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LIG투자증권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면서 자금 조달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자신의 자기자본보다 몇 배나 큰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려고 나선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LIG투자증권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IG투자증권은 9일 하이투자증권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또 사모펀드(PEF) 한 곳도 LOI를 냈다.

두 곳 모두 자금 조달에 의구심이 든다는 점에서 EY한영 측은 “LOI 제출 마감 시한을 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LIG투자증권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능력이나 의지가 의심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말 기준 LIG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1996억원으로 채 2000억원이 못된다. 이에 비해 하이투자증권은 7065억원에 달해 LIG투자증권에 비해 자기자본이 3배 이상 많다. 이에 일각에서는 LIG투자증권이 ‘홍보’를 위해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하지만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자체자금 300억원 만으로 KB금융지주로부터 1300억원에 LIG투자증권을 인수했던 것을 고려하면 하이투자증권 인수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는 400억원 수준의 LP(유한책임투자자) 출자금을 포함, 총 1400억원을 모으면서 LIG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케이프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이 임태순 현 LIG투자증권 사장(사진)이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이번에는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20여 년간 PEF 분야에서 일하면서 누구보다 인수·합병(M&A) 분야에 정통하다.

임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진행 초기단계로 들여다보는 정도”라며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현재 진행상황이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우려에 대해 임 사장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조달을 위한) 내부전략을 갖고 있다”며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인수전 참여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관심을 두고 입찰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하이투자증권을 사실상 져버린 상태다.

앞서 지난 8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 설명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투와 하이투자증권이 합치면 무슨 시너지가 있느냐”며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불참할 의사를 내비쳤다.[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