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8일 하이투자증권 인수전 참여 여부에 대해 "크게 고민은 안 해 봤지만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 설명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수전 참여 여부를 묻자 "한투와 하이투자증권이 합치면 무슨 시너지가 있느냐"고 반문한 뒤 이같이 답했다.

사실상 하이투자증권 인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확충 방안과 관련해서는 "지주 차원에서 자금을 동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며 "기회비용을 증권에 줬을 때와 다른 계열사에 줬을 때 중 어떤 게 더 나은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자본을 확충한다면) 자체 자금으로 충분할 것 같다"며 "차입이야 할 수 있을 테고 증자도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증자까지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면서도 "충분히 지주 내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본 확충 가능성은 열어뒀다.

한국투자증권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부회장은 채용 설명회에서도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키울 생각이 있느냐"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회사의 규모보다는 퀄리티(질)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인데 가장 큰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ROE가 8% 정도밖에 안 나온다"며 "다른 자회사가 분발해 지주의 ROE를 높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증권이 증자해서 돈을 잘 벌고 고객, 주주, 직원이 다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커져서 해악만 부린다면 커질 이유가 없다"며 "(규모가) 커진 만큼 훌륭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나름대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발표하며 IB에 제공할 인센티브를 자기자본 기준으로 3조원, 4조원, 8조원으로 차별화해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3조원대 증권사의 자본확충 방안에 관심이 쏠린 상태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2천억원이다.

김 부회장은 "어떤 회사를 M&A 하면 시너지가 날지, 그냥 우리 스스로 성장하는 게 나은지 잣대를 들이대고 고민하고 있다"며 "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아시아에서 누구보다 고객과 주주와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채용 설명회에는 서울대생 외에 다른 학교 학생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강의실 계단까지 가득 채워 대학가의 취업 열기를 보여줬다.

김 부회장은 설명회에서 "금융은 유한한 자원인 재화, 즉 돈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기능을 가진 업"이라며 "앞으로는 (한국금융투자지주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넘버원'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투자는 결코 편한 직장이 아니다"라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고, 내 능력의 끝이 어딘지 보고 싶다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대학가 채용 설명회에 참석한 것은 올해로 14년째다.

대학 채용 설명회는 좀처럼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 부회장이 주주총회와 더불어 매년 반드시 참석하는 행사다. 오는 12일 고려대에서 열리는 설명회에도 직접 나선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역시 2007년 취임 이후 10년째 대학 채용 설명회 무대에 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업황과 관계없이 매년 100명 안팎의 신입 사원을 공채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권사다. 작년 80명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도 100여명의 신입 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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