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선임될 한국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해결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누가 한국은행 총재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에서 디플레이션 큐어러(Deflation Curer)로의 변모가 필요하다"고 주장햇다.

전 교수는 "중앙은행의 목표가 과거에는 물가 안정이었지만 지금의 저성장·저물가 시대에는 '불씨 지피기' 기능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도 점진적으로 디플레이션 방지로 이전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이같이 변화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량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받는 인물이 총재가 되야 한다"며 "물가안정 등의 이론에 사로잡히지 않은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물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한은이 디플레션 큐어러 역할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전 교수의 의견이 동조했다.

그는 "한은에게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과 경제성장이라는 책무가 부여됐다"며 "과거에는 한은의 독립성이 정부의 성장 정책으로부터 물가를 지키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목표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조절하는 중립성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대식 한중금융경제연구원 원장은 "한은 총재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김 원장은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든 디플레든 위험에 대해서는 발생확률이 낮아도 전향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현 단계는 시중유동성이 경기회복과 함께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지금은 한은이 디플레보다 인플레 유발 방지에 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인플레는 경제불확실성이 커질 뿐 아니라 경기 과열을 동반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어렵게 한다"며 "한은은 과잉 유동성을 방지해 심각한 인플레 유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돈을 많이 풀어 현재 과잉유동성 상태"라며 "한은은 과잉유동성의 부작용이 인플레 뿐 아니라 경상수지 적자와 가계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은이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와 상충할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총재는 한은의 중립성과 자주성의을 지켜내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까지 한은의 거시건전성 기능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며 "새로운 총재는 금융안정을 위한 새로운 조직을 마련하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