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발언'에 與 "사업 이해 못해…창업기업 모독" 반발
安, 유창수 간과하고 "기업 안해본 사람들"…발언 철회 안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차기 대선후보군 중 지지율 답보상태를 겪어온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가 공인 동물원'에 비유하는 등 '창조경제 때리기'에 나서며 이슈 몰이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지난 6일~7일 두 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줄기차게 청와대·정부·여당을 비판할 때에도 과격반응을 자제했던 새누리당이 이에 발끈하면서 확전 양상을 띠는 등 이슈화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자신의 CEO 경력을 내세워 여권을 "직접 기업을 해 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고 응수했지만, 비판자 중 현직IT사업가 출신의 유창수 새누리당 청년최고위원이 포함된 것을 간과하는 등 일부 '실책'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비난 당사자인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 관계자들이 항의 차원에서 안철수 의원실을 방문해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이에 불응, 토론 형식의 정면대응 대신 대변인 논평과 '언론플레이'로 일관하고 있어 정략적 이슈화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사진=미디어펜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 참석해 "정부가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고 특정 대기업에 독점 권한을 줘 결국 국가가 공인하는 동물원을 만들어줬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창조경제 지속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안 전 대표를 겨냥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라며 "대기업이 1대1 매칭으로 참여하는 구조는 지역별 독점 권한을 부여한 게 아니라 지원 전담기업으로서 책임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담기업은 지역별 집중지원을 기본으로 지역을 넘어 기능과 분야별로 전국 모든 창업·중소기업에 특화된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대안없이 비판하는 일은 지금 이 순간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기업인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며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은 중소벤처들과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오히려 착취하는 동물원을 만든다고 말한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 IT기업 유환아이텍 대표이사인 유창수 새누리당 청년최고위원은 6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동물원 발언에 대해' "약 1200개에 달하는 창업·스타트업 기업을 '주는 먹이만 받아먹고 있는 동물원의 동물'이라고 한 발언은 진정 정당대표를 역임한 분의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사진=미디어펜


새누리당에선 이에 그치지 않고 현직 IT사업가(유환아이텍 대표이사)인 유창수 청년최고위원이 같은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약 1200개에 달하는 창업·스타트업 기업을 '주는 먹이만 받아먹고 있는 동물원의 동물'이라고 한 발언은 진정 정당 대표를 역임한 분의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고 가세했다.

또한 "(5일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국격을 떨어뜨리려는 비열한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 "스스로 내뱉은 비하발언의 의도를 밝히고 현재의 창업인과 미래의 창업인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안 전 대표는 7일 오전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기업을 해보고 새로운 걸 만들어본 사람들에 대해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비판할 수 없다"고 자신이 CEO출신임을 강조하며 여권의 반발을 일축했지만 유 최고위원의 언급은 감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반발은 더욱 확대됐다. 이날 KT 전무 출신 송희경 의원이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 등을 대동해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2년간 혁신센터를 통해 2800여개의 보육기업이 육성됐다"며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재단할 공간이 아니고, 그래서 더더욱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물원 발언' 때문에 척박한 땅에 개척자 정신으로 '과수원'을 일구고 계신 센터장들과 센터에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께서 크게 낙심하고 상처받았다"고 강조했다.

회견에 참석한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협의회장)은 "지난 6일 협의회는 안 전 대표의 표현에 대해 책임있는 사과를 요청했고, 의원실을 방문해 진의를 듣고자 면담을 청했다"며 "하지만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우리의 진심어린 요청에 대해 '말꼬리 잡기'로 나오며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헌신을 폄하했다"고 규탄했다.

김선일 협의회장은 "우리는 안 전 대표의 '중소기업을 키워야 하고 창업기업의 성장을 돕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 취지에 충분히 동의한다"며 "안 전 대표가 대전 혁신센터를 방문한 지난 2014년 11월 이후 달라진 우리 모습과 성과를 충분히 설명할 생각이며 이런 노력이 당에도 제대로 전달되길 희망한다. 다시한번 성의있는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가운데)은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 소속 센터장 등과 함께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혁신센터 운영의 성과 등을 언급한 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 "성의있는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사진=미디어펜


확전 양상이 계속되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당내와 협의회 측에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안 전 대표 발언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대표는 7일 창조경제혁신센터장 현장간담회에서 센터장들에게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하는 말에 대해 너무 상처 받지 말고 괘념치 마시라"며 "그분(안 전 대표)은 누구보다도 창조나 과학을 잘 이해하는 정치인이지 않나"라면서도 "잠깐 본인의 최고 전공을 잊으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국에서 모인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이 그러한 발언에 상처받지 말고,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격려와 당부를 전했다.
 
같은날 안 전 대표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간판 격인 창조경제는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며 "포장만 바꾼 관치경제"라고 비난 수위를 더욱 높이며 '동물원' 발언을 거두지 않았다.

일각에선 안 전 대표의 '창조경제 때리기'가 지지율 답보상태를 만회하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 사드 문제 등 최근 주요현안이 아닌 벤처 창업가 출신인 자신의 이력을 강조하면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만한 주제로 창조경제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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