이다.

법치를 조롱하는 전관예우는 종식시키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관예우는 범죄행위다. 사법부의 신뢰를 송두리째 갉아먹는 암이다. 암은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

양 대법원장의 사과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참담하다. 정의와 양심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 일부의 일탈행동이라고 치부하면 안된다. 사법부 전체에 불이 번지기 전에 서둘러 진압해야 한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는 굶어죽는 것이 더 영광"이라고 했다.

청렴을 생명처렴 여겨야할 법관들은 온갖 유혹에 굴복해선 안된다. 대한민국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고행의 길을 기야 한다. 헌법상 신분보장을 받는 판사들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청렴이라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