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규제 소비자선택권 침해, 모바일IPTV시대 여론독점 기준도 모호

   
▲ 곽은경 자유경제원 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미디어시장의 핫이슈로 등장했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를 각각의 시장으로 보고 각기 다른 규제를 적용하던 것을 유료방송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규제를 일원화할 것인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정부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방침을 정했고, 홍문종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을, 전병헌 의원은 IPTV 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점유율을 1/3로 합산해서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동일한 서비스에 대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케이블TV는 방송법에 따라 케이블 가입자의 1/3을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IPTV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IPTV는 전체 유료방송의 1/3을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위성방송은 점유율에 대한 규제가 없다. 소비자들은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을 대체재로 선택하고 있는데 전송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규제를 받으니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했다. 이것을 합산해서 동일한 잣대로 경쟁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유료방송시장을 합산해 점유율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몇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 다양한 상품을 값싼 가격에 제공하는 기업일수록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된다. 그런데 점유율 상한제를 적용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더 이상 가입을 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유료방송시장은 케이블업체인 CJ와 위성과 IPTV를 운영하는 KT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만약 점유율 13%의 CJ가 다른 기업과 합병을 하거나, 점유율 25%의 KT가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해 점유율 33%가 된다면 소비자들이 원해도 더 이상 가입자를 받을 수 없게 된다.

   
▲ 방통위가 유료방송에 대한 합산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바일 IPTV와 VOD가 점점 확산되는 상황에서 시청률에 기반한 합산규제는 IT산업의 발전에 역행하는데다, 여론독점의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합산규제는 사전적 규제라는 점에서 이중삼중의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박근혜대통령이 17일 방통위 이경재위원장등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기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둘째, 중복규제의 문제가 있다. 점유율 상한제는 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사전에 차단해 여론독점을 막겠다는 것인데, 이는 공정거래법으로도 사후적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점유율이 50%가 넘거나,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75%가 넘을 경우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하고 있다. 사전에 독점을 우려해 기업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차단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현행 방송법은 유료방송의 소유규제와 수평·수직 결합규제 등 여러 형태의 독점 차단 장치가 존재한다. 여기에 합산점유율까지 더한다면 이중삼중의 중복 규제가 될 것이다.

셋째, 여론독점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해 경쟁을 하고 있다. 현재 유료방송으로 정의 내려지는 위성방송, IPTV 뿐만 아니라 IPTV를 스마트폰으로 시청할 수 있는 모바일 IPTV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게다가 많은 시청자들이 TV 대신 PC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시청한다. 어디까지 방송으로 정의내리고 여론독점여부를 평가해야 할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한 예로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2014년 2월 8일 기준으로 12.8%이다. 이는 ‘전국노래자랑’의 14.8% 보다도 낮은 수치이며, ‘6시 내고향’의 12.2%와 비슷한 수준이다. ‘무한도전’의 인기가 ‘6시 내고향’ 수준으로 떨어진 것일까? 무한도전의 브랜드파워는 출연자들이 불렀던 노래가 각종 음원차트에서 가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하다. 그런데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20~30대 시청자들의 TV시청 행태가 변했다. 실시간으로 TV를 시청하기 보다는 이동하면서 이동하는 도중 스마트 폰으로 즐기거나 따로 편한 시간에 VOD를 다운받아 보기 때문에 실제 프로그램의 인기와 시청률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방송통신위원회가 2014년부터 통합시청률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TV뿐 아니라 PC, 스마트기기를 통한 실시간 시청률, VOD 다시보기 등의 영향력을 반영해 시청점유율을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여론독점을 확인고자 한다면 유료방송시장에 통신시장과 인터넷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즉 현 시점에서 플랫폼 독점으로 인한 여론독점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여론독점을 판가름할 방법도 기준도 없다는 말이다.

미디어 시장의 흐름은 ‘LTE급’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법과 규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2013년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치고 VOD다운로드 횟수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어떤 플랫폼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컨텐츠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방송 관련 법안들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점유율 합산규제를 폐지하고, 방송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