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이 '애제자' 박주영(29·왓포드)을 끌어안았다.

홍 감독은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그리스 평가전 명단 발표 자리에서 박주영을 포함한 대표팀 24명을 발표했다.
 
   
▲ 박주영/뉴시스
 
박주영은 예상대로 이름을 올렸다. 박주영이 태극마크를 단 것은 지난해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이후 약 1년 만이다. 홍 감독 부임 이후에는 첫 승선이다.
 
홍 감독은 "(박주영 발탁이)우리 기준과 다른 결정이지만, 이번 그리스전이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선발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감독 취임 당시에 '소속팀에서의 활약과 충분한 출전시간'이 중요한 선발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박주영이 홍 감독의 외면을 받았던 배경이다.
 
박주영은 이달 1일 겨울 이적시장 마감 직전에 챔피언십(2부 리그) 왓포드로 임대 이적했지만 브라이턴 앤드 홉 알비온과의 챔피언십 27라운드에서 교체로 약 5분을 소화한 것 외에는 여전히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분명 박주영은 홍 감독이 제시한 선발 기준에 못 미친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많이 고민했다. 개인뿐 아니라 팀의 방향성 등 모든 것들이 걸려 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본인과 통화를 했고, 본인의 의지를 확인했다. (박주영이)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컨디션적인 면에서 크게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앞으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 말할 수는 없지만 대표팀 참여 의지가 어떤 선수보다 강하다는 것은 판단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주영은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 감독은 "그리스에서 몸 상태도 살피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본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수비수 차두리(34·서울)의 발탁도 눈에 띈다. 홍 감독은 오른쪽 풀백 자원들의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오른쪽 풀백 자리는 어느 자리보다 경쟁이 심하다. 몇몇 선수들을 테스트했는데 차두리도 서울의 동계훈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차두리는 K리그에서 능력을 보여줬다. 오른쪽 풀백은 계속해서 좋은 경기력을 가진 선수를 찾아야 한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다.
 
홍 감독은 예고한 대로 유럽파를 대거 발탁하는 등 사실상 최정예 멤버를 구성했다.
 
홍 감독은 "앞서 이번 명단이 (본선에 갈 최종엔트리의) 80%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20%를 찾을 것이다""앞으로 있을 평가전과 3~4월에 보여주는 경기력 등이 최종 선발의 기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선수 1~2명이 문제가 아니라 엔트리 30명을 잘 관리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해 혹시 모를 부상에 따른 전력 손실에도 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4명 중 미드필더 9명은 모두 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로 구성됐다.
 
하대성(29·베이징박종우(25·광저우기성용(25·선더랜드한국영(24·쇼난 벨마레구자철(25·마인츠김보경(25·카디프시티남태희(23·레퀴야이청용(26·볼턴손흥민(22레버쿠젠) 등이다.
 
홍 감독은 "국내파와 해외파를 가리지 않았다. 하대성이나 박종우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K리그에서 뛰었다. 의미가 없다. 오늘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이 내일 해외에서 뛸 수도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골키퍼 자리에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을 새롭게 발탁한 것에 대해선 "경쟁 상태다. 어느 자리든 정해진 곳은 없다. 11자리 모두 경쟁이다. 이번에 오는 선수들, 없는 선수들 모두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1일 소집돼 2일 오전 그리스로 출국할 예정이다. 한국과 그리스의 평가전은 다음달 6일 오전 2시 그리스 아테네에서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