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공개경쟁 없는 주관적 기록…대입 수시모집 신뢰도·공정성 확답 못해
자유·공개경쟁이 실종된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

2016년 9월 12일부터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입 수시 전형은 대부분 자유·공개경쟁의 체제가 아니다. 자유·공개경쟁이란, 개인들이 자유롭게 경쟁에 참여하고, 그 경쟁이 공개된 자리에서 같은 조건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자유롭고 공개적인 경쟁이야 말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누릴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얼마 전 브라질 리우에서 올림픽경기가 있었다. 올림픽경기는 자유·공개경쟁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올림픽경기에서 선수들은 본인들이 갖고 있는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메달의 영광을 얻기 위해 자유롭고 공개적인 경쟁을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무원 시험도 자유·공개경쟁으로 이루어진다. 수험생들은 같은 시험 문제를 갖고, 같은 시간 안에 같은 조건에서 시험에 응시한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여러 이유들 중의 하나는 공무원 시험의 공정성 때문일 것이다. 공무원시험은 특별한 학벌이나 연령, 가정환경 등 다른 부수적인 조건들을 배제하고, 오직 실력만으로 누구나 공개적인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림픽경기나 공무원 시험에서는 서류 전형이라는 것이 없다. 같은 시간에 같은 조건으로 자유·공개경쟁을 통하여 본인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되는 것이다. 오직 실력에 의한 경쟁일 뿐이다. 대학입시도 올림픽경기나 공무원 시험처럼 서류 전형 없이 학생들이 고등학교 3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만으로, 자유·공개경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수시 입학의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라는 주관적인 서류에 의존하는 전형이다.

   
▲ 어떠한 입시 제도를 도입하건 자유경쟁, 공개경쟁에 의한 입시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율성과 신뢰성, 공정성이 보장된 학생 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자료사진=서울대학교 홍보브로셔


지금 한국에서 시행되는 2017학년도 대입전형에서 수시모집이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어섰고, 수시입학의 85.8%(21만1762명)를 학생부 전형으로 선발한다. 학생부 전형은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고등학교 3년 동안의 교과 성적에 의한 전형이고, 학생부 종합 전형은 교과 성적과 비교과활동인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재 상황들에 대한 평가로 이루어진다. 

현재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교과 성적과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이외의 비교과 평가 항목으로는 ‘교내수상실적’, ‘인증 자격시험’, ‘독서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행동특성 및 교사의 종합의견란’ 등이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에는 자율 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이 있다.

2016년 9월 7일 매스컴 뉴스를 통해서,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서 학교생활기록부를 조작한 고교 교장과 교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광주의 한 사립고 교장은 성적 우수학생들을 명문대에 보내려고 교사들에게 학생부관리시스템인 나이스 접속 권한을 주고 학생부 조작을 지시했고, 교장의 지시를 받은 교사들은 수백차례나 나이스에 접속해 학생 25명의 학생부를 조작했다.」 라는 기사들이 보도되었다. 

이와 같이 ‘서류 전형’에 의한 시험의 최대 단점은 서류의 신뢰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직’, ‘신뢰’, ‘공정’이 체질화 되어 있는 선진국들에서는 서류 전형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많은 노력과 자기성찰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담당했을 때의 경험이다. 내 학급의 어느 학생이 학교장추천으로 수시모집에 응시하려고 하는데, 교사 추천서를 담임교사인 내가 작성하게 되었다. 당시에 교사 추천서 양식에는 ‘학업성취도, 창의력, 책임감, 성실성, 협동성과 봉사성 등의 항목에 교사 추천의견을 작성하게 되어있었다. 

교사 추천서를 작성해 주는 그 학생은 다른 항목들은 내가 기록을 했는데, ‘봉사성’에 대한 항목은 기록할만한 것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 학생은 학업 성적이 우수한 편이었지만, 3학년에 진급하여 내가 담임을 맡고부터는 그 학생이 봉사적인 어떤 행동을 한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생활기록부에서도 1학년 때부터 ‘헌혈’, ‘봉사활동’ 기록 등을 살펴보았더니 헌혈을 한 적도 없었고 봉사 정신이 뚜렷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교사 추천서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정확히 기록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교사 추천서는 추천서를 작성하는 교사의 얼굴이고 양심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교사 추천서 양식에서 ‘봉사성’에 대한 항목을 빈 칸으로 놔둔 채, 학교장 추천서에 교장 결재를 맡기 위해서 교장실로 들어갔다. 교장선생님은 내가 작성한 교사 추천서를 보더니, “왜  봉사성에 대한 항목을 빈 칸으로 했느냐?”라고 질문하였다. 나는 “다른 추천항목들은 제가 작성할 수 있었는데, 그 학생에 대한 ‘봉사성’을 발견한 것이 없어서 빈 공간으로 놔두었습니다. 

거짓말로 작성하는 것보다는 빈 칸으로 놔두는 것이 다른 추천 항목들에 대한 진실성을 대학교에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빈 칸으로 놔두었습니다.”라고 답변을 하였다. 그랬더니 학교장은 ‘봉사성’을 빈 공간으로 놔두지 말고 봉사성에 대한 것을 작성하라고 결재를 거부하였다. 그래서 나는 거짓된 사실로 학생에 대한 ‘봉사성’을 기재할 수가 없어서 매우 곤혹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이와 같은 일들이 지금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비교과 항목들은 교사의 교육관과 가치관에 따라서 주관적으로 기록이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어느 한 학생에 대한 행동특성 및 교사의 종합의견이 교사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교사추천서와 자기소개서의 진실성을 보장할 근거도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입전형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개경쟁에 의한 전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시간 안에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고 그 시험성적으로 입학 사정을 해야 한다.

   
▲ 2016년 9월 12일부터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입 수시 전형은 대부분 자유·공개경쟁의 체제가 아니다./사진=미디어펜


나는 1972년도에 대학에 입학하였다. 그때의 대학입시가 가장 바람직한 자유·공개경쟁을 통한 입시였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고3 학생들은 먼저 ‘대학입학예비고사’에 합격을 한 후에, '대학입학예비고사 합격증'을 갖고서 본인이 응시하고자 하는 대학에 자유롭게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각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본고사에 응시할 수 있었다. 

‘대학입학예비고사’를 통하여,  대학정원의 150%에 해당하는 수험생들만 대학 입시에 응시할 수 있게 하였다. 예능계와 체육계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대학입학예비고사 합격증'이 필요 없이 대학에 응시할 수 있었다. 대학입학예비고사로 대학에 가서 전문지식을 공부할만한 자격이 있는 학생들만을 선발하여서, 대학에 응시할 수 있게 한 당시의 교육 행정가들의 혜안(慧眼)이 지금과 비교하면 놀랍기만 하다.

지금은 중학교의 기본적인 학력도 갖추지 못한 많은 학생들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여서 3년 동안 수업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거나 스마트폰으로 허송세월로 지내던 학생들도 대학입시철이 오면 대학에 가겠다고 최대 6곳의 대학에 수시입학원서를 제출하고 수능시험도 응시하여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나는 교사생활을 하는 동안 많이 경험했다. 

고등교육법 제 28조(목적)에는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제시되어 있다. 고등학교의 기본적인 학력도 갖추지 못한 수많은 학생들이 심오한 학술이론을 배우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지금의 입시제도는 고등교육법 제 28조에 위배되는 많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는 서류 전형이라는 것이 없었다. 전국의 각 대학마다 입시 과목들이 달랐고, 모든 것이 자유·공개경쟁을 통한 입시제도였다. 대학입학예비고사에 합격한 학생들만이 본인이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교에서 출제하는 본고사를 치를 수 있는 공개경쟁적인 입시제도는 지금의 입시제도와 비교하여 볼 때 교육적이며 효율적인 장점들을 갖고 있었다. 

각 대학교는 자율적으로 시험을 출제하여 학생들을 선발하였고, 또한 학생들은 실력만 된다면 어디든지 자유롭게 본고사에 응시할 수 있었다. 지금의 몇몇 정치가들은 1970년대를 군사정권의 시대, 권위의 시대라고 부정적으로 말한다. 1970년대에 각 대학교에 자율적인 학생선발권을 부여하고 대학에 가서 공부할 자격이 되는 학생들만이 대학교육을 받도록 했던 1970년대의 그 입시 제도야말로 참으로 자유민주주의적인 공개경쟁이며 자율적인 대학 입시행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랜 세월 교사생활을 하는 동안 참으로 많은 입시제도가 변천되어져 왔다. 어떠한 입시 제도를 도입하건 자유경쟁, 공개경쟁에 의한 입시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율성과 신뢰성, 공정성이 보장된 학생 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각국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진실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명호 전직 교사, 시인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교육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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