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라이벌은 따로 있었다.

김연아(24)와 함께 쇼트프로그램에서 70점대를 돌파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와 카롤리나 코스트너(27·이탈리아)가 올림픽 2연패를 위협할 새로운 라이벌로 떠올랐다.

   
▲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뉴시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9.03점과 예술점수(PCS) 35.89점을 더해 74.92점을 받았다.

당초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예상됐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가 트리플 플립 실패로 메달권에서 약간 멀어진 반면 소트니코바(74.64점)와 코스트너(74.12점)가 치고 올라왔다.

김연아와 나이가 같은 아사다 마오(일본)는 55.51점 16위에 그쳐 경쟁권에서 한참 멀어졌다.

김연아는 2위 소트니코바에는 불과 0.28점, 3위 코스트너에는 0.80점 앞서 있다. 20일 오전 0시부터 시작하는 프리스케이팅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달라질 수 있는 미세한 차이다.

2위 소트니코바는 지난 1월 유럽선수권 대회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리프니츠카야의 그늘에 가려 있던 게 사실이지만 러시아 선수권대회 4회 우승에 빛나는 정상급 선수다.

소트니코바의 종합점수 최고기록은 2014유럽선수권대회에서 받은 202.36점이다. 개인 프리스케이팅 최고점수(131.63점)도 같은 대회에서 세웠다.

하지만 소트니코바가 가장 무서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개최국 러시아의 홈 텃세다. 이는 쇼트프로그램 채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소트니코바는 경기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큰 실수 없이 잘 끝냈다는 자신감도 베어있는 듯 했다.

경기 뒤 소트니코바는 기분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것만으로 기쁘다. 무대에 서기 위해 최선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모든 관심은 쇼트프로그램을 잘 소화하면서 김연아에게 근접한 소트니코바보다 '신예'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에게 집중됐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리프니츠카야는 점프 도중 넘어지며 5위에 랭크됐다.

이에 대해 소트니코바는 "율리아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보지는 못 했지만 넘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잘 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힘을 불어 넣어 줬다.

김연아는 기본점수만 10.10에 달하는 고난도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하고도 수행점수(GOE)를 고작 1.50점을 받는데 그쳤다.

반면 소트니코바는 기본점수가 8.20으로 상대적으로 쉬운 트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고도 수행점수로 1.60점이나 챙겼다.

어려운 점프를 해낸 김연아보다 쉬운 점프를 성공한 소트니코바에게 더 많은 가산점을 주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는 "단체전도 그렇고 점수가 일관성이 없다"며 "소트니코바와 김연아의 첫 점프만 살펴봐도 그렇다. 어려운 김연아 점프의 가산점이 1.50점인데 트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뛴 소트니코바에게 가산점을 더 많이 줬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의 코스트너는 김연아에게 전혀 뒤지지 않은 경험을 지닌 베테랑 피겨스케이팅 선수다.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2012년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포함, 이 대회에서 5차례 나 메달을 목에 걸었고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5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종합점수 개인 최고점은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얻은 197.89점으로 프리스케이팅 최고점(131.03점) 역시 같은 대회에서 세웠다.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은 소치대회에서 기록한 74.12점이다.

코스트너의 가장 큰 강점은 오랜 경력에서 묻어나는 예술점수다. 소치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예술점수로만 36.63점을 받은 것이 고득점의 원동력이 됐다. 김연아·소트니코바보다 모두 높다.

그는 경기 후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고 더 이상 스케이팅을 못 하겠다는 생각도 든 적이 있었다"며 "선수 생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참가한 올림픽에서 모든 것을 다 표출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서 모두 1점차 안으로 쫓아온 소트니코바와 코스트너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