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TV조선…막무가내 선동 언론 본질 흐려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조순형 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9월 12일 정례회의에서 송희영 전 주필에 관한 조선일보 태도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한 기사를 읽었다. 일종의 회의록과 같은 것인데, 독자위원들이 지적했다는 내용들은 그동안 많은 독자들이 했던 것과 같다. 

회의에서 지적이 된 내용들이 실제로 얼마나 반영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요약하면 이렇다. 조선일보 1면 귀퉁이의 짤막한 사과문은 미흡했고 독자 뿐 아니라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점,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맺어오는 동안 내부 견제가 없었다는 점, 무너진 언론 윤리 등이다. 

조선일보가 송 전 주필 사건을 개인 일탈로 꼬리 자르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있다. 또 조선일보가 부인해도 사람들은 우병우 보도와 주필 사임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니 적극적으로 해명해 뭐가 팩트인지 독자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 조선이 내부 쇄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사에 의하면 회의 참석 위원 중엔 반대의 시각을 가진 이도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위원은 우 수석 보도가 전 주필과 상관없이 진경준 전 검사장 비리에서 시작된 것인데 청와대가 음모론으로 보는 것에 놀랐다는 이야기도 소개가 됐다. 그러나 어찌됐든 독자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조선일보가 제대로 사과해야 하며 송희영 사건을 자체 진상파악해서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고 자정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앞으로 독자위원들이 지적한 그대로 실행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꼭 실행돼야만 한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대국민 사과는 조선일보 뿐 아니라 이걸 받아 선동했던 TV조선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에 올수록 활자매체보다 영상매체가 더 자극적이고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TV조선은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 신문보다 더 악랄하게 과장하고 자극적으로 다루어 ‘우병우 죽이기’를 선동했다.

   
▲ TV조선의 '박종진 라이브쇼'는 패널들의 근거없는 의혹 부풀리기와 막무가내식 방송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처

가관도 아닌 TV조선의 막무가내 선동

요 근래 필자가 찾아 본 몇 개 프로그램만 해도 가관이 아니었다. 지독스럽게 일방적이었다. 언론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의혹을 보도를 하는 것, 당연하다. 그러나 어떤 의혹을 제기할 때는 그만큼 더 조심해야 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특히 누굴 잡겠다는 식으로, 자기들만의 어떤 절대선이나 정의의 기준을 정해 놓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시사 프로그램이 그렇게 가면 그게 사람 잡고 사회 잡는 방송이 된다. MBC 광우병 방송이 그러지 않았나. 설령 의도와 컨셉을 잡아 만들어도 그 대상의 입장이나 반론도 충분히 실어주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TV조선은 대놓고 우 수석을 사냥하겠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조선일보가 우 수석 의혹을 첫 보도한 18일 뉴스를 제외한 시사프로그램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때리기로 도배하는 수준이었다. 

아침 방송 '김광일의 신통방통'에선 조선일보가 보였던 의혹 만들기 신공을 그대로 선보였다. 조선일보 법조전문기자 양모씨가 나와 의혹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기가 막힌다. 요컨대 우 수석 처가가 상속세 때문에 빨리 땅을 팔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마침 넥슨이 사줬다는 것, 진경준 전 검사장과 넥슨 김정주 대표가 서울대 86학번에 주식도 공짜로 오고가고 고급승용차도 주고받는 그런 사이인데, 그 진경준이 우 수석 서울대 법대 2년 후배에 사법연수원도 2년 후배라는 것, 검찰하면서 거쳐 간 곳도 유사하고 친분이 있다는 게 의혹의 이유였다. 

얼핏 들으면 꽤 의심스럽다는 느낌이 들긴 든다. 하지만 뭔가 부정이 있을 것이라고 언론이 말하려면 이것 가지고는 불충분하다. 더 확실한 물증이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는 그걸 더 내놓지 못했고 그건 TV조선도 마찬가지였다. 고작 진경준이 이런 자인데 진씨와 김정주 간 비리가 있으니 우 수석과도 뭔가 있지 않겠느냐 이것뿐이다. 그리고는 진행자가 의혹에서 비린내가 난다며 선동하는 식이다. 마지막엔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할지 궁금하다는 말로 맺는다. 이건 대통령이 결단하라는 압력이고 은근한 협박이다. 

오후 방송 '윤슬기의 시사Q'는 한 술 더 뜨는 기가 막힌 방송이었다. 역시 우 수석 의혹이 주제였는데 한 패널의 발언이 기가 막혔다. 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위원 염모씨라는 사람인데, 우 수석 사건을 어떻게 보냐고 물으니 이런 말을 한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뭐냐면 지금 현재 청와대 바로 아침에 새벽같이 발표 나온 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김정주 등) 이런 얘기가 나오거든요. 그런 거까지 물어볼 필요 없고 대답할 필요도 없는데 근데 과잉해서 대답하는 걸 보면 그 부분도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자, 어떤가. 기가 막힌 방송 아닌가. 범죄 심리를 다루는 전문가를 데려다가 우 수석 의혹을 묻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그 전문가라는 사람 말인즉, 우 수석이 묻지도 않은 말을 먼저 하는 걸 보니 의심스럽단다. 이 방송이 무슨 범죄자 심리를 떠보는 프로그램인가. TV조선의 고약한 의도에 할 말을 잃을 뿐이다.

   
▲ 우병우 의혹 부풀기의 신공을 보여준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사진=TV조선 캡처

종이신문보다 더한 흉기 TV조선이 필요한가

이날 다른 프로그램도 똑같았다. '박종진 라이브쇼'에 나온 보따리 약장수 같은 패널들은 다음과 같이 발언들을 이어간다. 

"이 사람이 1300억대 어마어마한 재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커넥션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채동욱 검찰총장 정도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 마지막 관에 못을 박는 거다 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중개업체 통해 거래) 그런데 그거조차도 사실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왜 하필 우병우하고 넥슨하고 만났냐는 거에요. 그거는 남산에서 돌 던졌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맞을 확률하고 비슷한 거에요. 그렇게 했다는 증거는 없는데, 왜 하필이면 넥슨이냐 이거죠." 

종편 평론가들의 평론이란 게 대개들 이런 식의 막무가내다. 여기에 무슨 근거가 있고 논리가 있나. 죄다 뱉고 싶은 대로 뱉어내는 막말 수준이다. TV조선만 이런 게 아니다. 이렇게 제 맘대로 떠드는 자칭 평론가들은 채널A MBN JTBC YTN 연합뉴스TV 온갖 방송에 돌아가며 등장한다. 종편이 두 달 내내 떠든 우병우 의혹이란 게 대개 이런 식이었다. 

어찌됐든 필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딴 게 아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가 신문을 비판한 내용은 그대로 TV조선에도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신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패널들이 근거도 없이 매도 수준의 악평을 하거나 아무 근거도 없이 얼토당토 않는 헛소리를 해도 어떤 제재도 않고 더 부추겼다. 패널들이 제멋대로 떠들어 댈 수 있는 것은 TV조선이 조장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이런 방송이 대한민국사회 여론을 주도하고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우병우 사건만 보면 종이신문보다 더한 흉기 아닌가. 묻지마 의혹 제기에다 사과도 반성도 없이 폭주하는 방송은 사고를 치기 마련이다. 비단 우 수석만이 문제가 아니라 TV조선은 이미 숱한 방송에서 연예인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을 도마에 올리고 밟아가며 돈을 벌었다. 그건 방심위 제재와 같은 근거들이 말해준다. 

조선일보가 더 분명하게 대국민 사과를 해야 마땅하듯 TV조선은 더더욱 그간 터무니없는 방송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게 순리다. 그것도 않겠다면 이런 방송사가 이 나라에 있을 필요가 없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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