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람을 문화로 잇는 것이 우리의 꿈"…원 소스 멀티유즈 전략으로 다채로운 경제효과 창출
   
▲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콘텐츠로 세상을 바꾸다
- CJ E&M 김성수 대표 -

문화콘텐츠로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화, 예술을 공공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나 후원은 필수적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스스로 돈을 버는 콘텐츠, 수익이 남는 공연 등이 계속해서 나와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예술적인 것이야 말로 상업화되고 대중화 되어야 하며, 예술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타일러 코웬의 말처럼 문화의 상업화는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기본이다.

방송시장 역시 방송의 공공성이 최우선 가치로 여겨져 왔다. 오랜 기간 방송국들은 이익을 내기보다 광고와 외부의 지원에 의존해왔다. 이러한 기존의 관습을 깨고 CJ E&M 김성수 대표는 방송콘텐츠, 문화콘텐츠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방송콘텐츠로 지상파에 도전

지상파만 존재하던 방송시장에 1995년 3월 케이블TV가 개국하면서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투니버스, OCN 등 만화, 영화 등 전문방송이 등장했으며 하루 종일 뉴스만 방송하는 채널, 물건만 판매하는 홈쇼핑 채널도 생겨났다. 온게임넷은 게임전문 채널로 스타리그를 하나의 볼거리, 즐길거리, 문화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케이블 등장 이후에도 지상파 전성시대는 이어졌다. 케이블TV는 자금, 인력, 노하우 등에서 지상파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 모래시계, 태조왕건, 주몽, 제빵왕 김탁구 등 기라성 같은 지상파 프로그램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케이블 채널들은 자체 콘텐츠 개발이 부진하자 지상파 프로그램 재방송을 편성해 활로를 찾았다. 오히려 지상파 채널들은 KBS N, SBS plus 등의 이름으로 케이블 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주도했다.

철옹성 같던 지상파 프로그램에 CJ E&M 김성수 대표는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CJ E&M은 2010년 방송분야의 CJ미디어, CJ가 인수한 온미디어, 영화분야의 CJ엔터테인먼트, 음악분야의 엠넷미디어, 게임의 CJ인터넷을 하나로 통합하며 출범했다. 온미디어 대표이사 출신인 김성수 대표는 CJ E&M이 본격 출범할 때 방송사업 부문 대표에 이어 총괄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상파를 뛰어넘는 것뿐만 아니라 돈을 버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 CJ E&M 김성수 대표는 방송콘텐츠, 문화콘텐츠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백종원을 필두로 한 '집밥 백선생'은 먹방, 쿡방 전성시대를 열었다./사진=예능프로그램 '집밥 백선생2' 홍보포스터


차별화된 콘텐츠로 시장을 창출하다

그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 콘텐츠에 주목했다. 우선 예능 프로그램을 집중 공략했으며, 지상파가 시도하지 못하는 다양한 콘셉트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추구했다. 그러면서도 20대와 50대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보편성도 강조했다. 김성수 대표는 “차별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좋은 콘텐츠”라고 주장한다. 보편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하며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차별화 된 콘셉트로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스타K와 롤러코스터는 CJ E&M의 기반을 다지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슈퍼스타K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일반인들의 가수 도전기를 다룬다. 같은 시간대의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압도적으로 누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롤러코스터는 다양한 상황 속 남녀의 심리와 행동을 볼 수 있는 콘셉트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미생’, 예능프로그램인 ‘꽃보다’, ‘삼시세끼’ 역시 지상파를 능가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CJ E&M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미생은 직장인들의 애환, 꽃보다 시리즈는 연령대별로 다양한 여행 콘셉트으로 대중에게 어필했다.

특히 ‘응답하라 1997’로 시작된 TvN의 드라마 전성시대는 막장, 복수, 불륜 등 자극적 설정과 스타 배우 없이도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가족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면서 스타배우 대신 인기가 없거나 신인인 배우를 주로 캐스팅했다. 남편찾기 콘셉트로 종영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아 응답하라 시리즈는 매회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CJ E&M의 콘셉트를 따라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드는가 하면, CJ E&M이 발굴한 신인들을 앞 다투어 지상파 방송에 출연시키기 시작했다. CJ E&M이 지상파들이 두려워하는 막강한 경쟁상대가 된 것이다.

문화산업은 기업의 미래

김성수 대표는 돈버는 콘텐츠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새로운 콘셉트의 기획에도 돈이 된다는 확신만 들면 과감하게 투자했고, 특히 최고의 콘텐츠를 위해 최고의 인재를 채용했다. 콘텐츠가 결국 사람에서 나온다는 철학이 바탕이 됐다. 이명한, 나영석, 신원호, 이우정 등등 지상파에서 유명한 PD와 작가를 영입해 자유로운 콘텐츠 제작 환경을 제공했다. 지상파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달리 젊은 PD들의 신선한 기획,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을 적극 수용했다.

자유로운 제작환경을 찾아 지상파 인재들이 대거 합류했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지상파에서 러브라인을 반드시 포함시키라는 강요를 피해 CJ E&M을 택했다. 또 김성수 대표가 가장 신뢰하는 나영석 PD는 ‘꽃보다’,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 금요일 10시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다. 나 PD는 CJ E&M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투자에 힘입어 염소와 강아지에게도 의미를 부여하고 캐릭터를 살리는 능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그룹차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문화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말을 강조했다. 이를 이어 받은 CJ는 문화 콘텐츠 산업에 주력해 왔다. 전문 경영인 김성수 대표를 전면에 내세운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은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방송산업에 7000억 원, 영화·극장·음악 등의 분야에 2조7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에 대한 누적손실은 1000억 원 이상이 되었으나 이재현 회장은 “우리 회사가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신념으로 계속해서 투자를 지원해왔다. 

이처럼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은 사업의 성공을 위한 바탕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경영인은 탁월한 경영능력은 있으나 단기성과에 치중할 유인이 크다. 반면 오너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업의 생존에 관심이 깊다. 따라서 오너가 사업에 대한 비전이 확고한 상태에서 전문경영인이 그 능력을 활발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적 경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기업경영이 성공으로 가기 위한 바람직한 협력구조라 할 수 있다. 

   
▲ CJ E&M은 지상파를 뛰어넘는 것뿐만 아니라 돈을 버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삼시세끼는 지상파를 능가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CJ E&M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사진=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스틸컷

문화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과감한 투자, 새로운 시도, 최고의 인재의 조합은 성공을 이끌어 낼 수밖에 없었다. CJ E&M은 지상파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되었다. 이전까지 콘텐츠 질이 매우 떨어졌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는 케이블 방송사를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CJ E&M의 프로그램들은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2015년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은 최고 시청률 19.6%를 기록했다. 지상파 방송도 기록하기 매우 힘든 수치였다. 대부분의 시청을 VOD나 인터넷 등으로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콘텐츠 파워는 더욱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높은 시청률은 광고수입으로 직결됐다. CJ E&M은 ‘프로그램별 단가제’를 도입하여 인기와 질 좋은 프로그램들의 광고 단가를 높였다. ‘미생’, ‘꽃보다’, ‘응답하라 시리즈’, ‘삼시세끼’ 등의 광고단가는 지상파 프로그램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보다 더 높은 광고단가가 책정되어 있다. 

그리고 CJ E&M은 돈버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꽃보다 할배’는 2013년 첫회 방송 후 VOD 서비스에서 2억 1천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수치 또한 지상파 프로그램의 수익을 능가한다. 이후 CJ E&M 계열사의 프로그램들은 광고 수입 외에 VOD, 프로그램 수출로 막대한 수입을 창출했다.

문화콘텐츠를 선도하는 대기업

이를 바탕으로 CJ E&M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선도하는 대기업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지상파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이 되었다. 방송뿐 아니라 영화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명량, 국제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매출 구성은 방송 61%, 영화 제작 22%, 음악 14%, 공연 3% 수준이다. 이는 대규모 자본을 확충한 대기업이라 가능한 투자 포트폴리오이다. 문화산업의 특수성을 연관사업에 적용하여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사업의 특성상 위험이 크고 투자규모가 크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또한 투자 수익률의 확보와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의 확충과 투자관리의 효율성이 필요하다. CJ E&M은 안정된 자본을 확보해 장기적이고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즉 대규모 자본으로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모두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김성수 대표는 평소 CJ E&M이 월트디즈니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 작품을 다양한 채널로 공급하는 One Source Multi Use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하나의 작품을 방송, 뮤지컬,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가공해 세계에 유통하는 것이 이상적인 콘텐츠 기업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CJ E&M은 방송, 영화, 음악, 공연 사업을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를 중국판 ‘20세여 다시 한번’으로 만들어 성공시키는가 하면, ‘꽃보다 할배’는 중국판 ‘화양예예’ 제작을 이끌어 냈다. 

   
▲ CJ E&M은 예능 프로그램을 집중 공략했으며, 지상파가 시도하지 못하는 다양한 콘셉트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추구했다. 김성수 대표가 가장 신뢰하는 나영석 PD는 '꽃보다',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 금요일 10시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다./사진=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 홍보포스터

또 CJ E&M의 상품들은 문화를 바꾸며 많은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응답하라 드라마들은 복고열풍을 가져왔다. 삐삐, 워크맨, 다마고치 등의 상품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으며, 캔버스화, 더블코드, 청재킷의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응답하라 드라마에 등장한 음악들은 각종 음악차트 순위권을 기록했고, 음반의 매출이 늘어났다. 드라마 미생 방영 직후 원작이 200만 부나 팔렸으며, 백종원을 필두로 한 ‘집밥 백선생’은 먹방, 쿡방 전성시대를 열기도 했다. 꽃보다 시리즈는 여행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우리는 CJ E&M을 빼고는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CJ E&M은 아시아 최고의 문화기업을 목표로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중국,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해외 국가의 방송채널을 인수합병하거나 해당국가의 사업자들과 합작을 시도해 안정성을 추구한다. 또 콘텐츠 현지화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방영 또는 상영하였던 프로그램을 각 나라의 버전으로 바꾸는 작업 또한 한류를 앞세운 안정적 진출 기반을 다지게 하였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문화로 잇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2015년 MAMA에서 김성수 대표가 한 말이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한국의기업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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