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스캔들 변명 감상문, 대우조선 리먼 지면사유화 반성부재
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주간이 8일 '독자들게 엎드려 용서구합니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양주간은 조선 논객 가운데 가장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송희영 전 주필의 남상태-박수환스캔들 연루가 조선일보게이트로 확산된 후 논설실 책임자로서 내놓은 반성문이다. 조선 사설의 키를 잡은 사람으로서 나름 고민의 흔적은 있어 보인다. 그는 상상을 초월한 부패언론인 송희영스캔들에 대해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했다. 역대 주필을 맡았던 안재홍 홍종인 최석채 선우휘씨 등이 작금의 추문을 보고 통곡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선배들의 충정까지 먹칠하고 말았다며 자괴감을 표시했다.

   

양주간은 "김영란법이 5~10년전에 실시됐다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정신에 입각해 어떤 일이 있어도 할 말은 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에게 그럴 자격이 있느냐도 항상 돌아보겠다"고 했다.

양상훈칼럼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1등신문 조선일보가 아직도  우병우수석, 송희영 보도와 관련해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핵심이 빠진 개인적 감상문으로 보인다. 왜 이런 사태가 초래됐는지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나 사과가 없다. 송희영의 개인 비리로 꼬리를 자르고 넘어가는 듯하다. '발로 뛰지' 않은 의혹기사에 대해 일언반구의 자성은 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난 7월 18일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 강남땅 넥슨에 팔렸다'는 1면 톱기사에 대해 성찰이 없었다. 치열하게 팩트를 추구해야 하는 취재윤리를 지켰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수일전 사설에서 강조한대로 우수석 강남땅 매매의혹 기사가 진정으로 발로 뛴 기사인지 의문이다. 구체적인 물증이나 팩트가 없이 쓴 기사였기 때문이다.

강남땅 의혹보도에 이어 가족과 친인척에 대한 연재소설같은 별건보도가 쏟아졌다.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하등 관련이 없는 가족까지 건드린 것은 정당한 언론활동으로 보기 어려웠다. 정당한 권력비판을 넘어섰다. 무자비한 고위공직자 찍어내기에 불과했다. 의경 아들 휴가와 처가 부동산의혹, 심지어 막내처제 위장국적 의혹기사까지 양산했다.

   
▲ 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주간이 8일 송희영전 주필의 부패스캔들에 대해 사과하는 칼럼을 썼다. 우병우수석 처가 강남땅에 대한 팩트없는 의혹기사의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없다. 송희영의 지면사유화에 대한 성찰도 없다. 김진태 의원이 송전주필의 부패실상을 폭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강남땅 의혹기사는 시중의 아니면 말고식 루머를 바탕으로 썼다. 피해 당사자인 우수석에게 확인한번 하지 않았다. 모 진보언론은 여러 의혹들에 대해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의혹의 핵심인 진경준 전 검사장의 우병우-김정주넥슨회장 중개라는 팩트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언론중재위에 나온 해당기자는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 "일부 취재원들에게 취재한 결과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군색한 변명을 했다. 당사자에게 반론권도 주지 않았다.

우병우수석에 대한 막연한 의혹 기사및 경질 촉구 칼럼들은 송전주필과 박수환에 대한 검찰수사의 칼날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언론권력이 1면에 대문짝만하게 의혹 기사를 쓰면 당사자는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하면 그의 낙마가 불가피하다고 본 것같다. 그래도 버티면
국회 국감증인으로 채택되면 출석하거나, 사퇴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 같다.

어느 것 하나 취재윤리측면에서 논리적이지 않다. 정당하지도 않다. 언론파워를 이용한 청와대참모 드러내기에 다름아니다. 

이번 칼럼에는 문제의 원인인 지면오염과 지면사유화에 대한 성찰이 없다. 조선은 그동안 송희영-박수환 비리 수사를 교묘하게 언론탄압으로 몰아가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무한 언론권력이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행태는 더욱 이상했다. 

송전주필과 남상태 전 대우조선사장,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사장간의 비리유착으로 인한  편향된 기사와 사설들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남상태 재임시절인 2011년 조선일보 사설엔 대우조선에 긍정적인 것들이 많았다. '재벌 총수 문화, 바꿀 건 바꿔야 한다'(2011. 5. 18), '공기업 국민주 구상, 회사가 더 성장하는 계기 돼야‘(2011. 8. 3), ’고졸채용 늘리니 대학 가려는 전문고학생 줄었다’(2011. 9. 14), ‘대우조선이 간부후보로 고졸 뽑는다는 반가운 소식’(2011. 10. 13)등이 눈에 띈다.

송 전주필 칼럼 중 해악이 가장 큰 것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있다. 2008년 8월 8일 논설실장 자격으로 '누가 월 스트리트를 두려워하랴'라는 칼럼을 썼다. 금융위기 당시 매물로 나온 부실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하라고 제안했다. 사설도 비슷한 논조로 썼다.

송희영-박수환 커넥션에 포함된 민유성은 당시 산업은행장이었다. 그는 리먼을 인수해야 한다고언론플레이를 했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리먼 인수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송희영 제안대로 리먼을 인수했다면 곧바로 국가부도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았다. 리먼의 부실규모가 무려 60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은 독자들에 대한 겸허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방상훈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송희영스캔들과 관련해 유감을 표시했다는 이야기는 들린다. 대외적인 사과표명은 없었다. 엄중한 상황판단이 아직은 미흡하다. 양상훈칼럼으로 넘어가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