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저금리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생명보험업계의 '새판 짜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16일 생명보험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M&A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생보사는 알리안츠생명, ING생명, KDB생명, PCA생명 등 네 곳에 이른다.

알리안츠생명의 총자산이 16조8000억원, ING생명이 31조2000억원, KDB생명이 16조4000억원, PCA생명이 5조2000억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매물로 나온 네 곳의 총 자산을 더하면 69조6000억원에 달해 전체 생명보험업계 자산(760조9000억원)의 9.1%에 이른다. 인수합병 결과에 따라서는 생명보험업계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큰 장이 열린 셈이다.

매각 상황이 가장 많이 진척된 곳은 지난 4월 이미 독일 알리안츠그룹과 중국 안방보험 간에 인수 계약이 체결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다.

안방보험은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는 등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인수를 완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300억원 규모의 자체 자구안의 실행을 두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어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5월 단행한 명예퇴직으로 206명의 직원이 퇴사함으로써 약 2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했고, 나머지 100억원의 절감을 위해 단체협약 조정을 추진했으나 그 조건을 두고 노조와 시각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사측에서는 '극약 처방'으로 지난 6일 노조에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안방보험은 10월 말까지는 계약 당시 요구한 자구안을 이행해야 정상적으로 인수를 마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한 달 남짓한 남은 기간 노사의 협상에 따라 계약 완료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매물로 나온 생보사 중 '최대어'인 ING생명의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ING생명의 매각을 진행 중인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입찰) 방식으로 4곳 이상의 후보군과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입찰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높은 가격을 써내는 후보에게 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후보자가 원하는 매수 가격을 밝히면, 다른 후보자들과 이를 공유하며 더 높은 가격을 부르도록 개별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식이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과 중국계 태평생명, 푸싱그룹, 안방보험 등이 시장에 알려진 후보자들이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오히려 3조5000억원 수준이 거론되는 높은 매각 가격 때문에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가장 늦게 매각 작업을 시작한 KDB생명의 새 주인 찾기에도 물음표가 붙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5일 KDB생명 지분 85%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고하고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예비입찰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13일까지 진행되는 예비입찰에서 아직 직접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매수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최소 8500억원 수준의 매각 가격을 희망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 가격에 인수할 곳이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반면 가장 규모가 작은 매물인 PCA생명은 매각 성공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8일 마감된 PCA생명 매각 본입찰에는 미래에셋생명과 중국계 자본 한 곳이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입찰 절차를 기준으로 보면 앞으로 실사와 가격 협상 등을 거쳐 10∼11월께 최종 인수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PCA생명의 매각가가 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자산 27조6000억원의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을 인수할 경우 ING생명을 제치고 업계 5위로 올라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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