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타령 꼼수 대신 자유민주 원칙에 충실한 지면제작을
요즘 한국사회의 가장 우려할만한 흐름은 평화운동이다. 북한 SLBM의 실전배치가 코앞이고,  5차 핵실험이 진행되는 이 국면에서 가히 망국적 징후인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좌익세력이나 경북 주민들만이 그런 게 아니다. 공당(公黨) 정치인들도 평화 타령이다. 국회의장 정세균은 “가장 정의롭지 못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며 평화 지상주의를 역설해 논란을 빚었지만, 국민의당 박지원은 김대중(DJ)의 이름까지 팔았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사드에 반대해야 한다는 DJ의 음성이 (내 귀에) 들려온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악은 중앙일보의 평화 캠페인이다. 7월 내내 평화협정 나팔수를 자처하던 이 신문은 후속으로 소설가 황석영-이문열 등 지식인을 동원해 이른바‘평화 오디세이’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평화, 명분 좋고 그럴싸하다고? 아니다. 삼류 정치인과 언론이 떠드는 가짜 평화론(pseudo pacifism)의 구조와 폐해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평화 문제는 어느덧 대한민국 체제수호의 최전선으로 부각됐는데, 미디어펜은 이 구조를 점검하는‘중앙일보 평화 캠페인 왜 문제인가?’3부작 연속칼럼을 싣는다. [편집자]

[연속칼럼 ③]-중앙일보 평화 캠페인 왜 문제인가?

   
▲ 조우석 주필
이 3부작 칼럼을 쓰는 중 새 책 발행 소식을 접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하 홍석현)을 대권 후보로 띄우는 책인데, 제목은 <제3의 개국, 누가 이끌 것인가>(드림온 펴냄)이다. 앞표지에 홍석현 얼굴사진을 커다랗게 배치했고, 옆에 이런 카피를 달았다.

"위기의 대한민국 홍석현을 소환하라." 내년 대선에 그를 모시자는 담대한 제안인데, 홍석현 본인이 쓴 건 아니다. 저자는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세계일보 사장을 지낸 조한규란 분이다. 단 '제3의 개국'은 홍석현이 공사석상에서 환기시켜왔던 대한민국호의 화두라서 본인이 직접 쓴 책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목차를 보니 홍석현의 비전을 담았다.

내년 대권주자로 홍석현을 모시자!

이런 책이 못 나올 것도 없다. 홍석현의 비전에 공감한 한 언론인이 차세대 리더로 그를 띄운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필자인 나로선 노파심이 크다. 거대 언론그룹 중앙일보-JTBC 회장으로 있고 그동안 공로도 무시 못하겠지만, 그가 아무래도 섣부른 정치의식을 가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일보 평화 캠페인 왜 문제인가?' 3부작 연속칼럼을 연재 중이지만, 표적은 의연히 홍석현이다. 앞서의 글을 통해 평화타령 나팔수 노릇을 해온 이 수상쩍은 신문의 문제점을 지적할만큼 했으니 이번 회에서는 중앙일보와 연고가 있는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 얘기부터 전하고 싶다. <호암자전> 에서 밝힌 그 스토리야말로 현대사의 명장면인데, 그걸 함께 음미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건 대한민국 건국 전후의 얘기인데, 당시 젊었던 그가 어떻게 이승만 박사를 만나 사업보국의 비전을 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로선 시골부자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결정적 계기였지만, 20세기 대한민국이 탄생시킨 걸출한 한 기업의 전사(前史)라서 기업사의 뒷얘기로도 썩 훌륭하다.

희한하게도 이 얘기가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건국사를 부정하려는 못된 좌익세력의 외면이 원인일텐데, 이 못진 스토리의 진면목을 채 모르는 사람의 하나가 중앙일보-JTBC 홍석현 회장일 것이다. 안다면 지금처럼 좌익 상업주의 늪에 빠진 언론사 운영을 할 까닭이 없다.

그래서 지난 글에서 중앙일보-JTBC 타락의 중심엔 홍 회장이 있다고 나는 감히 지적했다. 사실이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홍석현 자신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니 주변에 위선적 리버럴리스트 내지 지적 허영을 즐기는 헛똑똑이로 가득하다. 또 그들은 삼성과의 인연을 무시한 채 좌클릭하는 게 언론 비즈니스에 도움 된다는 짧은 생각만 할 것이다.

그게 아니다. 삼성-중앙일보가 공유하는 건국사의 뿌리는  <호암자전>에 충분히 노출돼 있다. 그 책에 따르면, 1910년생 이병철 회장은 일제말 삽시간에 거물 사업가로 컸다.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차리기 전 스물여섯에 경남 마산에서 트럭 20대를 굴렸을 정도다.

당시 함께 시작했던 곡물 선물(先物)거래 대박으로 1만 석 대지주 반열에 덜컥 올랐으며, 동시에 젊은 이병철은‘요정(料亭)의 큰손’으로 떴다. 당시 마산에는 조선-일본식 요정이 즐비했는데, 그곳의 기생 전체(80~90명)을 불러놓고 놀거나, 때론 일본 원정도 감행했다. 이병철 자신은 그걸 젊은 날 "취생몽사의 미망"이라고 반성하던데, 식민치하 젊은이의 방황이었다.

   
▲ 중앙일보는 대한민국 건국의 가치는 물론 체제수호에 무관심한 허깨비 매체인데, 요즘엔 그걸 명분 그럴싸한 평화의 이름 아래 진행한다. 사진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쓴 <제3의 개국, 누가 이끌 것인가> 앞 표지. 이 책은 홍석현 회장을 대권 후보로 띄우고 있다.

이병철 스토리는 왜 현대사 명장면인가?

그러다가 변화의 계기가 해방과 건국 전후였다는 것도 우연일 리 없는데, "진짜 사업을 해보자"는 뜻을 그때 세운다. 그가 표현한대로 제2의 각성은 1946년 이승만 박사와의 만남 때문에 비로소 가능했다. 그해 말 대구폭동 직후 이 박사가 대구에 내려왔는데, 당시 30대 지역유지이던 이병철이 첫 인사를 드렸다. 

흥미롭다. 당시 이병철은 이 박사에게 선친 이찬우(李纘雨) 선생 얘기를 꺼냈다. 선친은 개화기 청년운동권 출신으로 독립협회 활동을 전개했던 열혈남아였다. 당시 배제학당 출신의 스타 운동권이던 이승만과 동갑(1875년 생)이자 동지 사이였는데, 그 얘기를 꺼낸 게 대박이었다. 이 박사는 이 50년 전 스토리를 듣고 반색했다. 너무도 기쁜 나머지 “서울 오면, 내게 들르라”며 옛 동지의 젊은 아들을 초청했다. 

이병철은 이듬해 8월 이화장을 대뜸 찾아갔는데, 그의 고백대로 "평생 잊기 어려운 일 체험"을 당시에 했다. 건국을 1년 남겨놓은 국면에서 이 박사의 노력과 비전을 들으며 짧은 시간에 압도가 된 것이다. 그 감동은 "마치 큰 불덩이가 가슴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고, 당시 비로소 사업보국의 큰 뜻을 가슴에 새겼다고 <호암자전>에 기록돼 있다. 

인상적이다. "큰 불덩이", 그건 주로 종교적 깨우침을 표현할 때 등장시키는 표현이 아니던가? 어쨌거나 삼성의 실질적 재출발 속에 이병철은 나라 없이는 사업도 없다는 위대한 각성을 했다. 그렇다. 삼성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의 이념을 담은 1948년 건국헌법의 정수를 담고 드디어 날개를 단 것이다.

그래서 그 스토리는 가감없이 현대사의 명장면이 맞다. 삼성은 대한민국의 적통(嫡統)을 등에 지고 있고, 1965년 이병철이 창간한 중앙일보 역시 그 기업 DNA를 공유한다. 유감스럽다. 단 이 멋진 이야기를 애써 잊기로 작정한 사람 중에 홍 회장 자신을 포함해 패션좌파 앵커 손석희 등 중앙-jtbc 구성원 상당수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 점을 단언할 수 있는데, 지난 몇 년 새 중앙일보 지면과 jtbc 방송은 온통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천지다. 일테면 4월 당시 JTBC 뉴스룸은 이승만 시 공모전을 진행한 자유경제원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 어떤 매체도 이런 망동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그들이 앞장서는 꼴불견을 연출했다.

당시 시 공모전에서 건국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비판하려는 좌익세력이 이승만을 폄훼하는 내용을 응모했다. '우남찬가'등 두 작품의 앞 글자를 세로로 읽을 경우 최악의 욕설로 변신한다. 당선 취소 결정과 함께 응모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밝힌 자유경제원의 대응은 너무도 정당했는데, JTBC는 그걸 대뜸 도마에 올린 것이다. 
 
그날 손석희는 건국 대통령과 자유경제원을 대놓고 비아냥거리길 서슴지 않았는데, 그건 홍석현과 중앙-jtbc 구성원이 오래 사용하던 동네우물에 침 뱉은 못된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더구나 홍석현의 선친(홍진기)은 이승만 박사를 모셨던 국무위원이기도 했는데,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게 요즘의 망조가 든 언론사인 중앙일보-jtbc의 형편이다.

   
▲ 지난 몇 년 새 중앙일보 지면과 jtbc 방송은 온통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천지다. 손석희는 건국 대통령과 자유경제원을 대놓고 비아냥거리길 서슴지 않았는데, 그건 홍석현과 중앙-jtbc 구성원이 오래 사용하던 동네우물에 침 뱉은 못된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사진=jtbc뉴스룸 캡쳐.

건국 대통령을 조롱한 싸가지 없는 jtbc 손석희

물어보자. 이 나라가 이렇게 항구적 위기를 반복하는 배경의 하나에는 건국 대통령과 건국사에 대한 합당한 정치사회적 존중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다른 매체나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해도 안 되지만, 중앙일보가 이 따위 짓에 앞장서는 건 더욱 안 된다. 

이병철의 사업보국에 대한 이해도 없고, 그를 이끌었던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짓밟는 그런 방송을 진행해도 암시랑토 않다는 게 과연 멀쩡한 것인가? 그러다가 7월 사드 안보대란의 와중에, 한국사회가 뿌리부터 흔들리던 이 국면에서 중앙일보 지면은 일탈(逸脫)을 감행했다. 그게 남북 평화협정 타령이었고, ‘평화 오딧세이’연재였다.

국민적 합의 없고, 반(反)대한민국적 어젠더에 저들은 기이하리만치 집착한 것이다. 핵(核)에 굴종하는 가짜 평화를 애걸하는 지면은 몰상식할뿐더러 수상쩍기조차 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중앙일보-jtbc는 '내부의 적'으로 변질됐다는 냉소와 개탄이 나온다. 

올해 2월 '뉴데일리' 조광형 기자는 "이병철 회장 꿈꾸던 언론, 지금의 중앙일보 맞나?"란 제목의 비판 글을 실었는데, 참고로 그 기사의 부제가 이랬다. "미디어오늘 '중앙과 경향 논조는 동급' 극찬. 사업보국 팽개친 중앙일보, 보수 깃발 내리고 섹시한 붉은 기 펄럭". 이런 게 민심이다. 사실 중앙일보 지면의 경우 지난 몇 년 새 심하게 흔들렸다. 

걸핏하면 매력사회론-매력국가론을 들먹이고, 공허한 개방-관용-다문화를 말하는 것쯤이야 오너 홍석현의 겉멋이니까 양해한다. 김대중의 제2건국론을 연상시키는‘제3의 개국론’도 자주 들먹이던데, 그런 수사(修辭)도 대강 넘어가자. 

그러나 중앙일보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될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관련한 대목이다. 중앙일보는 대한민국 건국의 가치는 물론 체제수호에 무관심한 허깨비 매체인데, 요즘엔 그걸 명분 그럴싸한 평화의 이름 아래 진행한다. 그 결정적인 게 평화 타령이었다는 걸 새삼 지적하려 한다.

여기까지다. 홍석현과, 그가 운영하는 거대미디어 중앙일보-JTBC는 이미 한국사회의 공공재(公共財)이자 자산이다. 이번 연작 칼럼은 어떻게 하면 그들이 제도권 범털들의 타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역할 극대화를 할 것인가를 목표로 한 논의다.

마침 언론 사상 초유의 '조선일보 게이트'로 신문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일보로서는 숙원이던 1등자리를 못 노려볼 것도 없을텐데, 어부리지나 요행수로 건지지 말고 자기 실력으로 이룩해볼 것을 권유한다. 방법은 작은 전략 대신에 정공법이 아니겠는가? 정공법이 무엇인가는 이 자리에서 충분히 암시했다. 진정 당신들의 성공을 빈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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