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계 관련 사고 100건당 사망자수 전체 교통사고보다 5.5배 높아
   
▲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삼성화재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려하기 위해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근본)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농업에 대한 생각은 현재까지도 유효하여 정책적으로 보호, 장려, 육성하기 위해 국가·지자체 차원의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농촌 지역의 인구 고령화, 경작 면적 증가 등으로 농업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농업 기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2014년 기준 전국적으로 경운기 61만대, 트랙터 28만대, 이앙기 22만대 등 총 193만대의 농업기계가 보급되어 있다. 

하지만, 농업기계는 고유의 농작업 외에 농작물 운반을 위한 교통수단으로도 활용이 가능하여 일반도로를 이용하는 횟수에 비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운전자 안전기준과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 농업기계 당사자별 사고현황./삼성화재


최근 5년간(2010~2014년) 농업기계 관련 연평균 사고건수, 사망자는 각각 1110건, 143명으로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0.5%, 2.8%로 낮지만,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치사율이 전체 교통사고보다 5.5배 높은 12.9%로 사고 심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또한 사고 당사자(과실율)별 농업기계 사고건수는 피해사고(2당)가 가해사고(1당) 보다 1.7배 많지만 2012년 이후 사망자수는 농업기계 가해사고(1당)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농업기계 종합보험 추진 경과./삼성화재


이에 정부는 교통사고로 인한 농업인의 신체상해 및 재산상 피해를 경감시키기 위해 1991년부터 농업기계 종합보험 지원사업을 시작하여 현재는 총 12개 기종에 대해 보험료(대인·대물배상)의 50%를 지원하고 있으나 농업기계 보험 가입율은 전체 농업기계의 3.4%로 매우 낮고, 사고로 인한 보험회사의 손해율은 80%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농업기계 이용자 172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보험제도를 모르고 있는 이용자 비율은 약 48.8%로 응답자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으며 농업기계 종합보험 미가입 사유로 보험 가입 방법을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48.3%로 가장 높았다. 

   
▲ 농업기계 이용자 보험제도 관련 설문조사결과./삼성화재


즉 농업기계 이용자 본인의 교통사고 예방 및 피해 경감에 대한 준비 부족뿐 아니라 보험제도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매우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농업기계는 농작업을 위한 도구지만 일반도로를 주행하는 경우에는 교통수단으로서 자동차와 동일한 안전수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하지만 농업기계 이용자들은 도로 주행시 갖춰야 할 안전의식에 대해 아직까지 미흡한 실정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정부도 규제강화로 오인될 여론을 우려하여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일반도로를 주행하는 농업기계는 자동차로 정의되지 않아 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운전면허가 필요 없다. 

또한 도로교통법의 운전자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못해 음주운전, 적재물 불량·야간 등화장치 미장착 등으로 음주사고, 야간 추돌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데 이는 타 교통수단에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기계 관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도로 이용자로서 농업기계 이용자 스스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정부도 농기계 이용자의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동시에 이용 편의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도로 인프라, 운전자 관리·차량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