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일본 엔화의 가치 상승에 따른 일본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지만 당장 한국기업의 수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7일 LG경제연구원의 이지홍·류상윤 책임연구원은 '일본기업의 실적 악화, 하반기에도 반전 어렵다'는 보고서에서 "세계 경기나 일본 국내 소비가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하반기 엔화 가치는 상반기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일 발표된 일본 재무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비금융기업의 상반기 매출은 작년동기 대비 3.4%, 영업이익은 4.4% 각각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4.7%에서 4.6%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일본에서 해외매출 비중이 큰 자동차와 전자산업이 엔고(円高)로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올해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는 오히려 올랐고 현재 엔/달러 환율은 100엔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수출로 번 달러를 엔화로 바꾼 금액도 줄어들게 된다.

일본의 기계산업 역시 신흥국 경기 부진과 국내 수요 감소, 설비투자 둔화 등으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가계소비의 경우 2014년 4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올해 엔고로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증가율이 낮아지고 이들의 씀씀이도 줄었다.

지난해 40% 이상을 기록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올해 2분기에 19%로 떨어졌다.

다만, 보고서는 "현재 일본기업이 아베노믹스 직전 엔고 시기와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엔화 가치가 내년에 다시 내려갈 수 있고 일본에서 28조 엔의 경기부양책이 단기적으로 내수를 떠받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엔저기에 일본기업들이 수출 단가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엔고 반전이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곧바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기업도 원화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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