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국감출석은 정치공세 목적…야당 정권흔들기 노림수에 이용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민정수석 증인 채택 여부의 문제는 보통 소모적인 정치공방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야당은 자신들에 불리한 정국을 돌파해보려 한다거나 대여공세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는다. 민정수석이 불참하면 불참했다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대여공세에 활용할 수도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그래서 일단 증인채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정수석이 불참해도 봐주는 관례라는 것이 생긴 이유도 다른데 있지 않다. 툭 까놓고 얘기해서 민정수석의 증인채택이나 국감출석이란 게 결국 정치공세용 이라는 걸 여야 서로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8년 국감 때 민주당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민석 최고위원에 떨어진 구속영장 청구를 따지려고 정동기 민정수석을 부른 경우, 2013년 야당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그리고 소위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을 캐겠다고 홍경식 민정수석 증인 채택을 놓고 대립했던 경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15년에는 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 의혹으로 국회 출석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은 "정치공세에 굴복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이건 야당이 강조하는 건데, 노무현 정권 때인 2003년과 2006년에는 이례적으로 민정수석이 국감에 출석한 사례가 있었다. 필자 기억으로 그렇다고 해서 그때 경우가 딱히 바람직했다거나 소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청와대를 상대로 정치공세를 벌이던 것은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 민정수석이 운영위 국감에 나온다고 어떤 사실이 새롭게 밝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기존 자료를 갖고 말꼬리나 잡아 망신을 준다거나 털끝만한 의혹을 태산처럼 부풀려 곤죽을 만드는 그런 구태들이 반복될 뿐이다. 이런 국회 악습을 잘 아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우병우 민정수석 증인채택을 요구하는 야당 주장에 덜컥 합의해줬다는 것은 그래서 쉽게 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야당의 꼼수에 휘말려 우병우 민정수석 청문회 증인 채택을 덥석 물었다. 야당의 정권흔들기에 이용 당하고 여권의 분열만 획책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병우 증인채택은 새누리당의 자기모순 

과거 새누리당은 야당이 민정수석을 국감에 부르자고 할 때면 여러 의원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민정수석 불참 관례를 이해시키려 한다던가, 불참한 이유를 설명해주거나 혹은 야당 의원들에 반박하면서 방패막이를 자처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여당 의원이 오히려 정치공세 판을 깔아 주었다. 

여당 원내대표이자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이 우 수석 증인채택을 보류하려던 여당 운영위 간사를 막아서고는 도리어 "왜 보류를 해요. 기관 증인 요구를 하고 만약 불출석을 한다면 법에 따라 제재를 가하면 되는 거죠."라고 야당을 거든 것이다. 

민정수석을 국감에 부르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도 증인채택에 합의해줬다는 건 우 수석더러 당해보라는 뜻 아닌가. 정 원내대표 본인은 원칙이 그렇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청와대 민정수석 증인채택을 거부하거나 불출석해도 감쌌던 그런 자신들 과거가 틀렸다는 것을 고백이라도 하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우병우 수석에 대한 야당과 좌파세력 공세는 "억울해도 물러나라"는 지경에까지 왔다. 그런데 이 말은 다시 말해 우 수석이 나갈 이유가 없다는 의미도 된다. 약 2달 전 조선일보가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를 진경준과 넥슨 김정주 그리고 우 수석 사이에 서울대 학번이 어떻다느니 사법연수원 몇 기니 하면서 관계를 억지로 얼기설기 엮어 의혹이 있다고 선동한 후로 뭐 하나 비리라고 나온 게 없다. 

그런 상황에서 야당 요구대로 증인채택에 합의해준 것만으로도 정 원내대표는 야당과 손잡고 우병우를 잡겠다고 나선 꼴이 되는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과거와 다르게 청와대 민정수석 증인채택에 합의해준 덕에 야당만 살판이 났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지금도 (우병우 수석이 증인) 출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꼭 약속을 지키리라고 생각한다"며 벌써부터 압박하고 있지 않나. 새누리당과 원내대표가 이 뒷감당을 온전히 감당해내야 하게 생겼다. 

시정이 필요한 정진석의 여권 분열행보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만큼은 야당과 한뜻으로 움직이더니 당도 덩달아 벙어리가 돼 있다. 누구하나 우 수석에 대한 조선일보나 야당 공격이 부당하다는 점을 제대로 지적하지도 않고 있다. 애초 우 수석 공격을 시작한 조선일보 전 주필 타락상을 보고도, 야당의 오버에도 입에 자물통들을 채우고 있다. 아주 기회주의적이고 비겁한 모습이다. 

특히나 정 원내대표는 우 수석에 대해 조선일보가 공격하기 시작한 때부터 현재까지 시종일관 한결 같다. 우병우 물러가라는 조선일보의 편을 들고 있다. 그러니 이 이상한 현상에 정 원내대표가 조선일보 고위 간부와 친인척 관계라는 언론의 보도나 시중의 설들이 자꾸 맘에 걸리는 것이다. 

그간의 정치행보를 고려한다면 짐작되는 점이 없지도 않다. 그러나 어찌됐든 정 원내대표가 우 수석에 대한 입장이나 현재의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의가 무엇이냐는 차원에서도 그렇고, 여당 화합에 이로우냐를 따져도 그렇다. 정 원내대표가 진정 여권 분열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잘못된 판단은 바로잡는 것이 옳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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