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도자들, 보코바 대신 게오르기에바로 교체 압력' 소문 무성
[미디어펜=이상일 기자]'장미의 나라' 불가리아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놓고 두 여성 인사 사이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현재 불가리아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는 이리나 보코바(64) 유네스코 사무총장이다.

사무총장 선거전 초반까지만 해도 보코바는 여성인데다 동유럽 출신이라는 두 가지 강점 덕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동유럽에서는 아직 유엔 사무총장이 배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투표에서 보코바는 여성 가운데는 1위였지만 전체 후보 10명 가운데 5위에 그쳤다. 보코바가 옛 불가리아 공산정권의 유력자 집안 출신이라는 '약점'도 사무총장 선거전에서 새삼 부각됐다.

14일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보코바의 부진 속에 불가리아를 포함한 유럽에서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63)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의 입후보설이 확산했다.

불가리아 언론에는 게오르기에바가 보코바를 끌어내리기 위해 물밑에서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최근에는 게오르기에바 명의로 보코바를 공격하는 이메일이 유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게오르기에바는 해당 이메일이 자신을 사칭했다고 밝혔다.

유럽 언론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이 게오르기에바로 후보를 교체하려고 불가리아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영국이 보코바를 선호하지 않으며, 불가리아 관리들조차 선거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독일은 소문의 진원지로 러시아를 지목하며, 후보 교체 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게오르기에바 본인은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나설 생각이 없다는 뜻을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이달 중순들어 불가리아 정부가 게오르기에바의 출마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가리아 후보 교체설은 소문 수준을 넘어섰다. 불가리아 정부는 오는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까지 후보 교체는 없다고 밝혔지만, 결과에 따라 다른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는 13일 "정부는 보코바를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26일 표결 전 후보 교체설을 공식 부인했다.

보리소프 총리는 그러나 "26일 표결에서 보코바가 1·2위를 하지 못하면 선거전을 계속하기 힘들 것이므로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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