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웹젠이 대표작 ‘뮤 온라인’ 이후 15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작 ‘뮤 레전드’는 RPG(역할수행게임) 본연의 재미를 충실하게 담아낸 게임이었다. ‘핵앤슬래시’ RPG의 대표 격인 ‘디아블로2’를 즐기던 올드게이머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 불안한 첫인상에도 재미는 보장

   
▲ '뮤 레전드' 플레이 장면/웹젠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매일 24시간 진행된 뮤 레전드의 2차 비공개 테스트(CBT)는 1차 테스트에 이어  ‘다크로드’, ‘블레이더’, ‘워메이지’, ‘위스퍼러’ 4종의 클래스를 65레벨까지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됐다. 연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엔드 콘텐츠가 구현된 최종 점검 테스트였다.

뮤 레전드 CBT를 시작하며 받은 첫인상은 ‘오래된 게임 같다’는 것이었다. 게임에 있어 가장 먼저 보이는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때문이었다. 며칠 전 1차 CBT를 마친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로스트아크의 경우 뮤 레전드와 같은 쿼터뷰(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를 채택했음에도  그래픽 품질이 매우 높아 호평을 받았다. 게임 진행에 따라 시점이 전환되며 웅장한 연출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반면 뮤 레전드는 수년 전 게임이라 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캐릭터나 배경의 텍스처 세부 품질이 떨어졌다. 로스트아크와 같은 멋진 배경 연출은 기대할 수 없었고 게임 내 NPC와의 대화창마저 고전 RPG의 그것과 비슷했다.

캐릭터 레벨이 낮아 많은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초반 전투에서는 다소 단조로운 모습을 보였다. 로스트아크가 기본 공격에서도 다소 과장된 액션, 직업별 초반 프롤로그와 밀도 있게 이어지는 퀘스트로 이를 만회한 것과 대조적이다.

불안한 첫인상과 달리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뮤 레전드는 매력을 분명히 드러냈다. ‘성장’이라는 RPG 특유의 재미와 충실한 세계관, 다양한 던전이 중심이다.

그래픽이 단조로운 만큼 PC 요구 사양이 낮아 빠른 로딩으로 답답함이 없었고 캐릭터가 성장할수록 늘어가는 스킬의 화려함과 레이드 컨트롤 재미에 그래픽은 더 이상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웹젠은 상대적으로 PC 평균 사양이 낮은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최적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25레벨 전후에 그래픽 불만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유효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심심한 필드 퀘스트에 비해 난이도 조절이 가능한 던전과 그에 따른 보상은 과거 디아블로2가 제한된 콘텐츠로도 장기간 플레이어들을 잡아두던 매력을 떠올리게 한다.

장비와 각종 능력치에 따라 총 전투력을 올리는 재미도 쏠쏠하고 ‘무한의 탑’, ‘블러드 캐슬’, ‘루파의 미궁’에서 더 높은 기록을 달성하고자 하는 도전의식도 자극한다.

대규모 PvP(플레이어 대전) 콘텐츠는 없었지만 실제 다른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조종하는 AI(인공지능)과 대전을 펼치며 자신의 캐릭터 수준을 가늠할 수도 있다. 간접적이지만 직접적인 PvP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줄인 신선한 방식이다.

제한된 테스트 기간과 특별할 것 없는 연출 때문에 집중하지 못했던 스토리와 세계관도 자세히 보면 어지간히 공을 들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존 뮤 온라인을 경험한 이들에게 반가운 배경과 명칭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필요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개성이 강한 대사와 성우의 음성, NPC의 배신과 반전 등은 최근 뮤 시리즈의 IP(지적재산권)에 웹젠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는 로스트아크가 연출로 몰입감을 극대화 했음에도 시나리오가 부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과 반대다.

실제로 웹젠은 뮤 온라인 IP를 활용한 ‘대천사지검’이 중국에서 흥행한 이후 사내 컨설턴트를 두고 뮤 브랜드를 적극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대천사지검의 국내판 ‘뮤 이그니션’과 뮤 온라인의 웹게임 버전인 ‘뮤 오리진’ 등을 통해 구체화 되고 있다.

이 외에도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의 매력을 십분 살린 ‘기사단’ 커뮤니티 시스템 등이 단순히 던전을 공략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데 치중한 디아블로 시리즈와는 다른 재미를 준다.

◆ 시장 선점 가능성 충분…유저 이탈 막아야

   

결론적으로 뮤 레전드는 최근 수년간 침체된 국내 RPG 시장에 다시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웰메이드 게임’으로 평가된다.

실제 CBT 기간 중 국내 PC방 점유율 1위의 ‘오버워치’ 경쟁전 2시즌이 시작됐음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번 탄력을 받으면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RPG의 특성도 한몫 했다.

뮤 레전드에 이어 내년에는 ‘국산 RPG의 마지막 희망’으로 불리는 로스트아크 외에 엔씨소프트의 정규 차기작 ‘리니지이터널’이라는 쟁쟁한 RPG 대작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다시금 국산 RPG의 전성기가 돌아올지 기대된다.

미리 공개된 화려한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한껏 기대감을 높인 두 경쟁작에 비해 뮤 레전드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에 비해 1년 가까이 빠른 시점에 출시되는 만큼 뮤 레전드 특유의 재미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뮤 레전드가 넘어야 할 산이 높은 만큼 정식 출시 때까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많다.

우선 단조로운 초반 플레이를 보완해 유저들이 본격적으로 캐릭터 육성에 몰입될 때까지 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대대적인 변경은 어려워도 보상 등을 통해 플레이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도 있다. 웹젠도 초반 이탈 유저가 많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메뉴끼리 겹치는 등의 세부적인 불편함은 차치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그래픽은 디테일 옵션을 추가해서라도 보완해야 추후 유저 이탈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웹젠은 오는 11월 지스타 공개 시점까지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던전과 달리 너무 밋밋해 단순한 이동 경로로 전락한 필드도 문제로 꼽힌다. 대규모 레이드 보스 등을 추가하고 단조로운 퀘스트를 더 효율적으로 배치해 풍성한 느낌을 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은 각종 던전과 기사단 시스템 등을 지속 발전시켜 지속적인 플레이를 가능케 해야 한다. 시장을 선점해도 후반 콘텐츠가 부족하면 유저들은 한 순간에 다른 게임으로 갈아탈 수 있다.

뮤 레전드와 로스트아크, 리니지이터널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감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미 두 작품은 CBT를 통해 게임성을 인정받은 분위기다.

이제 많은 유저들은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들을 과도한 유료 아이템 운영 등으로 훼손하지 않기 만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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