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불확실성 지속…파견근로·최저임금 솔로몬 해법 나와야
   
▲ 이동응 경총 전무
금년도 노동시장은 매우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3.0%에 머무르는 등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업황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조선·해운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추진되면서 고용여건이 더욱 악화되었다.

고용지표 역시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증가 폭은 28만8000명으로 2010년(28만3000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또한 이는 2015년 상반기 취업자 증가자수(33만1000명) 대비 13.0% 감소한 수치이며, 2014년 상반기(59만7000명)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2016년 상반기 고용률은 59.9%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0.1%p 상승하는데 그쳤다. OECD 기준 고용률(15~64세)은 65.6%에 그쳐,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른 2016년 정부 목표치(68.4%) 달성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조업에서의 고용둔화가 컸다. 상반기 제조업 취업자 증가는 8만2000명에 그쳐 2015년 상반기의 14만3000명에 비해 40% 이상 둔화되었다.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수출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서비스업 취업자 증가는 28만7000명으로 전년동기 22만9000명보다 25% 이상 증가, 제조업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구조개혁을 둘러싼 노동시장 불확실성 지속

하반기 노동시장 상황 역시 크게 나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0.6%p 감소한 2.4%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였다. 뿐만 아니라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마저 지연되고 있어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년 60세 의무화가 본격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5대 노동개혁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임금체계 개편도 노동계 반발 등으로 인해 지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업의 신규고용 창출 여력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청년대책을 중심으로 한 혼란 가중 우려

상반기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8%로 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2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2.5%까지 치솟았다. 구직포기자 등 잠재적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청년 실업자는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그러나 청년 구직자를 흡수하기 위한 중소기업 육성과 투자 활성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청년고용할당제나 청년수당처럼 시장경제의 기본 질서를 무시한 채 기업을 강제하거나 재정투입을 통한 인기영합적 정책들을 둘러싼 논란만 가중되고 있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0.6%p 감소한 2.4%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였다. 뿐만 아니라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마저 지연되고 있어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사진=한진해운 홈페이지

노동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 일자리 정책 지속

8월 30일 발표된 정부 예산에 따르면 2017년 정부 일자리 예산은 10.7% 증가한 17조5000억 원 규모로 편성되었다. 정부는 재정 투입을 통한 직접 일자리 창출보다는 취업교육과 창업지원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하반기 국정운영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규제개혁이나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등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의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가정 양립 및 여성고용 확대를 위한 정책도 기업의 고용 유인 증대보다는 근로자 혜택 확대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나 R&D 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투자지원 세제들도 축소 개편해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 다수 제출되어 있어, 일자리 창출 기반 축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이 가장 중요한 과제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노동시장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의 노동수요를 촉진해야 한다. 지금은 공급과잉인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공급 확대 정책만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고용여력을 제고하고 노동 수요를 촉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다양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함으로써 기업이 마음 놓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유연하고 공정한 노동시장만이 더 많은 일자리와 국민 삶의 질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노동시장과 관련한 쟁점 법안 주요 내용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국회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제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었다. 이번 정기국회는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소야대 구도에서 진행되는 첫 정기국회이다. 따라서 각 당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입법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 법안을 다루는 특성상 여론을 의식한 법안 심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20대 국회 개원일이었던 5월 30일 각 당이 발의한 1호 법안이 각각 노동개혁법안과 '칼퇴근법안'인 점도 노동 분야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을 반증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당정이 추진하는 노동개혁법안이 최우선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감안한 안전규제  법안과 비정규직, 청년 고용, 최저임금 등 취업취약계층 및 저소득층 관련 쟁점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들 법안에는 근로조건 보호를 명분으로 기업 인력운용상의 부담을 확대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신중한 논의 없이 통과될 경우 기업 투자 저해와 이로 인한 일자리 축소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노동개혁법안 추진 현황과 통과 전망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143개의 노동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8월 12일 기준). 이 중 대다수는 19대 국회에 발의되었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된 후 20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법안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새누리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법안이다.

당정은 2015년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노사정 합의'를 기초로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5개 법안을 새누리당 의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 발의하였으나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고 20대 국회에서는 기간제법을 제외한 4개 법안만 추진 중이다.

당정은 이 4개 법안을 올해 중 통과시켜 2017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통과 전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파견법에 대한 여야 의견차가 크다. 파견 규제를 합리화하여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의 개정안을 야당과 노동계는 ‘비정규직 양산법’으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근로기준법 중 근로시간 단축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야당 의원들은 시행시기, 특별연장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노사정 합의와 상반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였다. 노사정이 어렵사리 찾은 절충안을 간과하고 기존 노동계 주장을 반복하는 법안을 재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물론,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경기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사진=연합뉴스

민간기업 청년고용할당제 등 청년 고용 관련 법안

청년 실업문제는 정년 60세가 시행된 올해 들어 한층 더 심화되는 추세다. 작년 연평균 9.2%였던 청년 실업률은 올해 7월말 기준 평균 10%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청년층의 지지율을 잡기 위해 정치권은 다수의 청년 일자리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노력규정으로 법제화된 공공기관의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민간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야당 의원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년 정원 3~5% 정도의 청년 채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하였다. 또한 최근 지자체와 중앙부처간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수당을 법률로 명문화하는 법안도 계류 중이다. 이처럼 야당이 내놓은 청년 고용정책은 기업들로 하여금 청년 고용을 강제하거나 정부 또는 지자체의 예산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의 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의 신규채용 여력이 줄고 있는데다 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가 다른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이 주요인이다. 결국 대기업에게 고용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우리 경제 전체의 고용여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물론 위헌 여부도 같이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기관 청년고용할당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다수가 위헌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에, 민간 부문으로의 확대는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산업안전 규제 관련 입법

최근 산업현장의 중대재해 발생을 계기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안전규제 도입 및 사망사고 발생에 대한 사업주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열린 첫 국정조사가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 대한 조사라는 것 또한 최근 안전사고에 대한 여론의 경각심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분위기는 법안 심의에서도 마찬가지다.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환노위에는 위험 작업의 외주화 금지, 산재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의 처벌 강화 등 다수의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물론 산재사고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실효적인 규제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특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현장 적용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또한 '기업살인법'이라고 하여 산재사고 발생 시 사업주를 과도하게 처벌하는 법안은 기업 활동에 상당한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도 크다.

기간제 파견 근로자 사용 제한 및 보호 강화 관련 법안

안전사고 피해 근로자가 주로 기간제·파견·협력업체 근로자였다는 점이 언론에 보도되며 생명·안전업무에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외주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법안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는 노동개혁법안에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통과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범위다. 새누리당안은 철도 등 생명·안전 관련 핵심 업무에 대해서 파견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생명·안전업무를 노조법상 필수유지업무까지 확대하고 기간제·파견·단시간 근로자 및 수급업체 활용까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형 재난사고나 산업재해가 단순히 기업의 생산방식이나 고용형태 때문에 발생한다는 편견에 기초하고 있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전문인력과 장비를 보유한 파견·수급업체가 더 높은 전문성을 갖춘 경우가 많다. 섣부른 원인 진단으로 성급히 규제가 도입될 경우 전체 일자리 감소와 안전관리 소홀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19대 국회에 이어 기간제·파견 근로자의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야당을 중심으로 발의 중이다. 특히 환노위 소속인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비정규직 살리기 5대 법안'을 발의하였는데 상시지속업무에 정규직 직접고용, 기간제근로자 사용사유 제한, 노조 차별시정신청권 인정, 불법파견 시 고용간주 등 그간의 노동계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OECD가 수차 지적해 왔듯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과보호에 근본원인이 있다. 따라서 정규직 근로자의 고통분담 없이 추가적인 규제만을 만드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고용 총량만 줄어드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및 결정방식 변경 논의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매년 8월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 의결에 따라 다음해 적용될 최저임금액을 고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인상폭을 둘러싸고 많은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감안해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개선하거나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자는 법안이 다수 계류 중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제도 개선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자의 87%가 일하고 있는 30인 미만의 영세·중소기업의 경영상황과 지불능력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도 2000년 이후 경제여건을 훨씬 초과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제도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논리보다는 제도의 실효성, 일자리 측면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동응 경총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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