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24)는 큰 무대에서 좀체 긴장한 내색을 하지 않는 '강심장'을 지닌 게 큰 장점이다. 긴장한 내색 없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한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점(228.56)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것도 '강심장' 덕분이었다.
 
   
▲ 김연아 선수가 20일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다./뉴시스
 
이같은 강심장이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러나 11개월 만의 큰 무대에서는 다소 긴장했다. 김연아는 "워밍업 때 너무 많이 긴장했다. 점프에 대한 확신이 없는 채로 연기를 시작했다. 저도 사람이다. 긴장을 안한 것처럼 보이지만 긴장을 늘 한다. 긴장이 어느 정도냐의 차이다"고 털어놨다.
 
김연아로서는 적잖게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워밍업 때에는 연습 당시 거의 실패가 없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두 차례나 하지 못했다.
 
그래도 김연아는 큰 실수 없이 연기를 마무리했다.
 
김연아는 20(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오른 중족골 부상 탓에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시리즈에 나서지 못해, 정상급 선수들과 실력을 겨룰 기회를 잃었다.
 
2013~2014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를 건너 뛴 김연아는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출전했다. 그러나 이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나서는 대회였다.
 
이후 한 차례 더 실전에 나섰지만 국내 대회였다. 김연아는 지난 1월 고양어울림누리빙상장에서 열린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김연아가 '경쟁자'라고 불릴 수 있는 선수들과 기량을 겨룬 것은 이번 올림픽이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1개월만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부터 김연아는 긴장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은퇴를 앞두고 갖는 마지막 무대이자 큰 무대임에도 여유가 있었다.
 
'신예'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가 기량이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김연아는 의연했다. 그는 "상대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많이 나온다.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그의 2연패 달성 여부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만 김연아는 "올림픽 2연패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에만 의미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세계선수권대회는 김연아가 2년 만에 나서는 큰 무대였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김연아는 당시 역대 두 번째 높은 218.31점을 받고 우승했다.
 
11개월만에 나서는 큰 무대. 관중들의 큰 함성. '강심장'으로 불리던 김연아도 긴장이 되는 상황이었다. 워밍업 때 특히 긴장이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연아의 연기에 흠잡을만한 점프는 없었다. 긴장했다지만 흠잡을만한 실수가 없었기에 그런 기색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김연아는 첫 점프이자 가장 난이도가 높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뛰었다. 이 점프에서 김연아가 얻어낸 수행점수(GOE)1.50점에 달했다.
 
이후 스텝시퀀스에서 레벨3(스리)를 받은 것을 제외하고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의 강심장이 한층 돋보였다.
 
결국 유망주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와 격차를 크게 벌린 것도 '멘탈'이었다.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리프니츠카야는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실수 없이 뛰었다. 그러나 쇼트프로그램의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플립을 뛰다가 거꾸러졌다.
 
리프니츠카야는 65.23점을 받아 5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