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는 허상…대안 없이 맹목적으로 자본주의·시장경제에 대한 비난 일삼아

   
▲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논평 : ‘EBS 다큐, 자본주의 2부-소비는 감정이다’

I.

본 프로그램은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차원에서 자본주의 시대의 인간이란 ‘소비 노예’가 되었고, ‘소비를 하라고 유혹하는 자본에 의한 조종 대상일 뿐’임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자본과 기업의 무의식적 마케팅 결과로 인하여 소비자는 무의식적이고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에 노출되게 되고, 이성이 아닌 감성적 충동으로 과소비를 하거나, 쇼핑중독에 빠져들게 된 것이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을 강조한다.

자본주의라는 타이틀로 자본주의 분석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이 제작되었지만, <제2부, 소비는 감정이다>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와는 상관없는 문제를 자본주의의 문제점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내용 전개의 방법으로 각종 심리학자와 마케팅 분석자들의 견해를 소개를 나열하며, 소비자는 불안을 극복하고, 슬픔을 해소하고, 친구로부터 배척당하거나 소외되지 않기 위해 원하지 않는 소비를 하는 존재이며, 특히 자존감의 상실을 소비로 채우는 것이 자본주의의 인간인 것처럼 그려낸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과소비 및 쇼핑중독과 관련된 사회적 병리현상을 말하는 것일 뿐이지, 그런 병리적 문제가 어떻게 자본주의적 제도와 체제에 의해 기인되었거나, 연관되었다는 것인지를 설명하지 않으면서 자본주의를 비난 대상으로 하고 있다.

첫째, 마약중독, 술중독, 흡연중독 혹은 도박중독 등 제반 중독적 병리현상과 마찬가지로 쇼핑중독, 즉 필요 이상의 과도한 소비 물품의 확보 혹은 구입이란 모든 사회의 인간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 병리현상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쇼핑중독만을 거론하며 그것은 자본주의 시대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둘째로, 대량생산은 물론이고 수많은 소비자의 개별적 기호에 맞춰진 다양한 상품생산으로 상징되는 풍요 사회는 오히려 자본주의 시대에서나 가능할 수 있게 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번영과 풍요에서 나타난 문제를 거꾸로 해석하여 자본주의에서 나타난 고유한 병리현상인 것처럼 모순된 논리전개를 일관되게 펼쳐내고 있다.   

   
▲ EBS의 '자본주의: 소비는 감정이다' 다큐는 자본주의에 와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개인들의 위상을 부정한다. 인간을 노예화된 소비자로 그려내고 있다./사진=EBS 다큐 자본주의 스틸컷


II.

본 프로그램은 자본주의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규정하는 것에서 보듯,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자본(Capital) 지배현상을 지적하고, 그 자본의 목적은 인간이 아닌 이윤추구에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궁극적으로 자본은 인간과 소비자에 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한다. 자본의 지배와 소비자의 피지배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설정하고,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그런 사회에서 소비자는 피해자이거나 희생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프로그램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資本主義)라는 제도는 역사과정에 나타나는 사회적 특성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고, 인간의 필요에 의해 진화된 결과이면서도 가장 진전된 체제이다. 봉건주의-식민주의-전체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 등으로 표현하는 개념들도 모두 인간을 기본으로 하며 인간이 누려야할 삶의 질 개선과 인권 향상이란 측면에서 평가되어야 주요 특성을 표현하는 표현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자본주의는 그런 전근대적 체제의 대안으로 창출된 것이며, 아직 다른 대안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본 프로그램도 인간과 대치되는 자본(資本)을 거론하는 것에 머무를 뿐이지, 봉건주의나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등과 같은 다른 구체적 체제와 대비시켜가며 비교하는 것을 건너뛰고 있다. 단지 이상향적인 이념형적 사회를 염두해 두면서, 자본주의가 그런 이념형과는 거리가 있거나 부조리한 것이 많다는 것을 나열하며, 자본주의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기에 프로그램 자체는 대안도 없이 맹목적으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비난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보여진다.

III.

먼저 본 프로그램은 소비자들을 주체적인 존재로 보지 않는다. 소비자들을 기업광고가 만들어내는 결과에 휩쓸리는 수동적 존재로 제시하며, 상품 광고에 현혹되어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비주체적 소비적 존재로 본다. 소비자의 물건 구입이란 기업 광고와 같은 마케팅의 술수와 현혹에 따라 “불안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소비자들을 “소비에 끌려가는 노예”라고 제시한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중요한 사실은 전혀 간과하고 있다. 첫째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내고 선택을 받기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의 집단 협력체인 기업들의 노력인 기술개발, 신상품 개발, 상품의 다양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모든 생산자와 판매자들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선택받으려 노력하고 경쟁한다는 기본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생산자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생산자나 기업이야말로 소비자의 노예이며, 선택받지 못하면 도태되는 가엾은 존재이다. 기업은 선택받기 위해 무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 그 결과로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고, 풍요한 삶을 누리게 된다는 기본사실이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이나 소비는 결코 일방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소비를 선택하는 개인들은 주체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려 노력하고 그런 판단과 노력의 결과로 원하는 종류의 상품을 원하는 가격과 품질에 맞춰 소비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프로그램은 보편현상을 부정하고, 과소비와 쇼핑중독을 반복 거론하며 그것을 자본주의적 현상이라고 연결시키고 있다. 물론 과도한 홍보, 허위사실에 의한 마케팅을 하는 기업광고와 그에 따른 불필요한 소비행위가 분명 있지만 그것은 지속가능성도 없는 일시적 현상이거나 장기적으로는 실패의 사례에 불과한 것이다. 또 광고와 홍보를 통한 소비는 더 나은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과정적인 것이지 광고 자체가 불필요한 소비를 만들어내는 수동적 활동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본 프로그램은 광고에 의한 소비자 선택과정의 일면적 병리현상을 마치 자본주의에서만 내재된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것으로 그려내고 있다.

   
▲ EBS다큐 자본주의는 일탈적 소비행위를 가지고 자본주의를 부정적으로 볼 목적에 맞춰진 프로그램이다./사진=EBS 다큐 자본주의 스틸컷


IV.

쇼핑중독 문제를 자본주의 체제의 고유문제인 것처럼 거론하고 있으나 그것은 자본주의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사안이 아님에도 자본주의는 소비를 부추쳐 결국 패배로 몰아간다고 설명한다.  불안, 우울, 화, 슬품, 자존감 저하 등을 쇼핑하게 되는 동기로 제시하면서 상품에 대한 “쇼핑은 이미 패배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라는 자막으로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있다. 경험적으로 누구나 알듯이, 인간이 기쁠 때, 즐거울 때 소비한다는 사실은 애초부터 전혀 배제시키고 있고, 부정적인 감정들과 과소비를 연결하고, 그래서 자본주의는 나쁜 것이란 인식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물질 소비와 체험 학습(소비)를 비교한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5만원의 물질을 소비했을 때 보다는 체험학습을 했을 때에 더 행복감(27.0 vs 29.8)을 느낀다며 ‘나를 찾아야 한다’는 추상적 대안을 제기하나, 체험학습도 소비이고, 여행도 소비이며, 음악을 듣는 것도 모두 선택될 수 있는 소비임에도 마치 체험학습은 비용이 들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체험학습은 소비가 아닌 것처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도 하며, 마치 ‘물질적인 자본주의’ vs ‘정신적인 0000’라는 허구적 전제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전개시키고 있다. 상품선택과 소비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만 나타나는 소비 행태가 아니며, 또한 전문가들도 지적하듯, 심리적인 것이기도 하고 사회적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자존감 저하를 보완하기 위한 일부 일탈적인 자본주의 체제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님에도 그런 과잉소비나 일탈적 소비중독을 자본주의와 결부시켜 다루는 것은 사회 보편적 현상과 일탈적 행태의 소비를 자본주의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V.

일방적 현혹 방식의 소비라는 강요된 소비는 결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소비를 보여준 것이지도 않다. 생산자들, 대표적으로 기업이 소비자들의 선호를 파악하기 위해 CCTV를 분석하고, 다양한 데이터들을 활용하는 것은 모두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백화점이나, 카드회사들은 개개인들의 소비성향을 분석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적합한 상품 배열이나 카드 상품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러한 활동인 것이다. 그러나 본 프로그램은 소비자를 관찰하고 소비행태에 맞는 상품을 제시해서 구매하게 했다며 그것을 마케팅이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라고 거꾸로 단정한다. 생산자들이나 유통업자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선택 받고자 하는 그러한 제반 노력을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상호작용을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 공히 만족하고 이득을 볼 수 있는 체제가 자본주의 체제인 것이다.

또한 소비자를 현혹하는 과대 광고나 유혹적 홍보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광고는 적절한 카피나 영상과 음악을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제품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제공 및 판매 촉진 수단이다. 프로그램은 광고를 보기 전에는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안했던 물건들은 원하게 만든다고 하면서, 생산자들이 키즈 마케팅, 여성마케팅, 오감 마케팅, 뉴로 마케팅, 그리고 심리 마케팅 등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해 소비활동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실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광고에만 의존해 소비를 하는 경우도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광고만으로 쇼핑을 하게 하는 것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지 지속성이 없다. 생산자,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구매가 지속되어야 하는데, 단순히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상품성을 유지할 수 없다.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그 상품에 실망하고 더 이상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경우, 광고는 생산자에게도 도움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하며 그것은 기업과 생산자에게 커다란 손해가 된다. 소비자 현혹광고로 일시적 수익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그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광고가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 EBS 다큐는 수없이 경쟁하는 상품들과 상품들에 대한 광고를 비교해가며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교환할 수 있는 체제가 된 것, 그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매력임을 전하지 않는다./사진=EBS 다큐 자본주의 스틸컷


   
VI.

프로그램은 브랜드(BRAND)가 만들어지면서 소비자는 무의식적 소비로 이끌려 들어간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동일 상품 내지 브랜드의 구매 지속성은 의식 속에 이뤄진다. 브랜드는 특정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상품에 대해 무엇을 기대해도 될 지를 제시하는 수단이다. 전 세계의 어디에 있든 특정 호텔에 가면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음식과 더 나은 서비스, 그리고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특정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어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어떤 수준의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면에서 브랜드는 신뢰의 상징이고, 잘못된 선택을 줄이는 경제적 행위인 것이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것의 품질에 대한 확신과 신용을 주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본 프로그램은 브랜드만 보고하는 무의식적 소비활동의 문제점을 강조하지만 그런 문제점은 단지 상품 선택에만 나타나는 문제만도 아니고, 자본주의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도 결코 아니다. 모든 다른 인간 행위와 마찬가지로 지식의 축적과 경험 횟수 및 거래 횟수의 증가와 반복을 통해 브랜드든, 사람이든 평가하는 것이다. 그것은 실패와 비효율을 줄이는 경제적인 방법인 것이지, 그것을 뛰어넘는 다른 방안이란 현실적으로 없는 것이다.

VII.(결론)

자본주의는 두 가지 사실에서 역사적 의의를 만든 체제다. 첫째, 자본주의 체제는 구성원에게 자유를 보장해주었고, 선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자본주의 체제는 개인을 모든 선택, 판단, 소유, 계약, 협력, 책임의 당사자로 본다. 개인적 인간의 인격을 최고도로 실현한 것이다. 둘째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본과 기업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생산성의 비약이다. 타인의 선택을 받기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하고 땀 흘리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를 만든 것이다. 남들이 원하는 상품과 용역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을 구현하는, 즉 가장 이타주의적 인간이 가장 잘살며 존경받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을 만든 것이 자본주의이다. 그럼에도 EBS의 ‘자본주의: 소비는 감정이다’는 자본주의에 와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개인들의 위상을 부정하고, 대신 소비자 개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비주체적이고 수동적으로 시장에 이끌려 다니는 존재이며, 인간이 만든 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노예화된 소비자로 그려내고 있다. 일탈적 소비행위를 가지고 자본주의를 부정적으로 볼 목적에 맞춰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없이 경쟁하는 상품들과 상품들에 대한 광고를 비교해가며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교환할 수 있는 체제가 된 것, 그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매력임에도 말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 EBS다큐 자본주의에서 개인은 없다. 소비자들을 '소비에 끌려가는 노예'라고 주장한다./사진=EBS 다큐 자본주의 스틸컷


(이 글은 지난 12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EBS 자본주의 방송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2부 ‘소비는 감정이다-소비 자본주의’와 관련,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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