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인생은 1%의 싸움이라더니". 한국야구계의 큰 별이 졌다. 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야구해설가 하일성(68)씨는 허구연(65) KBO 야구발전위원장과 양대산맥으로 불리며 시대를 풍미했다. 타고난 말솜씨와 해박한 야구 지식으로 야구붐을 주도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야구는 몰라요"도 이제 더 이상 들을 수가 없게 됐다.

   
▲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의 저서 '인생은 1%의 싸움이다' 표지.
야구계는 갑작스럽게 세상과 연을 끊은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의 비보에 충격에 빠졌다. 30년 가까이 함께 야구 해설을 해온 허구연 위원은 충격적이란 말과 함께 "최근 많이 허전했는데, 앞으로 더 허전할 것 같다"며 비통해 했다.

허 위원은 "선의의 경쟁자를 잃어 버렸다"며 "'야구 몰라요'라는 형 멘트처럼 인생도 어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야구계도 어찌 될지 모르니, 미래를 생각하며 우리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고인의 죽음에 애통해 했다.

하일성 전 총장과 허구연 위원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KBS, MBC 프로야구 중계를 맡으면서 동지이자 영원한 라이벌로 꼽혔다. 건강악화에 시달리면서도 야구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2002년 심근경색으로 3차례나 수술을 받기도 했다. 2006년 14년 동안 해설위원으로서 정들었던 마이크를 놓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에 선임되면서 행정가로 변신했다.

2009년까지 KBO 사무총장을 지내는 동안 행정가로서도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야구 국가대표 단장 역할을 맡아 금메달과 은메달을 선사했다. 당시 하일성 전 사무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제 묘비명에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야구대표팀 단장'이라고 써 달라"고 할만큼 자랑스러워 했다.

비보를 접한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내가 고교 3학년, 하일성 전 총장이 1학년 때 처음 만났다"며 "늘 밝고 쾌활한 친구라 내가 많은 위로를 받았다…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도 "너무 안타깝다. 항상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깊이 애도한다"며 믿기지 않아했다. 김성근 감독은 하일성 전 총장과 프로야구 원년부터 인연을 맺어 온 각별한 사이다.

하일성 전 총장은 서울 성동고 재학시절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1967년 경희대 체육학과에 야구 특기생으로 입학했지만 "고된 훈련과 단체생활이 맞지 않았다"며 선수생활을 접었다.

대학 졸업 뒤 체육교사로 근무하던 하일성 전 총장은 1979년 당시 한국방송공사 배구 해설위원이던 오관영 씨의 권유로 동양방송(TBC) 야구해설을 맡으면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1982년 동양방송이 한국방송공사에 통폐합되면서 한국방송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해 한국 프로야구가 시작됐다.

한국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해설을 맡으면서 많은 유행어와 함께 정감 있는 해설로 이름을 알렸다. 건강 문제로 마이크를 놓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KBO 사무총장으로 변신, 한국야구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2010년부터 KBS N SPORTS 해설위원을 맡았으나 2014 시즌을 끝으로 하차했다. 이후 강연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기도 했지만 수년 전 절친하게 지냈던 부동산 업자의 말에 속아 100억 원 상당의 빌딩을 날린 이후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사기사건, 피소, 음주운전 적발 등으로 구설에 휘말려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최근 프로구단 입단 청탁을 빌미로 5000만 원을 받아 사기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재판으로 넘겨지면서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그가 남긴 저서로는 '하일성의 나는 밥보다 야구가 좋다', '야구 몰라요, 인생 몰라요', '인생은 1%의 싸움이다' 등이 있다. 야구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원한 야구인임을 배여있다.

한국야구계의 거목을 잃은 KBO는 9일 경기에 앞서 고인을 기리는 시간을 갖는다. 이날 5개 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전광판에 추모 글을 띄우고 선수, 팬들과 애도의 묵념으로 고인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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